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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의 영역' 부가세 인상… 대안은 없나

입력
2015.03.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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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10조대 탈세 막는 게 급선무 "면세범위 조정도 효과" 의견도

부가가치세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반발이 심한 세금으로 꼽힌다.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소비만 하면 저절로 내는 세금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1977년 10%라는 당시로선 파격적인 세율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부가가치세 도입의 여파로 다음 해 총선에서 당시 여당인 공화당은 패배를 맛봐야 했다. 1979년 부마(부산-마산)항쟁에서도 시위대는 유신 철폐와 함께 부가세 철폐를 요구했다. 부가세율이 38년 간 한번도 인상된 적이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역대 어느 정권도 부가세만큼은 건들지 못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부가세 인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세 수입 부동의 1위(2014년 기준 27.7%)인 만큼 세수 인상 효과가 막대하다. 기획재정부가 2013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부가세율을 12%로 적용했을 때 부가세는 연간 11조1,000억원이 추가로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포인트만 올려도 최소 5조원 이상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해마다 부가세 세수가 증가하고 있는 점을 반영하면 3%포인트 올릴 경우 20조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부가세 인상이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19개 나라가 부가세율을 인상했고, 같은 기간 OECD 평균 부가세율은 1.5%포인트 올랐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 부가세율은 38년 간 10%에 고정되면서 OECD 평균인 19%(2014년 기준)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OECD는 지난 달 발표한 ‘구조개혁평가보고서’에서 “한국의 부가가치세 세율은 OECD에서 두 번째로 낮다”며 “공공ㆍ사회지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부가세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부가세 인상이 실제로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소득세제 개편을 둘러싼 내홍을 겪으며 정부의 추진 동력이 약화됐다는 점이 크다. 부자보다는 서민들에게 더 큰 부담이 되는 만큼 조세제도의 기본인 소득재분배 개선에 역행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도 부가세 인상은 금기의 영역에 가깝다.

소비 부진이 지속되고 있어 부가세 인상이 어려운 시점이란 분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부가세가 오른 만큼 서민 물가가 올라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내수 부진으로 당초 계획보다 부가세가 덜 걷히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부가세를 건드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소비세(부가세)를 기존 5%에서 8%로 인상한 일본의 경우 2014년과 2015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1%와 1.6%로, 인상하지 않을 경우에 비해 각각 1.4%포인트, 0.8%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무엇보다 부가세는 최후의 보루로 남겨둬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정부 안팎에서는 “막대한 통일 비용을 감당하려면 부가세 인상이 가장 효과적인 만큼 통일에 대비해 부가세 인상만큼은 남겨놔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제기된다.

때문에 부가세율을 건드리기보다는 탈세를 막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도 나온다. 조세재정연구원은 가짜 세금계산서나 현금 결제를 이용하는 수법의 부가세 탈세액이 연간 1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부가세는 간접세임에도 체납액이 2011년 기준 6조7,000억원으로 국세체납액의 36%에 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선진국보다 넓은 면세범위를 조정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원 수강료 등 현재 면세 대상인 분야는 부가세를 물리는 대신 서민들의 생필품에는 10%의 세율을 낮추는 등의 방식을 통해 세수를 늘리면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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