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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터닌 스캘리아

입력
2017.02.1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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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2.13

앤터닌 스캘리아는 미국 연방대법원 보수의 등대이자 보루였다. 그가 1년 전 오늘 별세했다. 자료사진.
앤터닌 스캘리아는 미국 연방대법원 보수의 등대이자 보루였다. 그가 1년 전 오늘 별세했다. 자료사진.

미국 연방대법원 보수의 상징이던 앤터닌 스캘리아(Antonin Scalia, 1936~2016)가 2016년 2월 13일 별세했다. 향년 79세. 그는 미국 헌법을 문자 그대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원전주의자(Textualist)였고, 헌법이 만들어진 당시의 해석을 따라야 옳다고 믿은 원문주의자(Originalist)였다. 그는 소수자 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에 원칙적으로 반대했고, 공공의 안전을 위해 시민의 총기 소유를 제한한 2008년 워싱턴 시정부의 조치를 위헌 판결했다. 당연히 낙태에도 동성혼 법제화에도 반대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건강보험개혁법안에 위헌 의견을 내는 등 진보적 정책 전반에 가장 맹렬하게 제동을 건 판사이기도 했다.

그는 뉴저지 트렌턴 시의 이탈리아 시실리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3살 무렵 가족과 함께 뉴욕 퀸스로 이사해 성장했다. 조지타운대를 거쳐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 61년 변호사로 법조인의 삶을 시작했다. 닉슨 행정부 때 공화당 진영에 들어 포드 정부의 법무차관을 지냈고, 레이건에 발탁돼 워싱턴 컬럼비아특별구 항소법원 판사로 일하다 86년 이탈리아계 최초의 미국 대법관이 됐다.

그의 별세로 현재 미국의 대법관은 모두 8명. 조지 부시가 임명한 클래런스 토머스와 조지 W. 부시가 지명한 존 로버츠, 새뮤얼 얼레토 등 3명이 보수 성향으로 분류된다. 빌 클린턴이 지명한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스티븐 브라이어, 버락 오바마가 지명한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엘리나 케이건 등 4명은 진보 성향. 레이건이 지명한 앤서니 케네디는 보수에 가까운 중도로 꼽힌다. 스캘리아의 사망은 대법원의 무게 중심이 진보 쪽으로 선회한 계기였다. 오바마는 그의 공석에 메릭 갈런드 연방항소법원장을 지명했지만, 상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인준 청문회조차 열지 않았다.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 달 31일, 콜로라도 주 연방항소법원 판사인 닐 고서치를 연방대법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그는 스캘리아의 후계자로 불릴 만큼 성향과 법 해석 원칙이 닮은 보수주의자. 고용주가 종교적 신념을 지키기 위해 피고용자에게 사후피임약 보장 보험을 거부해도 된다고 판결했고, 6개 주가 합법화한 조력자살에도 반대해왔다. 역시 상원 인준 절차는 남아 있지만, 미 연방법원의 무게중심은 보수 쪽으로 기울게 생겼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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