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상원 기자

등록 : 2018.02.12 18:53
수정 : 2018.02.12 23:02

남북창구ㆍ대북특사ㆍ한미훈련…3대 변수에 정상회담 달렸다

남북정상회담 3대 변수

등록 : 2018.02.12 18:53
수정 : 2018.02.12 23:02

1. 남북 키플레이어는 누구

靑, “통일부ㆍ국정원이 對北 두축”

북측에선 김여정ㆍ리선권 등 꼽혀

2. 언제 누구 보내나

“김여정 방남 답례로” 주장 활기

이해찬ㆍ임동원ㆍ김홍걸 등 물망

3. 시기ㆍ규모 어떻게 되나

4월 초에 실시할 가능성 높아

참가벼역 등 수위는 낮출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종석 비서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문 대통령,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청와대사진기자단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북측 고위급 대표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3차 남북정상회담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선 통일부 국가정보원 양축으로 하되 청와대가 조율ㆍ지휘하는 체제로 정리되면서 남북관계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키 플레이어’의 윤곽이 드러났고, 여권에선 대북특사 파견을 둘러싼 다양한 방안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상회담까지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선 4월 한미 연합군사훈련 재개 문제라는 큰 고비도 넘겨야 한다.

① 남북대화 국면의 ‘키 플레이어’는 누구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대북문제는 통일부와 국정원 두 축을 중심으로 하면서, 국가안보실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지원ㆍ조율하는 식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북창구 역할을 맡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나 막후에서 대북전략을 주도할 서훈 국정원장이 남북정상회담 국면에서 남측 키 플레이어가 될 것이란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도 10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에게 두 사람을 소개하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때 북을 자주 방문했던 분들”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2000년과 2007년 1ㆍ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 원장은 국정원 대북전략조정단장, 3차장으로 막후 협의를 책임졌던 산 증인이다. 조 장관 역시 통일부에서 실무 지원을 하거나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으로 2차 회담 배석까지 했던 베테랑이다. 여기에 두 사람과 수십년간 호흡을 맞춰왔던 천해성 통일부 차관과 김상균 국정원 북한 담당 2차장이 실무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선 이례적으로 11일 북측 고위급 대표단 환송만찬을 주재했던 임종석 실장도 주목을 받는다. 17대 국회 내내 외교통일위 위원으로 활약하면서 쌓은 대북 역량에다 대통령의 의중을 확실히 전달할 수 있는 위치 때문에 남북관계 개선 국면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할 전망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미국과의 협의를 주로 맡을 가능성이 높다.

북측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결정이 절대적이다. 실무적으로는 남북 고위급 당국회담 단장이었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나 대남전략 실무를 맡는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등이 남북회담 대표나 특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김 제1부부장도 3차 남북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키 플레이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김 제1부부장은 2박 3일 방남 일정 동안 접했던 문 대통령의 대북 인식,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오빠인 김 위원장에게 가감 없이 전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때문에 남북정상 간 간접 소통은 이미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정상원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② 언제 누구를 보내나

북한의 3차 남북정상회담 제의로 남북관계 복원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권에선 대북특사론이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선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 수순으로 대북특사 파견 필요성이 힘을 받으면서 특사의 조건과 파견 시기, 하마평이 벌써부터 돌고 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하나뿐인 여동생인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파견해 관계 개선 의지를 보인 만큼 답례 형식으로 보내는 특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뢰하는 인사이면서 북한과의 관계도 깊은 인물이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파견 시기의 경우 의견이 엇갈린다. 여권에선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나는 3월 18일 이전이나, 적어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잠정 중단 기한인 같은 달 25일 이전에는 대북특사를 조기 파견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12일 “패럴림픽 폐막 이전 특사 파견 방침을 세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대북특사 후보군도 다양하게 거론된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12월 외교 난제였던 아랍에미리트(UAE) 문제를 풀기 위해 대통령 특사로 파견됐던 전례가 있어 유력한 대북특사 후보다. 대북정책을 다루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나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에 상응하는 중량감을 갖춘 정부 인사인 이낙연 국무총리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이해찬 민주당 의원, 대북특사 경험이 있는 임동원ㆍ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도 물망에 올랐다. 이 의원은 참여정부 총리 시절 당시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과 대북업무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고, 문 대통령 당선 직후에도 중국 특사로 파견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문제로 꼬인 한중관계 개선을 위한 막후 협상에서 활약했다. 두 전직 장관도 대북협상 경험이 풍부하다. 다만 문 대통령의 의중을 읽고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직보다는 현직 인사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김여정 특사가 김정은 위원장 혈육이었다는 측면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손효숙기자 shs@hankookilbo.com

② 시기ㆍ규모 어떻게 되나

3차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이 공론화되며 평창 동계올림픽 이후로 미뤄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평창 이후 정국을 좌우할 첫 번째 변수로 떠올랐다. 올림픽 기간 획기적 수준의 북미관계 진전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훈련은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오히려 한미훈련이 북한의 대화 의지를 떠보는 시험대로 활용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통상 3월 시작되는 키리졸브(KR)연습과 독수리(FE)훈련은 한미 간 사전 합의를 통해 평창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상태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훈련 재개 일정과 관련, “한미 간 계속해서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구체적 일정과 나머지 사안들이 결정되면 적절한 시점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미가 협의 중이란 점에서 남북 혹은 북미 간 대화 진전에 따라 훈련 시점과 강도가 달라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한미 협의’란 발언 자체가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레토릭(외교적 수사)에 불과하고 4월 초 재개는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안팎의 대체적 분위기다. 미국은 “올림픽 기간 분쟁을 피하겠지만 이후엔 곧바로 훈련을 재개할 것”(지난달 25일 케네스 매켄지 미 합동참모본부 본부장)이라며 4월 훈련 재개를 못박아둔 상태다. 또 해병대 등 미 본토 증원 병력이 훈련에 참가하자면 수개월 전에 그 계획을 확정하고 전세계 차원에서 병력 이동계획을 조정하는 미군 관례를 볼 때 4월 이후로 또 한 차례 한미훈련을 미루기는 물리적으로도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한미훈련을 재개하더라도 훈련 수위를 낮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훈련 참가 병력 규모를 줄이고 미군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는 방식으로 북측에 유화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4월에 훈련이 시작된다 해도 북한이 대화 판을 완전히 깨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한미훈련 재개에 북한이 다시 도발로 응수할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에 힘을 실어주는 것밖에는 안 된다는 사실을 북한도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며 “한미훈련을 진행해도 해빙 무드에 있는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영빈 기자 peol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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