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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때는 몰랐던 것들

입력
2017.12.31 12:0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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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새해가 밝았다.해가 갈수록 더 빨리 돌아오는 새해, 진부한 인사를 더하고자 함이 아니다. 문득 5년 전 오늘, 2013년 새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궁금해서 시간과 기억을 되돌려본다.

검색창에 ‘2013년’을 입력하는 순간 ‘2013년 비트코인 가격’이 관련 검색어로 뜬다. ‘어라, 2013년에도 비트코인이 관심의 대상이었어? 나는 왜 그때 가상화폐의 존재도 모르고 있었을까...’라는 아쉬운 생각과 함께 몇 가지 관련 뉴스를 살펴본다.

2013년 초부터 12월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약 83배 상승했다는 사실과 우리나라에서 가상화폐 광풍이 불고 있는 2017년 초부터 12월까지의 가격상승은 약 18배라는 사실을 확인한다. 부질없음을 알지만 혼자 되뇌어 본다. ‘그 때 그럴 줄 알았더라면...’

2013년 뉴스를 좀 더 검색해보기로 한다. 2013년 새해는 새롭게 임기를 시작하는 대통령에 대한 기대와 창조경제를 포함한 새 정부 경제정책 기조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기였다. 여러 곳에서 부동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에 관한 기사들도 발견된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창조경제,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새 정부의 주요 정책기조로 선언하였다.

그때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마찬가지로 몰랐을 것이다. 불과 5년이 지나지 않았을 때, 창조경제는 결국 아무 내용이 없던 것으로 판명이 나고, 문화융성을 위한 정책들로 인해 대통령과 정권이 치명적으로 실패하게 될 것이며, 그로 인해 국민들이 매우 불행해질 것이라는 사실을.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다.

며칠 전, 정부는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 시장의 지나친 과열을 막기 위해 거래소 폐쇄를 포함한 강도 높은 규제를 발표하였다. 또한 정부는 2018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보유세 인상이라는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한일간에 이루어진 위안부 합의가 “절차적으로나 내용적으로나 중대한 흠결이 있었다”고 지적하면서 실질적으로 파기를 선언하였다. 새 정부 출범 이후 7개월이 지난 지금 여전히 국정운영의 화두는 ‘적폐청산’이다. 미래는 알 수 없는 것이라지만, 앞으로 다시 5년이 지난 후 2023년 새해 아침에 다시 되돌아본 2018년 지금은 어떤 시기로 기억될까.

2023년 새해 무렵 비트코인은 과연 얼마의 가격에 거래되고 있을까. 대한민국은 최근 논의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포함해서 4차산업혁명 시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해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고 있을까. 그때에도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발사가 여전히 전세계 언론의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을까. 그 무렵이면 대한민국의 적폐는 온전히 다 청산되었을까. 일본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한일관계는 동맹의 실질에 부합하는 협력적 관계로 변화해 있을까. 불패신화를 이어가고 있는 부동산 시장은 그때쯤이면 한번쯤 패배한 상태가 되어 있을까. 혹시라도 5년 후 대한민국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그것을 피하기 위해 2018년쯤에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까.

역시 미래는 알 수 없는 일이고, 지금 어떤 선택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5년 후에 바람직한 혹은 그렇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역사는 매 순간 과거로 흘러가는 지금 이 시점 선택들의 연속적인 흐름이고, 그 흐름은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의해 어김없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개인의 선택, 그리고 공동체의 선택 또한…

지금 대한민국의 주변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모든 선택들이 꽤 먼 시간이긴 하지만, 틀림없이 매우 빨리 다가올 2023년 새해 아침에 다시 생각했을 때 참으로 다행스러운 선택들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면서, 가상화폐 차트를 들여다보고 지금이라도 얼마건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는, 평범한 소시민의 여느 아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새해 아침이다.

허성욱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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