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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씨…” 판사들의 막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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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씨…” 판사들의 막말

입력
2017.06.2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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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인터넷망 ‘코트넷’에

익명으로 도넘은 인신공격성 발언

사법개혁 요구 취지 퇴색 우려 속

사법부 갈등 이번주 분수령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대법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른바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불거진 사법부 내홍(內訌)이 익명의 그늘 아래 더욱 깊어지고 있다. 평소 보수적이고 과묵한 판사들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과격한 언사로 인해 사법개혁 요구 취지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내부망인 ‘코트넷’ 익명게시판에는 인신공격성 발언 등 도 넘은 글이 수십 건 올라왔다. 19일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추가조사 등을 의결한 것을 두고 법원 내부에서 입장이 갈리자, 의견을 달리한 판사들이 서로를 비난하며 거친 표현을 여과 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사법부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에 대해 수위를 넘어선 거친 표현은 ‘제 얼굴에 침 뱉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법원장 직함을 빼고 ‘양승태씨’라고 표현하는 등 예의를 벗어난 인터넷 댓글 수준의 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왜 아직까지 제대로 된 말씀이 없냐” “사법부를 위해 용단을 내리시는 것이 적절하다”는 등 입장 표명 압박과 사퇴를 거론하는 직접적인 공격도 심심치 않게 올라오고 있다.

자신은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마음에 들지 않는 언행을 한 특정 부정판사를 실명 거론하며 조롱한 것도 논란이 됐다. 법관회의 진행 방식에 문제제기를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대해 "어찌 만연히 그렇게 오셔서 준비부족을 자인하는 말씀을 당당하게 하시는 것인지 연배 일천하고 까마득한 후배인 저로서는 안쓰럽다는 생각만 들었어요"라고 비꼬았다.

김창보 법원행정처 차장이 특정인 비난과 관련해 “법관 품위” “민형사상 책임” 등을 언급하며 자제를 당부하고 나섰지만 법원 게시판이 의도치 않게 갈등 증폭의 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평소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피고인을 꾸짖던 판사들이 정작 자신의 일을 두고서는 이중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내부에서도 제기된다. 법원의 한 고위 간부는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고 설득하지 못하면서 법정에 오는 사건들을 어떻게 공정하게 처리한다고 자부할 수 있을지 대단히 걱정스럽다”고도 말했다.

사태가 악화 일로에 있는 가운데 이번 주가 사법개혁 갈등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6일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전효숙)가 법원행정처의 사법개혁 논의 축소 압박 의혹과 관련한 진상조사 검증 결과와 함께 압박 당사자로 지목된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관련자의 책임 소재와 징계 권고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조만간 법관회의 의결 내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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