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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한국에서 2년 동안 별거한 이유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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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가 한국에서 2년 동안 별거한 이유는요…”

입력
2017.11.15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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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에서 온 하르샤ㆍ소나리 부부

왼쪽부터 하르샤와 소나리의 한국어 선생님인 최미경 대구외국어대학 교수, 소나리, 하르샤. 하르샤는 2년 가까이 별거한 끝에 최미경 교수에게 몰래 찾아가 “부부란 게 밝혀지면 한국에서 추방 되느냐”고 물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왼쪽부터 하르샤와 소나리의 한국어 선생님인 최미경 대구외국어대학 교수, 소나리, 하르샤. 하르샤는 2년 가까이 별거한 끝에 최미경 교수에게 몰래 찾아가 “부부란 게 밝혀지면 한국에서 추방 되느냐”고 물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우리 두 사람이 부부란 게 밝혀지면 다시 스리랑카로 돌아가야 하는 줄 알았어요.”

2015년 3월 어학연수생으로 한국에 온 하르샤(28)와 소나리(30) 부부는 한국생활을 별거로 시작했다. 규정을 오해한 까닭이었다. 두 사람은 어학연수비자(D4) 소지 유학생은 배우자를 데리고 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부부 모두에게 D4 비자가 있을 경우 해당되지 않는 조항이었다. 규정을 오해한 것이었다. 1년 하고도 8개월이 흐른 어느 날, 남편인 하르샤가 벼르고 벼르다가 한국어 선생님에게 따지듯이 말했다.

“우리 두 사람이 부부란 게 알려지면 추방되는가요? 부부가 죄도 아닌데 너무 억울합니다. 한국사람들은 너무 냉정해요!”

자초지종을 알게 된 한국어 선생님은 배를 잡고 웃었다.

2016년 12월, 두 사람은 기나긴 별거를 끝냈다. 하르샤는 “신혼 첫날밤처럼 설렜다”면서 환하게 웃었지만, 소나리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회사에서 처음 만났다. LG의 스리랑카 현지 에이전시인 LG어반스(abans)에서 같은 사무실을 썼다. 2014년에 결혼해 1년 동안 신혼생활을 하다가 보다 큰 꿈을 이루고 싶어서 한국행을 택했다.

막상 와 보니 생각보다 힘들었다. 아르바이트 자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다. 피부색 때문이었다. 하르샤는 “같은 아시아 사람이라도 피부 톤이 희면 알바 자리를 구하기 쉽다”면서 “베트남이나 우즈벡 친구들에 비해 일자리 구하기가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규정상 공장에 취업할 수도 없었다. 대전에 있다가 대구로 내려온 것도 대구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은 때문이었다. 2016년 대구로 이사를 했다.

그러나 대구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대구에 정착해서 두어 달도 지나지 않았을 무렵에 두 사람은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하르샤가 아르바이트 면접을 보러 갔다가 시간이 너무 늦어 집으로 오는 도중에 지하철이 끊겼다. 중간에서 내려서 집까지 3시간이나 걸었다. 아직 겨울 한기가 가시지 않은 초봄이었다. 아내는 집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

“스리랑카는 한국 같은 겨울이 없어요. 추울 땐 될 수 있으면 밖에 안 나갔는데, 그날은 어쩔 수 없이 추위에 떨어야 했어요. 그때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아파요.”

지난해 9월 소나리가 남편에게 차량을 선물했다. 한국어능력시험(TOPIK) 4급에 합격해 대학에서 받은 장학금 100만원에 생활비를 아껴 조금씩 모아둔 50만원을 보태서 중고차를 샀다. 소나리는 “차 덕분에 아르바이트를 늦게 끝나도 안심”이라면서 “일상이 훨씬 윤택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대학에 재학 중이다. 하르샤는 올해 대구외국어대 영어통상학과 입학했고, 소나리는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2학년이다. 소나리는 “물리학을 공부하고 싶었지만 한국어가 부족해 영문과에 진학했다”고 했다.

“영문과라서 영어로 수업을 진행할 줄 알았는데 조금 실망했어요. 하지만 한국어 열심히 해서 하고 싶은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요.”

소나리는 더 공부해서 박사 학위까지 따고 싶다고 했다. 두 사람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이 정말 행복하다”면서 “한국에 올 때 마음에 품었던 꿈을 다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김광원 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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