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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주변 주민사업비는 눈먼 돈… “먼저 본 사람이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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댐 주변 주민사업비는 눈먼 돈… “먼저 본 사람이 임자”

입력
2017.09.14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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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안동시 파크골프협회 A회장은 2015년 한국수자원공사의 주민지원사업비 200만원을 받아 300여 회원을 대상으로 자체 파크골프대회를 열었다. 재원이 부족하자 정치권에 부탁해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지원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반면 안동시 그라운드골프협회는 지난해 대회 때 300만원을 받았다. A회장은 “종목이 비슷한데도 어떤 건 되고 어떤 건 안 되느냐” 며 “회원 수가 우리의 절반 정도인 그라운드골프협회에 지원금이 더 많이 나간 것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수자원공사 안동권관리단이 안동•임하댐 주변 주민들에게 주는 ‘주민지원사업비’를 놓고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규모가 큰 사업은 지원절차가 있지만 마을 체육대회•축제 등 소규모 사업의 경우 안동권관리단이 재량으로 지원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먼저 따내는 사람이 임자”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지원사업비는 댐 건설로 안개 피해 등 불이익을 받는 주변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한 돈이다. 주민 건강진단이나 난방비, 전기료, 친환경영농지원, 교육, 지역문화행사 등 주민 복지와 관련되면 대부분 지원대상이다. 규모가 큰 사업은 안동시 부시장을 위원장으로 하고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지원사업협의회에서 심의 승인한다.

문제는 승인하는 사업 내용이 매년 비슷하고 총 예산 규모에 비해 집행되는 금액도 적다는 것이다. 결국 남은 예산을 안동권관리단에서 임의로 집행하다 보니 ‘줄대기’가 성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안동댐의 경우 2015년 지원 예산 36억3,500만원 중 57%를, 지난해엔 35억2,500만원 중 54%만 집행했다. 임하댐도 2015년 18억3,000만원 중 69%, 지난해 18억3,700만원 중 69%만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원금은 댐 건설 및 주변지역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전년도에 판매한 발전 수익금의 6%와 용수판매 수익금의 20%를 재원으로 활용한다. 매년 일정 금액은 확보되는데 쓰는 돈이 적어 쌓이는 것이다.

안동의 B지역 축제추진위원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한다. 매년 축제 때마다 200만원을 지원받다가 300만원으로 올리는 과정에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했다. 축제추진위원장과 이장협의회장 등 추진위 임원들이 단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번번이 외출중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추진위 관계자는 “3번이나 방문했는데도 계속 없다고 한 건 우리를 피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결국 담당 부장과 협의를 거쳐 올해 처음 인상된 금액을 받았다. 이곳 주민 권영민(58)씨는 “정치권이나 특정 시의원 등 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지원 대상이더라도 지원금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안동의 모 여고도 황당한 일을 당했다. 학교 방송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안동교육지원청과 협의를 거쳐 예산 7,000만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안동권관리단 측은 “언론사가 취재할 경우 곤란하다”며 지원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교육 사업은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만 뚜렷한 이유도 없이 거절당한 것이다.

시민단체들은 “소액 지원금도 미리 신청토록 한 뒤 안동권관리단이 아닌 주민 대표로 구성된 제3의 기구에서 대상을 선정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동권 관리단 관계자는 “대규모 사업을 제외한 소규모 행사나 체육대회의 경우 요구하는 단체가 워낙 많아 지원 여부를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합리적인 지원금 집행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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