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고은경 기자

등록 : 2017.07.04 15:54
수정 : 2017.07.04 16:03

“STOP IT! 보신탕 그만 잡수시개”

등록 : 2017.07.04 15:54
수정 : 2017.07.04 16:03

[고은경의 반려배려] 50만 마리 이상이 ‘보신’을 이유로 복날 전후 도축

식용개 농장 개들이 철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제공

“STOP IT(이제 그만해)! 그만 잡수시개.” 동물보호단체들이 오는 12일 초복을 앞두고 개식용을 반대하며 내놓은 홍보 문구다. 동물단체들은 지난해 “아빠는 멍멍이 안 먹지?”라는 문구와 함께 아이와 반려견이 나란히 있는 사진을 공항버스 광고로 게재하면서 개식용 문제를 이슈화했다.

사람들이 ‘외국인들이 개고기 먹는 걸 어떻게 볼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먹지 않기를 바라는 의도를 담았다고 했다.

올해 동물단체들이 준비한 개식용 반대 홍보 전략은 더욱 다양하다. 온라인에서는 국내와 해외 동물보호단체가 힘을 합쳐 개식용 반대 서명 운동에 돌입했다. 동물단체들은 또 이번 주말부터 광화문과 시청,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개농장 가상체험(VR) 존을 만들어 식용개들의 열악한 실태에 대해 알릴 예정이다. 시내 한복판에 VR 전용 고글을 끼고 실제 개농장의 모습을 3D로 체험케 함으로써 감춰져 있는 실상을 전한다는 목표다.

복날이 되면 불거지는 개식용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결을 위해 본격적으로 논의된 적도 없다. 정부는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해외 여론을 의식해 1983년부터 도로변과 도심에서의 보신탕 영업을 금지했다. 하지만 그때뿐, 정부는 그 이후로도 개고기 유통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업자들을 의식해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해왔다.

동물보호에 적극적인 정치인들도 유독 개식용 문제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관련 간담회나 토론회에 참석만 해도 개농장 운영자들로 구성된 육견협회 등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한국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들 중 일부는 해외로 입양돼 반려견으로 살아가고 있다. HSI 제공

그러는 사이 반려견이 아니라 식용이라는 이유로 연간 100만 마리, 하루 2,740마리의 개들이 법의 사각지대 속에서 도축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축산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만 축산물 위생관리법에는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는 개를 식용으로 키우는 것은 합법이지만 도축하는 것부터는 불법이라는 얘기다.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따르면 가축의 도살은 허가 받은 작업장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 법에 개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므로 허가 받은 작업장은 있을 수가 없다.

정부의 실태 조사 역시 허술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얼마 전 동물단체 카라와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환경부로부터 가축분뇨처리시설 신고 의무가 있는 개농장의 자료를 요구해 최소 2,862개 농장에서 78만1,740 마리 이상이 사육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개농장 관리기준은 분뇨처리 상황 점검이 전부이며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개농장 수와 실제 조사한 결과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부와 시민들은 이제라도 개식용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된다. 반려인구 1,000만 시대에 개는 가축보다는 반려동물에 더 가깝다고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개식용이 사양산업이며 사육부터 도축까지 동물학대를 벗어날 수 없음을 인식하고 관련 업계와 개식용을 지지하는 이들로부터 개식용 금지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방치나 외면이 아니라 본격적으로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해 논의할 수 있는 여건과 함께 땜질식 처방이 아닌 업종 전환에 따른 세제혜택 등 정책적 마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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