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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치료는 복잡한 실타래 푸는 일... 전문적 치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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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치료는 복잡한 실타래 푸는 일... 전문적 치료 필요”

입력
2018.03.19 20:0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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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은주 분당서울대병원 통증센터 교수

다양한 통증 원인 찾는게 우선

진통제 먹거나 참지 말고

빨리 파악해 치료 방향 잡아야

암환자는 암치료ㆍ통증치료 함께

대상포진 피부병변 사라지고도

계속 아프면 ‘후신경통’ 의심

국민의 80%는 평생 한번 이상 허리통증을 겪는다. 복잡해지는 사회생활로 스트레스가 쌓이고, 자동차 타기ㆍ컴퓨터 사용이 늘면서 불편한 자세를 장시간 취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운동량은 부족해져 목ㆍ허리 같은 척추, 어깨ㆍ무릎 등 관절통증을 호소하는 이도 아주 흔하다. 통증이 오래 되면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삶의 의욕도 크게 떨어진다.

문제는 통증을 느껴도 으레 진통제를 먹거나 ‘시간이 지나면 낫겠지’하는 마음에 참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점이다. 때문에 다양한 통증 원인 가운데 무엇이 문제인지 빨리 파악해 올바른 치료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 ‘통증 치료 전문가’ 최은주 분당서울대병원 통증센터(마취통증의학과) 교수에게 통증에 대해 물었다.

-통증치료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통증은 신체 이상 징후다. 아프다면 몸 어딘가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이기에 간과하면 안 된다. 특히 원인이 매우 다양해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을 단서로 원인을 찾는 것이 통증 치료의 알파요 오메가다. 보통 고혈압 진단 시 수축기(최고) 혈압과 이완기(최저) 혈압을 측정하면 된다. 그러나 통증치료는 그 이상의 관찰이 필요하다. 허리가 아프다고 병원에 왔다면 환자나이, 성별, 기저(基底)질환, 직업 등을 고려해 특징적 증상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에 따라 가장 적절한 검사로 통증 원인을 진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이라는 단서를 통해 이면에 가려진 원인을 파악하려다 보니 통증전문의는 여러 분야의 의학지식을 갖춰야 한다. 또한 통증전문의는 진단만 하는 게 아니라 통증 완화 치료도 한다. 약물ㆍ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 외에도 영상장비를 이용해 인체 내부를 관찰하면서 치료하는 중재적 시술을 하는 능력도 갖춰야 한다.”

-암으로 인한 통증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한데.

“‘암성 통증’은 암 때문에 생긴 통증, 암 치료 중 일어나는 통증, 암과 관계없이 생기는 통증 등으로 나뉜다. 암 환자의 30~50%가 통증을 호소한다. 암이 진행되면 60~70%까지 높아진다. 더욱이 다른 장기나 기관으로 전이돼 아픈 만큼, 암 치료와 함께 통증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수술 후 통증은 암을 없애기 위해 정상 신경을 손상하거나, 주변 조직에 염증을 일으켰을 때 생길 수 있다. 수술 부위 상처로 인한 통증과 달리 신경통 같은 특징을 보인다. 수술 부위 상처로 인한 통증은 보통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든다. 하지만 신경통은 수술 후 몇 주에서 몇 달 뒤에도 생길 수 있다. 날카롭고 톡톡 쏘는 통증에서 둔하고 먹먹한 통증까지 다양하다.

아울러 항암치료 중이나 항암치료 후 손발 말초 부위에 나타나는 신경통도 있다. ‘항암제 유발 신경병증’이다. 손발이 저리거나 전기가 흐르는 듯하며, 톡톡 쏘거나 칼로 베는 듯한 통증, 무감각과 운동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항암 치료하면 한 달 이내 70% 정도가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 6개월 지나면 30% 미만에서, 1년이 지나면 1% 남짓에서만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암이 완치돼도 신경병증으로 병원을 찾기도 한다.”

-암성통증을 치료하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암 통증이라면 척추, 뼈, 근육 등 다른 장기로 전이된 것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경구진통제로 증상을 조절하거나 마약성 진통제를 정맥 투여하기도 하고, 중재적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척추 전이됐다면 척수 신경을 둘러싼 경막에 신경치료 약물을 주사하는 경막외강신경차단술을 쓴다. 척추압박골절이 됐다면 부러진 척추뼈에 의료용 골 시멘트를 주입하는 척추체성형술을 시행한다. 소화기계 암 때문에 복통이 생기기도 한다. 환자 대부분이 말기 암환자로 통증이 극심해지기에 복통을 줄이려고 복강 내 장기의 통증 관할 신경을 차단하거나 영구 파괴하는 치료를 한다.”

-대상포진은 어떻게 치료해야 하나.

“대상포진은 잠복했던 수두바이러스가 몸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한 것이 원인이다. 예방하려면 평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50세가 넘으면 예방 접종하는 게 좋다. 대개 몸 한쪽에만 나타나 신체 중앙선을 넘지 않으며 붉은색 홍반 위에 물집이 잡힌 형태로 발생한다. 물집이 생기기 전에 발열 권태감 감기증상 두통 등이 3~7일간 생길 수 있다. 이후에 물집이 잡혀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치료는 발진 발생 후 72시간 이내 항바이러스 제제를 먹는 것인데 그래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 72시간을 넘겨도 가급적 빨리 약을 먹는 게 좋다.

대상포진은 ‘대상포진후신경통’이라는 합병증이 가장 두렵다. 약을 먹으면 2~3주 내 피부병변과 통증이 사라지는데 피부병변이 낫고도 한 달 이상 계속 아프면 대상포진후신경통으로 봐야 한다. 신경병증으로 통증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고령이라면 급성기 통증이나 발진이 심했거나, 발진이 안면부에 발생하거나, 면역저하 환자거나 대상포진 발병 후에도 한 달 이내 통증이 가라앉지 않으면 통증전문의와 상담할 필요가 있다.”

-어떤 통증이 생겼을 때 큰 병원을 찾아가야 하나.

“우선은 유병률이 높지 않은 섬유근육통, 복합부위통증증후군, 척추수술 후 통증증후군, 대상포진후신경통, 삼차신경통 등 신경병증이나, 암성통증은 장기간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이 병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통증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중요하다. 특히 섬유근육통은 영상자료나 검사에서 통증 원인이 발견되지 않아도 정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전신통증, 우울감, 기능장애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섬유근육통으로 진단받기 전까지 평균 7명의 의사를 만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난치성 만성통증은 진단부터 쉽지 않다.”

-통증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통증은 결코 단순하지 않은 병이다. 그래서 통증 치료는 복잡한 실타래 끝에 실만 붙잡고 출발하는 것 같다. 그 매듭이 어디인지 확인하고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치료의 길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통증전문의는 많은 환자를 치료해 온 만큼 다양한 통증질환을 진단ㆍ치료할 수 있다. 통증이 생기면 가까운 병원의 통증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하고,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통증은 전문 의료기관을 찾는 게 중요하다. 끝으로 통증치료 전문가는 마취통증의학과의 통증전문의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최은주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은 결코 단순한 병이 아니라서 통증 치료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최은주 분당서울대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통증은 결코 단순한 병이 아니라서 통증 치료는 복잡하게 얽힌 실타래를 푸는 것처럼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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