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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출연 신작만 4편” “지역축제에도 불똥”… 문화계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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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달수 출연 신작만 4편” “지역축제에도 불똥”… 문화계 패닉

입력
2018.03.01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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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씨 주연 ‘이웃사촌’ 개봉 빨간불

조재현ㆍ조민기 하차한 드라마도

대체 캐스팅하고 대본 누더기

박재동 집행위원장 맡고 있는

산악영화제도 출범 무기한 연기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오달수(왼쪽부터) 조민기 조재현.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폭력 의혹을 받고 있는 배우 오달수(왼쪽부터) 조민기 조재현. 한국일보 자료사진

성폭력 피해자들의 ‘미투(#MeTooㆍ나도 당했다)’ 폭로가 쏟아지고 있는 문화계는 그야말로 패닉 상태다. 가해자로 지목된 감독과 배우는 업계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고, 이들이 참여한 영화와 드라마는 막을 올려 보지도 못하고 좌초할 위기에 놓였다. ‘다음 폭로 대상은 누구’라는 미확인 소문까지 퍼지고 있어, 문화계 종사자들은 한껏 몸을 사리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투 쇼크에 문화계 비상

충무로는 ‘오달수 쇼크’로 비상이 걸렸다. ‘천만 요정’이라는 애칭까지 얻으며 호감을 샀던 배우인 만큼 후폭풍도 크다. 오달수씨가 촬영을 마친 영화는 모두 4편. 김지훈 감독의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 한장혁 감독의 ‘컨트롤’, 김용화 감독의 ‘신과 함께2’, 이환경 감독의 ‘이웃사촌’이 올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 댓글 고발과 댓글 작성자의 등장, 연극배우 엄지영씨의 추가 폭로가 잇따르고, 결국 오씨가 28일 자신을 둘러싼 의혹을 사실상 시인하고 사과하면서, 이 영화들은 개봉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오씨 출연 장면을 전부 편집하거나 재촬영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고 있지만 제작비 부담과 배우ㆍ감독ㆍ스태프의 스케줄 문제가 걸려 있어 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오씨가 주연으로 나오는 ‘이웃사촌’의 경우엔 아예 개봉을 못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상대적으로 오씨의 비중이 작은 ‘신과 함께2’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제작사 리얼라이즈픽처스는 “여름 개봉까지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컴퓨터그래픽(CG) 처리나 통편집, 부분 재촬영 등 상황에 맞는 방법을 논의할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오씨가 하차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는 배우 박호산이 긴급 투입됐다. 제작진은 2~3회 가량 진행된 오씨 촬영 분량 전체를 폐기하고, 해당 캐릭터가 나오는 장면을 처음부터 다시 찍는다.

tvN 드라마 ‘크로스’는 주인공 조재현씨의 중도 하차로 극 전개가 누더기가 됐다. 극중 캐릭터가 16회에 죽음을 맞는 결말이었으나 오는 6일 방송되는 12회에서 빠지도록 대본을 수정했다. 조씨의 성추문이 불거진 이후 방송된 9, 10회에는 최소 분량만 등장했지만 시청자 반응은 싸늘하다.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은 조민기씨도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하차했고, 그 배역엔 이재용씨가 캐스팅돼 촬영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여파로 첫 방송도 오는 3일로 일주일 연기됐다.

문화계 유명 인사들의 성추문은 지역 문화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울주세계산악영화제는 27일로 예정됐던 법인출범식을 무기한 연기했고, 박 화백이 참여해 온 들꽃만화페스티벌도 올해 행사 개최가 불투명해졌다. DMZ국제다큐영화제는 2009년 출범 때부터 10년간 집행위원장으로 행사를 이끌어 온 조재현씨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큰 폭의 조직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미투 운동은 이제부터 시작”

당장에 미투 운동에 거론되지 않은 영화들도 전전긍긍하기는 마찬가지다. 한국영화 자체에 대한 대중의 불신과 혐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막 개봉한 영화들은 대중의 반응을 살피며 홍보 전략을 수정하고 있고, 개봉을 준비 중인 영화들은 이번 사태가 자신들에게 미칠까 봐 긴장하고 있다. 제작사가 자사 작품 출연 배우들에게 혹여 성추문과 관련될 가능성이 있는지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확인받기도 한다. 영화 ‘흥부’의 경우 조근현 감독과 이병훈 음악감독이 과거 작품에서 성추행 문제를 일으킨 사실이 피해자의 미투 폭로로 알려지면서 뜻하지 않게 억울한 피해를 당했다.

매니지먼트사도 소속 배우 관리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명배우가 소속된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성추행을 방관한 것도 잘못이니 과거에 그런 일이 없었는지 거듭 확인해 보라’고 배우들에게 조언하기도 했다”며 한숨을 쉬었다.

방송계와 영화계에선 캐스팅 논의가 중단되다시피 했다. 현재 평판만으로는 과거 행실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사실이 오달수・조재현씨 등의 사례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PD와 감독, 배우 등을 일일이 뒷조사 할 수도 없어 난감하다”며 “특히 40~50대 남자배우의 경우 누가 성추문에 휘말릴지 모르니 캐스팅 하기 조심스럽다”고 하소연했다.

그럼에도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목소리는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문화계는 “미투 운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까지 드러난 추문은 빙산의 일각에도 못 미친다는 것이다. 투자배급사의 한 관계자는 “미투 운동이 특정 개인에 대한 스캔들로 끝나지 않도록 영화계가 나서서 피해자를 지지해주고 보호해줘야 한다”며 “지금 겪고 있는 진통과 혼란은 업계 정화를 위해 치러야 할 비용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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