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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화려하면서 대담한 동물, 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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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칼럼] 화려하면서 대담한 동물, 담비

입력
2017.09.0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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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비는 간혹 발에 흰 무늬가 있어 무인센서 카메라로 식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국립생태원 제공
담비는 간혹 발에 흰 무늬가 있어 무인센서 카메라로 식별하는데 도움이 된다. 국립생태원 제공

일반인들에게 담비하면 생각나는 것은가수 손담비겠지요. 하지만 우리나라에 손담비 못지 않은 화려한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담비입니다.

대부분의 야생 포유류는 크게 드러나지 않는 무채색이나 사냥을 위해 위장하기 좋은 색상과 무늬를 갖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엔 의외로 색이 화려한 육식동물로 담비가 있죠. 은밀하게 접근하여 먹잇감을 사냥해야 하는 육식동물이 이렇게 현란한 색을 갖기란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어쩌면 바로 이것이 담비의 성격을 보여주는 특징일지도 모릅니다. ‘호랑이 잡는 담비’라는 말도 있듯이 참으로 대범한 동물이죠. 아마 똑같은 녀석이 여기저기서 귀신처럼 나타나기 때문에 붙인 말일 겁니다. 사냥을 위해 비슷하게 생긴 담비 3, 4마리가 무리지어 여기저기서 불쑥불쑥 나타나니 혼란스럽기 그지없었겠죠. 산양을 조사하기 위해서 설악산에 머물던 중에도, 눈밭의 발자국을 따라 우리를 뒤쫓던 단비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자기 영역에 들어온 다른 생물체에 대한 감시였을 테죠. 이처럼 담비는 호기심 덩어리입니다.

담비의 학명은 Martes flavigula입니다. 속명인 Martes는 마틴 계열의 큰 족제비들을 뜻하며, 종명인 flavigula는 황금색을 뜻하는 flavus와 윗목을 뜻하는 gula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말 그대로 노란목담비인 셈이죠. 일부 사람들은 노란목도리담비라고 부르지만 사실 이 이름은 영어인 yellow-throated marten을 그대로 번역한 것일 뿐이며, 그냥 담비라고 하면 되겠습니다. 간혹 대륙목도리담비라고도 부르는 오류가 있지만, 일본의 영향을 받은 것일 뿐 담비의 행동반경을 생각한다면 그런 이종은 존재할 수가 없죠.

담비가 나무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무인센서카메라에 담겼다. 국립생태원 제공
담비가 나무에 기대어 있는 모습이 무인센서카메라에 담겼다. 국립생태원 제공

식성은 잡식성이어서 과일이나 수액을 먹는 것뿐 아니라 설치류나 조류, 고라니까지도 사냥할 수 있습니다. 주로 낮에 활발하게 움직이며, 몇 마리가 함께 움직이는 것이 보통입니다. 히말라야와 버마에서는 문착(소목 사슴과에 속하는 포유류)이나 산양, 러시아에서는 사향노루 사냥도 보고된 바 있죠. 특히 겨울에 우제류를 사냥할 때는 얼어붙은 호수나 강으로 사냥감을 몰아서 잡는 습성이 알려져 있습니다. 얼음 위에서는 발굽동물이 잘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하는 영리한 습성이죠. 새끼 멧돼지 사냥도 가능하니 우리나라에서는 최상위 포식자라 해도 무방하겠습니다.

춘천 봉의산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된 담비. 국립생태원 제공
춘천 봉의산 무인센서 카메라에 포착된 담비. 국립생태원 제공

담비는 주로 산림지역에서만 서식하며, 히말라야에서 극동아시아를 아우르는 동아시아에서 인도네시아까지 남아시아에 주로 분포합니다. 몸무게는 고작 2.5~4.5㎏ 정도로 덩치가 크지는 않고, 다만 족제비과 동물이기에 꼬리를 포함하면 몸길이는 1m가 넘게 긴 편이죠. 꼬리가 무척이나 긴 동물입니다. 임신기간은 220~290일로 알려져 있으나 다른 일반 족제비과와 비슷하게 착상지연 현상이 있어서 실제적 임신기간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합니다. 보통 2, 3마리의 새끼를 낳습니다.

담비는 보통 2, 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담비는 보통 2, 3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국립생태원 제공

담비의 행동반경은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훨씬 넓습니다. 문헌에 따르면 하루에 자신의 영역을 10, 20㎞ 정도 돌아다닌다고 하니 체격에 비교하자면 참으로 활발한 동물입니다. 국립생태원의 최태영 박사팀에서는 우리나라 생태축 연결과 관련하여 벌써 7년 가까이 담비연구를 하고 있답니다. 담비가 산림에 주로 서식하는 특징을 고려한 것이죠. 이 연구 결과 생태축과 생태통로를 연구·관리하는데 유용한 결과를 얻고 있습니다. 특히 넓은 영역을 돌아다니는 멸종위기 2급인 담비를 보호하려면 산림생태계 보전이 필수적이고, 이에 따라 다른 야생동물까지 보호할 수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담비는 숲 생태계 보전을 위한 *우산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산종(umbrella species) : 흔히 넓은 영역에 걸쳐 서식하는 종으로서 이 종의 보전을 통해 동일 서식지에 서식하는 여러 종과 개체들을 동시에 보전할 수 있는 종을 의미.

김영준 국립생태원 동물병원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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