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7.10.31 13:57
수정 : 2017.10.31 16:53

[고은경의 반려배려] 미국의 ‘무는 개 안락사’ 논쟁

등록 : 2017.10.31 13:57
수정 : 2017.10.31 16:53

미국에서는 플라스틱 손 모형으로 개 밥그릇을 뺏는 방식으로 공격성을 테스트하고 있다. centerforshelterdogs.tufts.edu 홈페이지 캡처

가수 최시원씨 가족이 키우는 반려견에 물린 한식당 ‘한일관’ 대표 김모씨가 패혈증으로 사망하면서 ‘무는 개는 안락사 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제기됐다.

해외에서는 사람을 문 개는 안락사를 의무화하고 있다는 근거들도 더해졌다. 최씨 가족이 반려견 ‘벅시’를 지방으로 보냈고, “안락사는 최시원씨 측에서 선택할 문제”라는 유가족의 의견을 전한 보도도 나왔다.

실제 해외에선 어떤지 자료를 찾던 중 지난 여름 미국에서도 공격성 있는 유기동물의 안락사를 놓고 논란이 있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국 유기동물보호소는 공격성이 있는 ‘위험한 개’들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해 안락사 여부를 결정하는데, 길어야 20분에 불과한 이 테스트가 개들의 생사여부를 결정지을 만큼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 기자는 인디애나폴리스의 한 동물보호소에서 진행된 안락사 테스트를 생생하게 전달했다. 평가 방에 들어온 크림색의 리트리버 믹스견인 ‘베이컨’은 순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밥그릇에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 손을 갖다 대 밥그릇을 뺏자 모형 손에 달려들어 물어 뜯었다. 베이컨은 테스트에서 탈락했다. 이 보호소는 지난 20년간 개가 입양을 갈 만큼 안전한지를 알아보기 위해 위 테스트를 포함한 공격성 테스트들을 해왔는데, 테스트 결과가 개의 생사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지난 해에만 이곳 보호소에서 행동문제를 이유로 718마리가 안락사 됐다. 

하지만 이러한 테스트가 개의 공격성을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이어졌다. 애리조나주 인근 마리코파 카운티 보호소는 지난 1월부터 테스트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 개의 행동은 순간적 자극에 반응하는 것인데 개가 가장 스트레스가 심한 시기에 테스트를 하고 생사여부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근거였다.

최시원씨 반려견 사고를 계기로 위험한 개와 관련된 동물보호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사고발생 시 주인의 동의 없이도 해당 견에 대해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다.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한 동물보호소에서 한 혼종견이 안락사를 결정하기 전 테스트를 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캡처

물론 공격성향이 있고 사람을 무는 개에 대한 관리와 규제는 필요하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위험한 개를 무턱대고 격리시키고 안락사를 하는 게 아니다. 정부가 ‘위험한 개’에 해당하는 개를 기를 때부터 관리하며, 상해를 입은 정도, 원인 등을 수의사, 행동교정사 등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공격성 테스트를 거친 후 개의 운명을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이 테스트에 대해서도 개의 공격성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 반려동물과 유기동물 관련 제도가 무조건 좋다는 것은 아니다. 또 문화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공통적인 건 위험한 개에 대한 관리는 안락사를 한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며 사후약방문식 대책보다는 이를 예방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앞서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보호소에서 테스트에 탈락한 ‘베이컨’은 어떻게 됐을까. 보호소는 베이컨을 너무나 살리고 싶었고, 보호소와 민간동물보호단체의 노력으로 다행히 어린 자녀가 없는 한 가정에게 입양됐다. 입양 가족은 베이컨을 다루는 교육도 받았다.

특정 성품이 있는 견종을 만들어내고, 기르고 또 이들의 생사까지 결정하는 사람들의 책임감은 그만큼 무겁다는 걸 다시금 느끼게 된다.

고은경 동그람이 팀장 scoopk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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