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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중년 교복

입력
2017.07.30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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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에 환승 하는 지하철 용산역에는 산으로 향하는 노년층으로 늘 북적거린다. 단풍처럼 알록달록한 등산복에 배낭을 메고 등산용 지팡이를 챙긴 남녀가 무리를 짓는 풍경이 한결같다. 도봉산이나 소요산 등 서울 외곽 산이나 춘천 등지로 가기 위해 전철이나 열차 등으로 갈아타려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직장인이라면 이처럼 출근 시간 대에 등산복 차림일 리 만무하지만, 이들은 표정이 매우 밝고 들떠 보인다. 저렴하게(일부는 무료) 전철을 이용하고, 지인을 만나 산에 오르며 건강을 챙기니 즐겁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

▦ 일반 승객들은 대형 배낭을 메고 자전거까지 타고 나온 일부 등산객 때문에 짜증스럽다. 그래서 이들에 대해 ‘중년 교복’을 입었다거나 ‘아재 룩’이라고 비꼰다. 한때는 중학생까지 노스페이스 패딩을 입지 않으면 왕따를 당할 정도로 아웃도어 시장은 최대 7조원 규모까지 성장하면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불렸다. 하지만 2014년부터 성장률이 둔화해 이제는 매출과 수익성 모두 내려가는 상황이다. 아마도 중년들이 주로 입거나, 산에서만 입는 옷이라는 이미지가 덧씌워지면서 젊은 세대의 외면을 받은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 지난 주말 수도권 전철 신분당선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에게 운임을 징수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2011년 10월 개통한 신분당선은 지난달 기준 누적 적자가 3,931억원으로 의정부 경전철처럼 파산위기에 몰렸다. 그래서 기본요금(1,250원)을 제외한 별도요금 900원만이라도 받자거나, 무료운임 적용 나이를 70세로 높이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렇게 되면 정부의 경로우대 요금감면 정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게 국토교통부의 고민이다. 신분당선에서 노인요금을 받으면 다른 노선으로 확산이 불가피하다.

▦ 전국 7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액은 5,381억원으로 당기 순손실(8,419억원)의 60%를 넘는다. 1984년부터 노인 무료운임제가 시행됐지만, 당시에는 노인 인구가 3.9%라 부담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 노인 인구가 14%에 달해 고령사회가 되고, 2026년이면 초고령사회(20%)에 진입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미래 성장잠재력을 급락시킬 리스크로 잠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철 무임승차 노인을 우스개로 ‘지공거사(地空居士)’라 한다. 이런 사자성어에 웃을 수만 없다는 것이 걱정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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