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은 아직도 30도를 넘보는 더위가 남아 있지만 아침저녁은 이미 선선한 바람이 불어 가을이 성큼 다가옴을 느낄 수 있다.
출퇴근 하는 사람들의 표정에도 한여름 열기에 지친 모습이 조금씩 빠지고 시원한 가을 기운에 미소가 절로 떠오른다.
한반도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과 주변 강대국의 으름장이 한창이고 살충제 계란 파동과 정부의 검증 안된 인사문제가 도마에 올라 정국이 위태하고 국민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그래도 가을은 왔다. 높고 파란 하늘과 상쾌한 가을바람을 반기는 코스모스를 보며 이미 곁에 온 가을을 마중할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한 편의 시(詩)를 읽을 수 있는 9월이 되기를 기도한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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