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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돌파구 기대했는데… 젠트리피케이션 희생양 걱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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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 돌파구 기대했는데… 젠트리피케이션 희생양 걱정으로

입력
2017.02.23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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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 곳곳서 집단 반발 잇달아

“뉴스테이는 변질된 재개발 사업”

시민사회단체에선 평가 절하도

17일 인천 동구 송림동 송림초등학교 인근 골목에 ‘내 재산을 강탈하는 뉴스테이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17일 인천 동구 송림동 송림초등학교 인근 골목에 ‘내 재산을 강탈하는 뉴스테이 결사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17일 인천 동구 송림동 송림초등학교. 인근 골목에는 ‘내 목숨은 빼앗겨도 내 재산은 지키겠다’ ‘내 재산을 강탈하는 뉴스테이 결사 반대’ 등의 과격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이 일대에선 민간기업이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뉴스테이사업과 연계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추진 중이다. 송림초 주변은 2006년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면적 7만2,666㎡)됐으나 이후 부동산시장 위축 등으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뉴스테이 연계형 정비사업은 원주민을 위한 특별분양분 등을 제외한 일반분양분을 기업형 임대사업자에게 팔아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일반분양분을 통째로 매각함에 따라 미분양 우려를 해소하고 정비사업비도 마련하는 형태로 위축된 재개발ㆍ재건축 시장의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10년 가까이 재산권 행사에 제약을 받아온 송림초 주변 주민들도 뉴스테이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뉴스테이 도입에 따라 사업 시행 방식을 기존 수용에서 관리처분 방식으로 변경하기 위해 주민 70% 이상 동의를 얻는데 불과 한 달이 걸릴 만큼 기대가 컸다. 하지만 기대는 금방 실망으로 바뀌었다.

송림초 뉴스테이 비상대책위원회 김영자(63ㆍ여) 부위원장은 “지금 살고 있는 방 3개짜리 30평(99.1㎡) 벽돌집의 건물과 땅 보상가가 1억700만원으로 정해졌는데 새 아파트 분양가는 평(3.3㎡)당 750만원에 이른다”며 “평수를 줄여간다고 해도 1억원이 넘는 돈을 대출 받아야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상가를 다시 책정하는 게 불가능한 상황에서 인천도시공사와 마이마 알이(임대사업자)의 배만 불리지 말고 평당 분양가를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대위에 따르면 송림초 주변 상가는 3.3㎡당 800만원 대, 주택은 300만~400만원 대로 보상가가 책정됐다. 주택 상당수는 보상가가 6,000만~7,000만원으로 매겨졌다. 비대위 측은 “주민 대부분이 수입이 없는 노인들로 전체 693세대 중에 80~90%가 아파트에 못 들어갈 것”이라며 “사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작은 평수라도 들어가 편히 살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송림초 주변 주민 150여명(비대위 추산)은 23일 인천시청 앞 미래광장에서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갖기도 했다.

인천 구도심 곳곳에서 추진되는 뉴스테이사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보상가 등을 두고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잇달아 터지는가 하면 임대사업자들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 제기도 시민사회단체에서 나오고 있다.

정비사업구역만 119곳에 이르는 인천에선 뉴스테이사업이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최근 2년간만 봐도 2015년 청천2구역과 십정2구역을 시작으로, 지난해 상반기 송림초, 금송, 미추8구역, 송림1ㆍ2구역, 송림현대상가, 도화1구역, 부평4구역이, 지난해 하반기 전도관, 십정5구역 등이 추가됐다. 민간 제안 사업, 정비사업 연계형 등 형태도 다양하다.

이 과정에서 인천시는 뉴스테이가 정체된 정비사업 정상화와 낙후된 지역 개발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직접 나서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뉴스테이가 무분별하게 추진되거나 과열 양상을 보이자 주택 과잉 공급지 등은 제외하는 입지 기준까지 마련해 제동을 건 경기도와는 다른 행보다.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뉴스테이를 접목한 국내 최초 사례인 인천 부평구 십정동 십정2구역의 모습. 인천시 제공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뉴스테이를 접목한 국내 최초 사례인 인천 부평구 십정동 십정2구역의 모습. 인천시 제공

주거환경개선사업에 뉴스테이를 접목한 국내 최초 사례인 인천 부평구 십정동 십정2구역(면적 19만2,687㎡)은 최근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3.3㎡당 300만~400만원 대 보상가를 두고 주민들이 ‘헐값’이라고 반발하고 나선 게 시작이었다. 주민들은 찬바람 속에 집회까지 열었고 결국 지난해 12월로 예정됐던 관리처분 인가가 늦어졌다. 임대사업자인 마이마 알이 측의 사업비(펀드) 조성도 차례로 지연됐다.

사업시행자인 인천도시공사는 지난해 2월 마이마 알이와 십정2구역 뉴스테이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마이마 알이는 계약금 2,000억원 외에 나머지 사업비 약 6,500억원을 이달까지 준비하기로 계약했으나 이행하지 못했다.

이와 관련, 마이마 알이는 관리처분 인가가 주민 반발로 늦어진 만큼 계약 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인천도시공사는 협상 끝에 이를 받아들여 5월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인천도시공사와 임대사업자간 합의로 무산 위기는 넘겼으나 사업 정상화를 위한 부동산 펀드 조성 성공 여부에 대한 업계 전망은 여전히 엇갈리고 있다. 사업 무산시 인천도시공사는 계약금과 이자를 임대사업자 측에 지급하고 사업자를 다시 찾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십정2구역 주민 300여명은 22일 성명서를 통해 “주민 재산을 빼앗아 임대사업자 배만 불리는 인천시와 인천도시공사를 규탄한다”며 법적ㆍ물리적 저항까지 예고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3월 초 부평구청장에게 관리처분 인가 신청을 하면 같은 달 중순쯤 인가가 날 것으로 보인다”라며 “임대사업자는 인가가 난 날로부터 2개월 내에 펀드를 조성해야 하는데 미이행 하면 계약 해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에선 뉴스테이사업을 ‘변질된 재개발사업’이라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또 사업 실현 가능성과 임대사업자들의 신뢰성을 다시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잎서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와 인천사회단체연대, 제2외곽순환도로 중ㆍ동구연합비상대책위, 동인천1구역 상가발전협의체 등은 민간자본 1조9,763억원이 투입되는 동인천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에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경인국철 동인천역 일대 19만5,877㎡ 땅에 뉴스테이 5,816가구, 높이 330m의 80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등을 짓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마이마알이가 지나치게 소규모 기업이라 사업 감당이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스트래튼알이에서 사명을 바꾼 마이마알이는 동인천 프로젝트 외에 송림초, 십정2구역 등 사업비가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인 뉴스테이사업을 추진 중이다. 마이마알이의 모회사 격인 스트래튼 홀딩스의 자회사인 스트래든 자산운용도 인천에서 뉴스테이사업을 벌이고 있다.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등은 보도자료를 통해 “십정2구역 사례는 건설 경기의 침체와 금융 상황에 따라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영업 이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사업이 무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라며 “소기업과 사모 펀드를 운영하는 금융기업에게 서민들의 주거 대책을 온전히 맡기는 것이 인천시 도시개발정책의 본질인지 묻고 싶다”라고 밝혔다.

뉴스테이 사업자에 대한 특혜 논란은 초기부터 블거졌다. 사업자에게 세금 감면과 용적률 상향, 층수 제한 완화 등 혜택이 주어지고 향후 시세 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뉴스테이는 임대주택 세입자가 원하면 8년간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있고 임대료 상승률이 연 5%를 넘길 수 없도록 제한되는 등 장점이 있다. 하지만 청약조건에 제한이 없어 다주택 보유자도 들어갈 수 있고 공공임대와 비교하면 초기 임대료도 비쌀 수 있다. 뉴스테이보다는 공공임대주택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사업자는 장기간 자금 회수가 곤란하며 공실률, 집값 하락 등 위험을 부담하기 때문에 적정 수준의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기업이 다수의 뉴스테이사업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국토부 관계자는 “지자체 추천과 공모를 통해 사업자를 찾고 외부전문가 평가도 거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본다”며 “뉴스테이사업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지더라도 문제가 있으면 대상자를 변경해 사업을 추진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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