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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360°] 강정호 선수, 안 다치는 게 목표라면서요

입력
2016.12.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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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의 피츠버츠 파이어리츠팀 소속 강정호선수가 지난 6월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 경기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뉴욕=김형준 기자
미국 프로야구인 메이저리그의 피츠버츠 파이어리츠팀 소속 강정호선수가 지난 6월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 경기에 앞서 활짝 웃고 있다. 뉴욕=김형준 기자

지난 6월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만난 강정호(29·피츠버그) 선수는 어엿한 팀의 에이스가 돼 있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뉴욕 메츠 경기에 앞서 인터뷰를 하기 위해 피츠버그의 클럽하우스(라커룸)에 들어서자 한국 기자라는 것을 알아본 팀 동료들이 장난기 어린 얼굴로 강정호 자리까지 안내했다. 경기 전 연습 때에도 강정호 앞에 유독 많은 팬들이 몰려 사인을 받는 등 달라진 팀 내 위상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강정호의 존재는 미국 교민들과 우리 야구 팬들에게 큰 기쁨이었다. 피츠버그의 원정경기임에도 강정호를 보려고 수많은 뉴욕 거주 교민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심지어 그를 보려고 한국에서 뉴욕으로 여행을 온 가족도 있었다. 당시 가족과 경기장을 찾은 최수철(46)씨는 “온 가족이 강정호의 열혈 팬이라 미국 여행 일정을 피츠버그 경기 일정에 맞췄다”고 말했다.(▶관련기사 바로가기)

당시 현지 언론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메츠와 3연전 중 첫날인 6월 15일(한국시간) 강정호가 상대 선발 제이콥 디그롬을 상대로 시즌 9호 홈런을 쳐 승리를 이끌자 경기 후 많은 현지 기자들이 강정호에게 몰려 질문을 던졌다.

강정호가 지난 6월15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 전에서 시즌 9호 홈런포를 터뜨린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강정호가 지난 6월15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 전에서 시즌 9호 홈런포를 터뜨린 뒤 홈으로 들어오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강정호가 사랑 받았던 두 가지 이유

이처럼 지난 6월까지만 해도 강정호는 코리안 메이저리거 중 가장 사랑 받는 선수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KBO 리그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최초의 야수이며, 데뷔 첫해부터 인상적인 활약으로 주전급 선수가 됐다는 점이다. 피츠버그 입단 첫해인 지난해부터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펼친 그는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 3위에 올랐다.

특히 타율 0.310, 출루율 0.364, 장타율 0.548을 기록한 강정호의 후반기 성적은 메이저리그 신인왕을 따낸 크리스 브라이언트(시카고 컵스·후반기 타율 0.282 출루율 0.361 장타율 0.505)를 앞선다. 만일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정강이뼈 골절 부상만 입지 않았어도 신인왕을 충분히 내다볼 만한 페이스였다.

피츠버그 내야수 강정호(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6월 17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정범진 뉴욕주청구법원 판사 겸 뉴욕시형사법원 차석 판사. 뉴욕=김형준 기자
피츠버그 내야수 강정호(오른쪽 세번째)가 지난 6월 17일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 두번째는 정범진 뉴욕주청구법원 판사 겸 뉴욕시형사법원 차석 판사. 뉴욕=김형준 기자

이런 그의 활약은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에게 KBO리그가 신뢰 할 만한 시장이라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2006년 넥센 히어로즈 전신인 현대유니콘스에 입단한 이후 줄곧 KBO리그에서만 뛰어 온 그가 메이저리그의 진출 길을 트자 지난 겨울 박병호(미네소타), 김현수(볼티모어) 등 국내 무대서 꾸준한 활약을 펼쳐온 야수들이 메이저리그로 직행했다.

강정호가 야구팬들에게 사랑 받은 또 하나의 이유는 정강이뼈 골절 및 무릎 부상 이후 보여준 성실한 재활 과정이었다. 지난해 9월 18일 2루에서 수비하던 그는 정강이를 향해 들어온 크리스 코클란의 태클을 피하지 못해 부상을 당했다. 그의 부상은 미국에서 주자의 태클에 대한 규칙 개정 논의가 일어날 만큼 심각했다.

큰 수술을 마친 강정호는 그 해 시즌 종료 후 국내에 들어오지 않고 미국에서 묵묵히 재활에 집중했다. 덕분에 부상 당한지 232일만인 지난 5월 7일 그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한 원정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복귀전도 화려했다. 6번타자 겸 3루수로 출전한 그는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고 이후 맹타를 휘둘러 금새 중심 타자가 됐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 선수가 6일 강남경찰서에 재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강남에서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강정호 선수가 6일 강남경찰서에 재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장 밖 병살타, 그리고 삼진아웃

지난 6월 기자가 그를 만났을 때 그의 경기력은 절정이었다. 팀의 중심타선을 굳게 지키고 있었고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눈앞에 두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그의 목표는 높은 타율, 많은 개수의 홈런이나 안타가 아니었다.

그는 “다치지 않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부상 이후 재활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 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때 그는 “부상 때문에 흔들리고 싶지 않았다”며 “회복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지 몰라서 힘들었지만 그럴 때마다 더 열심히 재활에 임했다”고 말했다. “복귀 후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과거의 부상 탓이라는 얘기를 듣기 싫어서 더 이를 악물었다”는 그의 말에서 다시 일어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그런데 이후 그는 의지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지난 6월 말 느닷없는 성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위기를 맞았다. 미국 시카고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월18일 시카고 컵스와 방문 경기를 위해 시카고에 간 강정호는 경기 후 숙소에서 스마트폰용 데이트 알선 소프트웨어(앱)를 통해 한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강정호가 술을 먹이고 성폭행했다"고 신고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올해부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가정폭력 및 성폭행 방지 협약에 따라 적발 선수에게 강한 징계를 내리기 때문에 혐의가 입증되면 강정호는 출장 정지 등 중징계를 받아야 했다. 현재 고소 여성이 잠적해 해당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공백기에서 벗어난 그의 행실에 많은 팬들이 실망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 것이 끝이 아니다.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강정호가 사고를 쳤다. 강정호는 지난 2일 오전 2시 48분 혈중알코올농도 0.084%인 상태에서 운전을 해 숙소인 서울 삼성동 G호텔로 돌아가던 중 서울 강남의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났다. 조사결과 동승했던 지인에게 음주 사고를 떠넘기고 숙소로 들어갔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문제는 음주 운전이 처음이 아니라 2009년 8월과 2011년 5월에도 적발 전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음주운전 삼진아웃제가 적용된다.

다치지 않는 것이 목표라더니…

이제 강정호를 기다리는 것은 법적 처벌과 구단 또는 리그의 징계다. 그만큼 그는 연거푸 불미스러운 일로 도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그는 사고 직후 사과문을 통해 잘못을 인정하고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밝혔지만 팬과 국민들의 마음을 돌리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실망스러운 것은 스스로 다짐한 것 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언행불일치다. 그는 힘든 재활 끝에 복귀한 뒤“다치지 않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지만 해도 넘기기 전에 타인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 뺑소니 사고를 저질렀다.

최근 피츠버그의 닐 헌팅턴 단장은 피츠버그 포스트 가제트와 가진 인터뷰에서 “강정호가 뛰어난 선수뿐 아니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중”이라며 “그를 바른길로 인도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의 경기력이 아닌 인간성에 실망했다는 의미로 들린다.

6일 2차 경찰조사를 받고 나온 강정호는 “(실망한 팬들에게) 앞으로 제가 야구로서 보답할 일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많은 팬들이 그에게 바라는 것은 4할 타자 강정호보다 믿음이 가는 선수가 돼 주는 것이다. 경기장에서 실력을 증명하는 것보다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리겠지만 제대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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