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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브라운 신부 전집 / 촌스런 시골신부 '알고보니 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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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브라운 신부 전집 / 촌스런 시골신부 '알고보니 명탐정'

입력
2002.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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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오거스트 뒤팽, 브라운 신부, 에르퀴르 프와로…. 추리 소설사에 남는 탐정들이다. 그런데 브라운 신부만은 좀 낯설다. 명성에 비해 번역된 작품 수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부만 소개됐던 브라운 신부 이야기가 전집 다섯 권으로 나왔다.‘결백’ ‘지혜’ ‘의심’ ‘비밀’ ‘스캔들’이라는 책 다섯 권에는 영국의 문인 G. K. 체스터튼(1874-1936)이 1911년부터 1935년까지 발표한 브라운 신부 연작 49편이 모두 들어있다.

주인공은 시골 성당 신부. ‘작달막한 신부는 전형적인 동부 촌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얼굴은 둥글넙적하니 둔해 보였으며, 눈은 북해(北海)만큼이나 공허했다.’ 게다가 늘 낡아빠진 커다란 우산을 들고 다닌다.

전혀 영민해보이지 않는 시골 신부는 늘 뜻밖의 곳에서 사건 단서를 찾아낸다. 사건 자체도 다른 추리소설 작가들에게서처럼 복잡하고 괴기스런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며 모두 단편이라 구성도 간결하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사건 실마리를 푸는 이 유쾌한 신부의 이야기는 재미있다. 더구나 그 의외의 발상이란 실은 지극히 상식적인 사고라는 점에서 그는 서민영웅이다.

체스터튼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보이지 않는 남자’(1권)에서 브라운 신부는 출입구가 하나 밖에 없는 아파트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푼다. 군밤장수 수위 경관 등 네 명이 감시를 하고 있고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지만 범인과 시체는 흔적도 없이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범인은 신출귀몰한 수를 쓴 것일까. 브라운 신부는 범인이 늘 드나드는 우편배달부를 가장함으로써 감시인들의 허를 찔렀다는 걸 알아낸다.

때로 브라운 신부는 벽에다 수프를 끼얹고 청과물 가게의 사과더미를 엎어버리는 기행을 통해 범인들을 혼란에 빠뜨려 검거하기도 하며(‘푸른 십자가’) 개의 청승맞은 울음을 실마리로 오리무중의 살인사건을 해결한다.

(‘개의 계시’) 아들이 아버지를 죽이고 14세기 갑옷 속에 시체를 숨겨둔 사건은 가문의 초상화를 면밀히 검토한 끝에 아들이 아버지로 분장해서 범죄를 은폐한 걸 밝혀낸다.

체스터튼은 ‘목요일의 사나이’, ‘너무 많이 아는 남자’ 등 장편 소설을 비롯해 ‘성 토마스 아퀴나스’ ‘찰스 디킨스’ ‘무엇이 정통인가’ 등 신학 전기 미술 시 등 다방면에서 100 권이 넘는 책을 낸 정력적인 문인. 만년에는 자신의 이름을 딴 잡지를 낼 정도였다.

작가 보르헤스는 1978년 ‘탐정소설’이라는 강좌에서 체스터튼을 두고, 추리소설의 창조자 포를 잇는 위대한 계승자라고 불렀다.

G. K. 체스터튼 지음

북하우스 발행ㆍ전 5권. 각권 9,500원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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