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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이제는 외교보다 안보가 먼저다

입력
2017.09.0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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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으로 치닫는 국제사회 북핵 대응

눈앞으로 닥쳐 든 엄혹한 ‘진실의 문’

전술핵 배치는 최소한의 자위적 조치

6차 핵실험으로 김정은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다. 지금은 칼빈슨 항모전단 등 미국의 전략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집중 배치하면서 불거진 ‘4월 위기’ 당시와도 여러모로 다르다. 그때는 북한이 최소한 추가 핵실험이라는 마지노선은 넘지 않으리라는 것, 그리고 미중 정상회담에서 나왔듯 중국이 북핵 문제에 ‘적극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희망이라도 있었다. 극단적이지만, 미국이 선을 넘었다고 판단할 경우 전쟁도 불사한다는 결기가 어느 정도 통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해서 4월 위기는 넘겼다.

그러나 지금은 아무것도 없다. 김정은의 머릿속에 핵 포기는 지워진 지 오래고, 중국도 대놓고 중국책임론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수시로 거론하는 무력응징이라는 것도 현실적인 여러 군사적 제약, 거기에다 ‘전쟁은 결코 안 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반대 등으로 양치기 소년의 거짓말처럼 돼 가고 있다. 북한 정권수립일인 9일을 전후해 김정은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도발의 피날레를 장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지만, 이미 ICBM 사거리와 핵능력 고도화가 입증된 이상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을 갖고 이러쿵저러쿵 떠드는 건 부질없다.

김정은의 선택이 끝난 만큼 이제 남은 건 우리의 선택이다. 북핵을 용인하느냐, 저지할 것이냐다. 국제사회는 일단 강력히 응징하려는 분위기다. 긴급 소집된 유엔 안보리에서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석유를 전면 봉쇄하고, 북한 노동자들의 해외송출을 금지하는 등의 역대 최고의 제재안이 논의되고 있다. 미국은 추가 독자제재로 대북 세컨더리 보이콧을 공언하고, 한편으로는 군사적 압박도 전방위로 가하려는 태세다. 6차 핵실험이라는 북한의 전면적 도전에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는 평가할 만하나 현실은 달라진 게 없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이 김정은의 귀에 들어올 리 없고, 고강도 경제제재도 중국, 러시아가 여전히 반대해 기대난망이다. 한미일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이런 판국에 문 대통령은 여차하면 북한의 뒷문을 열어 줄 생각만 하고 있으니 중국, 러시아를 비난할 처지도 못 된다.

지금의 북핵 사태가 어떤 결말을 맞을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는 지경이 됐다. 전쟁이 나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든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진실의 문’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만이 분명할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해야 할 건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로 뻥을 치고 있다”고 했다. 지금도 북핵을 ‘뻥’이라고 생각하지는 못할 것이다. 5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미 비공개 접촉에서 북한의 최선희 미국국장은 대북 적대시정책을 철회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하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중단할 수 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수십 년간 거래대상이 비핵화였던 평화협정의 교환가치를 핵ㆍ미사일 중단으로 낮춘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금과옥조처럼 생각하는 북미 평화협정이 체결된다 해도 북핵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결말이 무엇이든 북핵이 현실적이고도 엄중한 우리의 안보위협으로 계속 남게 되리란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의 할일은 너무나 자명하다. 핵 위협에 대적할 수 있는 자위적 조치다. 정부는 미국의 핵우산에 기대는 확장억제력을 제고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한다. 그러나 본토까지 북한의 핵ㆍ미사일 공격에 노출된 미국이 유사시 한국을 제 집처럼 지켜 줄 것이라고 믿는 것은 상식이 아니다. 최소한 전술핵을 재배치해 ‘공포의 균형’을 이루고, 이를 북한ㆍ중국과의 협상 카드로 삼는 것이 출발점이 돼야 한다. 핵 위협을 받으면서도 핵으로 무장하지 않은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 유엔도 인정하는 게 개별적 자위권이다.

지금은 반미냐 친미냐로 편가르기를 할 때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 와중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꺼낸다고 흥분할 일도 아니다. 오로지 국익을 잣대로 봐야 한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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