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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반기문이 버려야 할 세 가지 자산

입력
2017.01.0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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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 연고ㆍ외교부ㆍ낡은 보수 버려야

지리멸렬한 보수 혁신 이룰 수 있어

건강한 보혁 대선 경쟁 밀알 되길

반기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될 유력한 인물이라서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오는 12일 귀국할 그가 ‘최순실 게이트’로 졸지에 거덜난 국내 보수 혁신의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에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까지 부정하는 본래 의미의 진보 정치세력은 없다. 다만 자유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어진 여당 쪽은 상대적으로 부국강병과 경제성장, 친기업 정책을 선호해 편의상 보수로 칭해졌다. 반면, 과거 민주당에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이어진 야당 쪽은 평화와 인권, 개인의 자유와 부의 균등 등의 가치를 보다 중시하면서 진보로 불려졌을 뿐이다. 그럼에도 그나마 보수의 존재가 중요한 건 급변하는 정치 환경 속에서 진보적 주장과 정책을 적절히 견제할 정치세력이 여전히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군웅이 할거하는 듯이 보여도 진보 진영에선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질서정연한 내적 연대구도가 선명해 보인다. 반면, 보수 진영은 난립 상태다. 어쨌든 새누리당이 남아 있는 가운데, 탈당한 비박이 가칭 ‘개혁보수신당’을 창당했다. 일찌감치 기존의 보수보다는 좀 더 개혁적 인 중도를 자처했던 국민의당 역시 넓게 봐서는 보수 DNA를 갖고 있는 세력이며, 김종인 손학규 등 개헌연대를 고리로 정계개편을 모색 중인 반문(反文) 세력 역시 향후 개혁적 보수의 울타리 안으로 진입할 여지가 없지 않다.

반기문은 현재 난립 중인 모든 보수, 또는 보수적 진영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가 어떤 세력과 어떤 식으로 손을 잡느냐에 따라 그 자신은 물론, 보수 혁신의 성패까지 좌우될 수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반기문이 이런 현실에서 보수 혁신의 성공적 변수가 되려면 최소한 세 가지 자산을 과감히 버리고 세 가지 자산을 새로 얻어야 한다.

우선 충청도를 버려야 한다. 반기문은 충북 충주 출신이다. 그런 지역 근거를 배경으로 벌써부터 과거 ‘충청 대망론’을 잇는 듯이 보이는 다양한 정치세력이 움직이고 있다. 기존 정치권에서도 충청권 의원들이 반기문 지지세력임을 내세우며 결집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정치공학적으로 지역 근거가 필요하다 해도, 지역성이 앞세워지는 순간 반기문은 대권 주자로서나 보수 혁신의 아이콘으로서의 존재가치가 반감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기문은 충청 지역 기반을 넘는 폭넓은 행보를 보여 줘야 한다.

다음으로 버려야 할 건 외교부다. 아직까지 ‘반기문 대선캠프’의 핵심 동력은 선후배 외교부 엘리트 관료들이다. 하지만 외교부 인맥 만으론 전반적 국가 리더십으로서 신뢰를 얻기 어렵다. 향후 권력분점형 개헌을 전제하더라도, 당장 경제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얻을 만한 세력과 제휴가 절실하다. 이런 점에서 반기문 측이 최근 김종인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 측에 “귀국 후 가장 먼저 만나겠다”고 화답한 건 의미심장하다.

반기문이 마지막으로 버려야 할 건 보수 혁신의 물을 흐리기 십상인 기득권 보수세력들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이 최근 “보수신당이 대통령 후보를 내는 건 정권을 연장하겠다는 것”이라며 박근혜정부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과 제휴 가능성을 일축한 건 음미할 가치가 있다. 최소한 새누리당 지도부에 있던 인사들과는 과감히 결별해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다.

<임제록>에 전해지는 ‘살불살조(殺佛殺祖)’의 화두가 있다. ‘부처(佛)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祖)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고, 부모를 만나면 부모를 죽여라.’ 득도하려면 익숙한 관념의 상(相)을 뛰어넘으란 얘기다. 정치와 득도가 같은 과정일 리는 없지만, 경계를 초월해 새로움을 얻으라는 건 지금 반기문에게도 유효한 얘기일 것이다.

반기문이 보수 혁신의 밀알이 된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보수 혁신이 성공해 보다 건강해진 보수와 진보 진영의 대선 후보가 차기 대선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치길 기대한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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