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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 ‘삼성 합병 찬성’ 소극적 공무원 찍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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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靑, ‘삼성 합병 찬성’ 소극적 공무원 찍어냈다

입력
2016.12.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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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손해 없도록 결정”

복지부 연금 총괄 간부 지시에

문형표 前 장관 “그만 두라” 통보

“靑서 사표 받으라 얘기 해” 밝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으로 출두하고 있다. 신상순 선임기자

청와대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결정에 소극적으로 대처했던 보건복지부 고위 공무원을 상대로 “사표를 받으라”고 문형표(60)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64) 특별검사팀은 문 전 장관이 복지부에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하라”고 지시한 배경에 애초부터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유력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29일 특검팀과 복지부 등에 따르면, 문 전 장관은 작년 6월 말쯤부터 복지부 연금정책국에 “국익을 위한 것이니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삼성 측은 이보다 한 달 전인 5월 26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을 공시했는데, 삼성물산 주주인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반대해 합병 성사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문 전 장관은 “합병이 안 되면 외국계 기업이 우리나라 돈을 긁어갈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삼성이 제시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 비율(1대 0.35)대로 합병 안이 통과되면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에는 수천억원대의 손해 발생이 예상됐다. 때문에 국내에서도 찬반 논란이 일었는데, 복지부 연금정책국을 총괄하는 고위간부였던 L씨는 실무자들에게 “국민연금 손해는 없도록 하고, 전문가들이 결정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문 전 장관의 ‘지시’와는 다소 결이 달랐던 셈이다. 실제로 의결권 자문업체 두 곳은 국민연금에 ‘반대’ 의견을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작년 7월 10일 찬성을 의결했고, 1주일 뒤 주주총회에서 찬성표를 던져 합병 안건은 삼성의 바람대로 통과됐다.

그 직후인 7월 23일, 문 전 장관은 L씨를 집무실로 불러 “그만 두라”고 통보했다. 갑작스런 사표 제출 요구에 화들짝 놀란 L씨가 “왜 그러느냐”고 묻자 문 전 장관은 “청와대 인사수석실에서 그런 이야기가 내려왔으니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고위 공무원의 임면권은 대통령에게 있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L씨는 곧이어 사표를 냈고, 다음달 중순쯤 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찍어내기’를 한 것이다.

특검팀은 최근 복지부 관계자들을 소환해 ‘삼성 합병’과 관련한 문 전 장관의 찬성 종용 , L씨에 대한 사표 제출 외압 등에 대한 구체적 진술과 물증을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문 전 장관이 그 대가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직을 약속받았다고 볼 만한 정황도 포착했다. L씨에게 문 전 장관이 “나도 곧 그만둘 예정인데, 공단 이사장으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 직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조기대응 실패 책임을 지고 장관직에서 물러난 그는 불과 4개월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올랐다.

특검팀은 지난해 8월 삼성이 최씨 측과 맺은 220억원대의 지원계약의 대가성 규명과 관련, 전날 새벽 긴급체포한 문 전 장관에 대해 직권남용과 위증 등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 21일 수사를 개시한 특검팀의 첫 구속영장 청구다. 이 특검보는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지시한 사실은 인정했다”며 “청와대의 지시 유무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팀은 그가 청와대 안종범(57ㆍ구속기소) 전 정책조정수석이나 김진수 전 보건복지비서관의 지시를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향후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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