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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농가 60%, 정부가 안전인증 ‘해썹 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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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농가 60%, 정부가 안전인증 ‘해썹 농장’

입력
2017.08.20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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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 해썹 마크.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제공
농장 해썹 마크.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제공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전국의 산란계 농장 49곳 중 29곳이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ㆍHACCP) 인증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인증’과 마찬가지로 해썹 인증 역시 살충제 계란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 유명무실한 제도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일 한국일보가 살충제 계란을 생산한 농장 49곳의 해썹 인증 여부를 확인한 결과 59%인 29곳이 2009~2017년 사이에 인증을 받아 현재까지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피프로닐이 검출된 전북 의성군의 전모씨 농장(지난 6월 인증)과, 비펜트린이 나온 경기 평택시의 조모씨 농장(지난 4월 인증) 등은 해썹 인증을 받은 지 2~4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해썹은 식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생물학적, 화학적, 물리적 위해 요인의 발생 여건을 원천 차단해 소비자에게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는 시스템을 의미한다. 공공기관인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이 농가나 식품 제조업체 등의 신청을 받아 정부가 정한 인증 기준에 맞으면 수수료를 받고 해썹 인증을 해준다. 전국 양계장 1,239곳 가운데 해썹 인증을 받은 농가는 올해 2월말 기준으로 70%(855곳)에 달한다. 친환경 인증처럼 해썹 인증을 받으면 계란을 보다 좋은 값에 팔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계란도매업체 직원들이 정상 판정을 받아 유통했다가 판매부진, 구매자 변심 등을 이유로 다시 반품된 계란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계란도매업체 직원들이 정상 판정을 받아 유통했다가 판매부진, 구매자 변심 등을 이유로 다시 반품된 계란을 폐기처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산란계 농장의 해썹 인증 기준은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살충제 사용 농가를 제대로 걸러내지 못한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해썹 인증 기준에 살충제 관련 조항이 없었지만, 닭 진드기 문제가 심각해 지자 이후 피프로닐이나 비펜트린과 같은 살충제를 쓰지 말아야 한다는 조항이 생겼다. 하지만 이를 어긴다고 인증을 받지 못하거나 취득한 인증이 취소되지는 않는다. 해썹은 60개 항목을 평가해 만점(5점) 항목이 85%(51개) 이상이면 인증을 해주기 때문에, 금지된 살충제를 쓰더라도 다른 항목 점수가 좋으면 인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이상 한번 받은 인증을 취소하는 것도 쉽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농림축산검역본부 관계자는 “이번에 문제가 된 농장의 해썹 인증을 들여다 보겠지만 제도적 한계로 인증 취소 등은 쉽지 않다”면서 “제도 개선은 해썹 인증 기준을 담당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식약처 측은 “식약처가 인증 기준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농장 등에 대한 해썹은 법에 따라 전부 검역본부에 위탁한 상태”라며 “검역본부가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맞섰다. 살충제 계란 사태의 정부 대응과정에서 드러난 두 부처의 엇박자가 해썹 인증을 두고도 반복되고 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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