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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대선 지형, 영호남 뒤바뀐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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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대선 지형, 영호남 뒤바뀐 고민

입력
2017.04.0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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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 표심 문재인 45% vs 안철수 39%

대구ㆍ경북도 진보ㆍ중도 양강 구도화

TK “보수 대안은 없지만…”

전략적 투표에 고심

호남은 “어쨌든 정권교체”

두 장의 카드 놓고 저울질

5월 9일 ‘장미대선’의 지형이 큰 틀에서 바뀌고 있다. 대통령 탄핵 여파로 대선 운동장이 야권으로 급격히 기울어진 뒤 보수의 아성으로 불리던 영남은 이제 야당 지역으로 변했다. 지난 총선 당시 야당에 곁을 내줬던 부산ㆍ울산ㆍ경남(PK)은 ‘문재인 대망론’의 중심이 됐고 보수의 마지막 보루라는 대구ㆍ경북(TK)마저 보수 후보를 멀리하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잡을 ‘전략적 투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전략적 투표가 호남(광주ㆍ전남ㆍ전북)의 전유물이던 시대는 갔으며 PK와 TK는 더 이상 정치색을 이유로 ‘영남권’으로 묶기 어렵게 됐다. 반면 호남은 민주당과 국민의당 가운데 누가 정권을 잡아도 정권교체가 될 상황을 맞아 문재인과 안철수라는 두 명의 야권 후보 가운데 더 나은 선택을 해야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전략적 투표로 고민하는 TK

원내 5개 정당 대선후보가 모두 결정된 4일 JTBC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TK 지역에선 지지율 38.2%인 안 후보가 26.7%에 그친 문 후보에 앞서고 있다. TK 적자(嫡子) 경쟁을 벌이고 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6.1%와 6.2%에 불과하다.

TK 민심은 ‘문재인만은 안 된다’는 반문 정서로 요약할 수 있다. 범보수 세력인 홍 후보와 유 후보가 문재인 후보를 이길 수 없기 때문에 대안 카드로 안철수 후보를 찾는 모양새다. 대구 관문시장에서 10년째 의류 매장을 경영 중인 나모(48)씨는 “아직 대세는 문재인 같지만 개인적으로 안철수가 문재인을 이겨줬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문재인만 잡을 수 있다면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상관없다”고 했다.

야성(野城) PK에선 문재인 대망론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고향인 PK는 진작에 문 후보를 선택했다. 지난 총선 때 낙동강 벨트 9곳 가운데 4개를 민주당에 내준 뒤 PK의 정치색은 확연히 야성을 띠었다. JTBC와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 PK지역에서 문 후보는 안 후보를 더블 스코어(44.6% 대 22.9%)로 리드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정당 지지율에서도 민주당은 42.0%로 11.8%인 한국당을 4배 가까이 앞서고 있다.

PK 지역의 정권심판론은 세대불문이다. 부산 연제구에 사는 김대진(37)씨는 “정권교체와 진정한 민주주의 실현이 차기 대통령의 과제”라고 강조했고, 동래구 주민 정민성(47)씨도 “최순실 사태와 과거 정부에 대한 비리를 밝혀내고 선량한 일반인들이 잘 살 수 있는 정의로운 사회분위기를 만들 수 있는 후보를 대통령으로 뽑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선거 대화에서 여당 지지자는 왕따를 당하기 십상이다. “남북관계나 안보를 생각한다면 보수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주부 김모(53ㆍ경남 진주시)씨는 “친구들끼리 카페에 모이면 후보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여당을 지지한다고 선뜻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두 장의 정권교체 카드 쥔 호남

호남 민심은 대조적이다. 호남 이해와 맞아 떨어지는 후보가 지지율 1, 2위를 기록하면서 한껏 들떠 있다. 광주 충장로에서 만난 회사원 전광진(44)씨는 “역대 이렇게 편한 대선이 있었나 싶다”며 “호남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문 후보와 안 후보 둘 중에 한 명이 대통령이 될 텐데, 이런 선거판을 보니 그저 설렌다”고 웃었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90% 넘는 몰표를 주고도 번번이 고배를 마셨던 호남으로선 가슴 떨리는 선거 판세인 셈이다.

그러나 불편한 시선도 감지된다. ‘호남 대 다른 지역’ 구도였던 역대 대선과 달리 싸움 양상이 ‘호남 대 호남’으로 달라져서다. 호남 기반 두 야당의 경쟁이 상대방 흠집내기로 흐르고 있는 데 대한 우려가 크다. 자영업자인 김영국(59)씨는 “과거 호남은 몰표를 주고 늘 패하면서도 서로를 다독이며 하나가 됐었는데 이번엔 서로 ‘내 편’, ‘네 편’으로 갈라서는 모습이 눈에 띄어 보기에 좋지 않다”고 꼬집었다.

정치학계는 역대 전례 없는 선거 판도 변화 분석에 분주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현재 영남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를 상대로 압도적 우세를 이어가며 적극적 지지 동기가 남아 있지 않았던 2007년 17대 대선 당시 호남과 비슷하다”면서 “종전까지 한결 같은 선택을 해온 영남 유권자들이 이번엔 색다른 대안 선택을 강요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는 “PK가 누굴 고를 거냐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라며 “안 후보가 선전하면서 이 지역의 문재인 쏠림 현상이 약화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대구=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부산=정치섭 기자 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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