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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바로 보라"... 평전으로 돌아온 성철의 '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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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를 바로 보라"... 평전으로 돌아온 성철의 '죽비'

입력
2017.01.1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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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철 스님은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철 스님은 "성불이란 부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본디 부처임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하곤 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평생 생식, 소식하고 누더기 옷 한 벌로만 산 성철 스님은 지구라는 별에 팬 자국이 가장 적은 분일 거에요. 가난하게 가장 적게 소비하신 거죠. 하지만 이 곳에 남긴 향기는 누구보다 널리 퍼져나간 선승이라고 생각돼요.”

최근 성철(1912~1993) 스님의 일생을 다룬 ‘성철 평전’(모과나무)을 펴낸 김택근 작가는 11일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것은 자기로부터 나오는데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성철 스님의 죽비 소리가 필요한 시대“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한국 불교 대표 수행승인 성철 스님의 법문은 그간 여러 책으로 출간됐지만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작가가 2015년 1월부터 75주간 법보신문에 연재한 글에 성철 스님과 인연이 있는 제자와 후학들의 구술을 더했고, 성철 스님 상좌인 백련불교문화재단 이사장 원택 스님이 감수를 맡았다.

김 작가는 “성철 스님의 흔적이 스친 거의 모든 장소에 방문해 토굴 생활을 유추하기도 하고, 기록을 찾고, 인터뷰하는 등 최선은 다했지만 부족함을 느낀다”며 “스님들은 말씀들을 안 하시고 산속에서 오래 정진하기 때문에 삶의 행적이 끊겨 있는 부분에 대한 복원 작업이 만만치 않았다”고 말했다. 또 “사상을 제대로 흡수하고 소개하기 위한 공부가 힘들 때도 있었다”고 했다. 이를 위해 비중 있게 참고한 문헌만 최소 92권에 이른다.

김택근 작가는 경향신문 종합편집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고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평전을 집필한 베테랑 평전작가다. 모과나무 제공
김택근 작가는 경향신문 종합편집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고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 김대중 전 대통령 평전을 집필한 베테랑 평전작가다. 모과나무 제공

방대한 자료조사 덕분에, 평전에는 1912년 태어난 성철 스님의 유년기부터, 오로지 수행에 매진한 수행자로서의 삶, 이름을 알린 큰 스님이 되고도 평생 산중에 머무르며 ‘청정비구’로 불린 호랑이 스님의 모습이 담겼다. 특히 한국 불교사에 획을 그은 주요 사건의 전후 정황과 증언 등을 토대로 생생하게 복원해 눈길을 끈다. ‘봉암사 결사’를 다룬 대목 등이 대표적이다.

1947년에 일어난 봉암사 결사는 성철 스님, 청담 스님 등 30여명의 스님이 쓰러져가는 봉암사에 모여 일제강점기 잔재나 기복신앙적 요소를 몰아내고 오직 ‘부처님 법대로 살자’며 수행의 근본 틀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의기투합하고 한국불교 풍토를 새롭게 한 일을 이른다.

688쪽에 달하는 평전을 관통하는 성철 스님의 죽비 소리는 세 가지다. 자기를 바로 보라. 남 모르게 남을 도우라. 남을 위해 기도하라. 저자는 “지극히 평범한 말씀이나 새겨 볼수록 성철 스님의 가르침은 평범한 듯 하지만 생각할수록 모골이 송연하다”며 “권력에 취해 인간의 양심을 저버리는 이런 시대에 우리는 남이 아닌 자신의 허물을 탓했던 스님의 위대한 유산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택 스님도 거들었다. 제자들이 자칫 특혜로 비칠 일을 누리지 않도록 성철 스님이 늘 경계했다는 것이다. “최근 권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이 있지만 성철 스님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내 상좌들 절대 주지 맡을 생각 꿈도 꾸지 마라’고 엄포를 놓으셨죠. 정치와는 거리를 뒀지만 세상에 대한 이해가 남달랐던 분이셨어요. 큰스님의 죽비 소리가 그립습니다.”

이번 평전은 불자들의 후원금을 모은 ‘설판(設辦)’ 방식으로 출간됐다. 설판은 법회를 열 때 모두가 십시일반해 비용을 마련하는 전통이다. 위축된 불교출판의 상황을 감안해 일종의 후원(선주문)을 받았고 약 50일만에 불자 560여명이 나선 것이다. 1쇄에는 이들 후원자의 이름이 담겼고 출판사는 후원 액수만큼 책과 다포(茶布)를 선물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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