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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짝' 극단적 선택은 예견된 비극… 출연자 마음 조금 더 헤아렸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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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짝' 극단적 선택은 예견된 비극… 출연자 마음 조금 더 헤아렸다면…

입력
2014.03.0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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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짝'에 참가했던 여성 출연자가 목숨을 끊은, 방송 사상 전무후무한 사건이 일어난 뒤 세간의 관심은 '그녀가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에 모아졌다.

이 여성은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제작진에 대한 감사를 유서에 남겼고 제작진 역시 "촬영 도중 불미스러운 일이 없었다"고 했으니 촬영 과정이 직접적인 압박을 가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전적인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그녀가 촬영 도중 친구들에게 보낸 휴대폰 메시지에는 "신경 많이 썼더니 머리 아프고 토할 것 같아. 얼른 집에 가고 싶어", "같은 기수 출연자들도 내가 제일 타격 클 것 같다고 해" 등 유서와는 다른 내용이 적혀 있다.

출연자끼리 벌이는 사랑 쟁탈전, 24시간 따라 다니는 카메라 등이 스트레스를 낳았을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제작진의 간섭이 더해지면 출연자들은 더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기자가 취재 도중 만난 '짝' 출연자는 "제작진의 머릿속에 이미 결과가 들어 있으며 출연자들은 그 결과에 맞춰 움직여야 한다"고 고백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재미가 만들어진 캐릭터들의 갈등이라면 제작진은 시청률을 위해 그 갈등을 부풀릴 필요가 있었을지 모른다. 자살한 출연자의 친구들도 "제작진이 친구를 비련의 여주인공으로 몰아간 듯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사람들은 그녀가 제작진에게 퇴소하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한 이유를 궁금하게 여긴다. 그러나 '짝'에 출연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출연 동의서'를 작성했으니 제작진의 의도에 맞추려 하고 따라서 중도 포기의 뜻을 쉽게 꺼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쟁과 갈등의 구도에 따라 상대에게 선택 받지 못해 도시락을 혼자 먹거나 데이트를 하지 못해 숙소에서 뒤치다꺼리를 하는 것은 여성 출연자가 수치로 느낄 것들이다. 한 출연자는 "가족과 친지, 친구 등에게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출연을 자발적으로 결정했으니 불만도, 책임도 다 출연자 개인의 몫이라고만 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죽음을 택한 여성은 제주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제작진에게 출연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결제를 마쳐 취소할 수 없다는 제작진의 설득에 하는 수 없이 출연하게 됐다는 것이다. 제작진에게도 사정은 있겠지만, 출연자의 마음에 조금이라도 귀를 기울였다면 어땠을까. 적어도 비극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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