1년 8개월 만에 재개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에서 남측 취재진을 향한 북측 관계자들의 까칠한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60여년 만에 재회한 고령 이산가족들의 상봉 분위기를 해칠까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북측 관계자들의 고압적 태도는 20일 1차 상봉단 방북 때부터 드러났다. 이날 오전 11시쯤 상봉단과 취재진이 북측 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하자 세관원들은 취재진 29명의 노트북을 현장에서 가져가 검사한 뒤 돌려주겠다고 했다. 기자단은 ‘불가’ 입장을 밝혔으나 상봉단 전체의 출발 일정이 지연되자 현장에서 조사하는 데 응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상봉단은 애초 계획보다 30여분, 기자단은 1시간 늦게 금강산에 도착하게 됐다.
오후에는 상황이 더했다. 북측 CIQ에서 단체상봉 장면을 촬영한 방송용 테이프를 담은 행랑 반출을 막는 바람에 방송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남북 연락관들이 애초 합의했던 내용을 북측이 번복, 행랑 내 테이프를 확인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21일 이틀째 상봉에서는 북측의 특별한 몽니 없이 행사가 진행됐다. 하지만 과거 사례를 볼 때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있다. 2000년 이산가족 상봉 재개 후 북측의 문제 제기로 상봉 행사가 여러 차례 파행을 겪었기 때문이다. 2006년 3월 13차 이산가족 상봉 당시 북측은 납북자 남편과 아내 상봉 보도 사실을 트집 잡아 기자 취재를 막고 이산가족 귀환을 지연시켰다. 2004년 2월 9차 상봉 때도 북측이 통일부 지원 인력의 ‘천출명장 김정일 장군’ 농담 발언을 문제 삼아 행사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향후 남북관계 기선 제압 차원에서 북측 지원단이 일부러 고압적으로 나온다는 해석도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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