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서두르지 말자” 58.5%
73.2%는 “북한은 다른 국가”
공동 입장엔 63.3%가 찬성
단일팀 찬성은 37.7% 불과
국민 10명 중 9명이 통일을 미뤄도 평화를 유지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통일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고 여기는 비율도 60%에 육박했다. 남북의 이질성이 커지면서 무리한 통일보다 평화 공존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의뢰로 한국리서치가 실시해 25일 공개한 ‘2018년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통일을 하지 않거나 미루더라도 평화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응답이 88.2%에 달했다. ‘전쟁을 감수하더라도 통일을 추진하는 게 좋다’고 답한 비율은 고작 9.8%였다. 아울러 ‘통일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응답(58.5%)이 ‘가급적 빨리 하는 게 좋다’는 대답(26.7%)을 압도했다.
북한은 같은 국가라고 생각하는 국민(25.2%)은 10명 중 3명도 안 됐다. 응답자 73.2%가 ‘북한은 같은 민족이지만 다른 국가’라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미 대치로 한반도 긴장 고조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전쟁 가능성에 대해 낙관하는 응답자가 다수였다. ‘5년 이내에 한반도에서 6ㆍ25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대답(75.8%)이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답(21.0%)보다 훨씬 많았다.
이는 남북이 별개 국가라는 인식의 확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연구전문위원은 “분단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나고 북핵 문제도 심화한 데다 민주화를 거듭한 남측과 3대 세습이 이뤄진 북측 간의 체제 거리도 멀어지는 바람에, 통일이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보다 두 개 국가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일이 더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꾸준히 강해지고 있다”며 “민족 동질성에 기초한 통일론의 기반이 과거보다 크게 약해진 셈”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관련해선 북한 응원단ㆍ예술단의 방남과 공동 입장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의견이 많았지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은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대다수였다. 쟁점별 찬성 비율이 북한 응원단 응원(74.5%), 북한 예술단 공연(65.5%), 개회식 공동 입장(63.3%), 한반도기 사용(51.0%),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37.7%) 순으로 나타났다. 북한 참가가 평창 올림픽 성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응답은 절반을 조금 넘는 55.8%였고,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거라는 응답 비율도 비슷한 수준이었다(56.7%).
남북관계나 통일과 관련한 남남 갈등이 심하다는 주장에 동의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69.9%가 동의했고 응답자의 81.5%는 남북관계와 통일에 대한 국민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23일 전국 만 19세 이상의 남녀 800명을 상대로 한 무작위 전화 걸기(RDDㆍ유선 13.5%, 무선 86.5%) 전화면접조사(CATI) 방식으로 이뤄졌다. 응답자는 성별ㆍ연령별ㆍ지역별로 비례 할당한 뒤 무작위 추출했다. 신뢰도는 95%, 오차 범위는 ±3.5%포인트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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