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트럼프의 내부자들 ‘비선 정치’ 예고…정점은 맏딸 부부

알림

트럼프의 내부자들 ‘비선 정치’ 예고…정점은 맏딸 부부

입력
2017.01.21 04:40
0 0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가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6년 6월 7일 뉴욕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운데)와 쿠슈너(왼쪽).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쿠슈너가 백악관 선임고문에 내정할 것이라고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2016년 6월 7일 뉴욕에서 열린 유세에 참석한 트럼프의 딸 이방카(가운데)와 쿠슈너(왼쪽).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그의 곁에서 정부를 이끌고 주요 정책들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내부자들, 이른바 ‘이너서클(Inner Circle)’의 진용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측근인 일가족과 극단적인 성향 인사들을 의회의 인준을 피하기 위해 백악관에 배치했고, 내각에는 좀 더 온건하지만 자신의 정책 방향을 이해하는 워싱턴 정가와 동떨어진 인물들을 주로 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임 대통령을 비롯한 주류 정치권의 정책들을 과감하게 뒤집으려는 자세가 뚜렷하다. 그러나 백인남성 위주로 구성된 내각은 트럼프 정권이 인종 다양성에 무관심함을 드러냈고, 직무가 불분명한 백악관의 수많은 보좌관과 고문들은 예측 불허한 ‘비선 정치’의 도래를 예고하고 있다.

정점은 이방카-쿠슈너 부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정부는 딸 부부가 통치한다.” 미국 CNN방송의 칼럼니스트 아누샤이 호사인의 단언이다. 논란의 여지가 없이 트럼프 정부에서 가장 영향력이 막대한 인물은 맏딸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부부다. 이방카 부부는 폐쇄적이고 독선적인 트럼프 대통령보다 대중적인 이미지가 좋아 워싱턴 주류와도 유연한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고 있기에 조언을 올려 그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극소수의 인물이기도 하다.

쿠슈너는 백악관에서 선임고문(Senior Advisor)이라는 직무가 불분명한 지위를 받았다. 이로써 그는 백악관의 ‘웨스트 윙(공적 공간)’과 ‘이스트 윙(사적 공간)’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공화당 주류와의 통합을 위해 마이크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영입하는 데 기여했던 쿠슈너는 유대계 출신이라는 점을 살려 중동정책에 개입할 것이 유력하다.

딸 이방카 역시 뉴욕에 남은 영부인 멜라니아 트럼프를 대신해 ‘이스트 윙’의 안주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방카는 부친의 당선 후 인터뷰에서 공직을 맡지 않고 ‘딸’로 남겠다고 했지만, 이미 트럼프가 대선공약 중 하나로 밀어붙인 육아복지법안을 통과시키겠다며 의원들을 분주히 만나고 있다.

반무슬림ㆍ알트라이트도 백악관에

이방카 부부 다음으로 백악관에서 주목해야 할 인물은 마이클 플린 국가안보보좌관과 스티브 배넌 수석전략가다. 워싱턴 정가 출신이 아닌 두 인물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테러리즘ㆍ반무슬림 성향을 대변한다. 국방정보국(DIA) 국장을 지낸 플린 보좌관은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절 상부와 충돌하면서 강경 공화당 지지자가 됐다. 그는 저서 ‘필드 오브 파이트’에서 극단주의 무슬림 테러리스트와의 전쟁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고 이를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극우 인터넷 언론 ‘브레이트바트’의 회장 겸 편집장 출신인 배넌 수석전략가는 트럼프 선거본부의 최고경영자(CEO) 직함을 단 채 선거 승리를 이끌고 백악관으로 직행했다. 그가 운영한 브레이트바트는 극우 국가주의 성향을 띤 대중운동집단 ‘알트라이트’의 목소리를 키우는 역할을 했다. 배넌 수석전략가는 백악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반세계화ㆍ국가주의 행보를 강화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라인스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트럼프 정부에서 살아남은 ‘워싱턴계’다. 이들은 워싱턴이 생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안내자로 활동해 왔으며, 대선 승리에 공을 세웠기에 트럼프의 이너 서클에 남았다. 그러나 미국 정치체제에서 부통령의 중요성은 대통령이 어느 정도의 권한을 부여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트럼프처럼 자신의 권력이 중요한 대통령은 부통령에게 독립된 권위를 부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펜스 부통령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비서실장은 대체로 보이지 않는 실세로 불리지만, 프리버스 비서실장은 이 역할마저 ‘비워싱턴계’인 재러드 쿠슈너ㆍ스티브 배넌과 협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내각도 비정치인 출신 중용

내각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더 잘 구현할 수 있는 비정치인 인사가 중용됐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는 공직 경험 없이 석유기업 엑손모빌에서 평생을 근무하며 최고경영자 지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 등 외국 지도자들과 성공적으로 협상했다”는 이유로 국무장관 지명을 받았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친러ㆍ반중’노선을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인물로 평가된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내정자는 44년간 군인으로 근무했지만 민간행정 경험은 없다. 플린 보좌관과 더불어 트럼프 대통령의 ‘군인 사랑’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인사다. 매티스는 워터보딩(물고문) 재도입에 반대한다는 직언을 내놓고도 트럼프 대통령을 감명시켰다. 상원 청문회에서는 합리적인 면모를 보였지만 중국을 군사력으로 압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비쳐 트럼프 정권의 반중 노선을 실현할 것으로 보인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 내정자와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내정자 역시 정치 경험이 없는 월가 금융인 출신이다. 원래대로라면 재무장관의 역할이 더 중요하지만, 무역정책에서 새 판을 짜려는 트럼프 대통령 아래선 로스 내정자의 역할이 비교적 커질 전망이다. 로스 내정자는 트럼프 대통령과 20여년간 무역에 대한 관점을 공유했으며 18일 상원 청문회에서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부터 뜯어고치겠다고 공언했다.

내각의 ‘워싱턴계’ 대표인물은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 내정자다. 동시에 공화당 상원의원 가운데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충성파’로 트럼프의 초강경 이민정책을 실현할 인물이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