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팀 36명 중 유일한 여경
태권도ㆍ유도ㆍ합기도 종합 8단
“여성이기에 앞서 경찰” 자부심
“엄마를 보면서 경찰의 꿈을 키웠습니다. 아직은 새내기지만 어떤 상황이 닥쳐도 몸을 사리지 않는 진짜 형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복 입은 어머니의 모습을 스케치북에 그리던 소녀는 10여년이 흐른 뒤 열혈 경찰로 거듭났다. 조은아(24) 순경은 서울 노원경찰서 강력팀의 막내다. 강력계 형사하면 떠오르는 우락부락하고 거친 이미지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하얗고 앳된 얼굴에서는 수줍음조차 묻어난다. 하지만 전날 24시간 넘게 이어진 당직근무에도 “보람차다”고 답하는 목소리는 준비된 여형사의 패기를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조 순경은 지난해 2월 서울 노원역지구대에서 경찰의 첫 발을 내디뎠고, 올해 2월부터는 노원서 강력팀 형사로 활약 중이다. 아직 5개월 밖에 안된 신출내기 형사지만 최근 상계동 수락산 등산로에서 발생한 ‘60대 여성 피살 사건’ 등 굵직한 사건도 경험했다. 강력계 형사는 그의 오랜 꿈이었다. 지구대 근무를 마치자마자 강력팀에 지원한 것도 그 때문이다. 조 순경은 30일 “사건 현장을 누비는 강력 형사야 말로 경찰의 꽃이자 정신”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질은 남성 못지 않다. 태권도 4단, 유도 2단, 합기도 2단 등 종합 8단의 뛰어난 무예실력에 “정의를 위해 한 몸 바치겠다”는 열정 앞에서 콧대 높은 강력팀도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그는 현재 노원서 강력팀 36명 중 유일한 여경이다.
어려움이 없었던 건 아니다. 조서를 작성할 때 피의자들이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면 “내가 여자라서 그럴까”라며 고민도 했다. ‘아가씨’라고 불리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지구대 근무 당시에는 취객들이 “사귀자”며 치근덕거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그때마다 “나는 여성이기 앞서 경찰”이라는 자부심으로 버텨냈다.
조 순경은 요즘 현장에서 여경의 강점을 톡톡히 체득하고 있다. 5월 상계동의 한 고물상 앞에서 쇼핑백에 담긴 영아가 발견된 유기사건이 그랬다. 태어난 지 하루밖에 안된 아기는 다행히 살아있었다. 조 순경은 폐쇄회로(CC)TV를 분석, 이튿날 인근 고시원에서 아기 엄마(32)를 검거했다. 출산한 지 사흘밖에 되지 않았던 그녀는 경제적 곤궁으로 기초적인 진료조차 받지 못한 상태였다. 조 순경은 조사를 마친 뒤 아기엄마를 다독이며 병원으로 데려가 검사를 받게 했고, 구청을 통해 미혼모 시설과 연결시켜 줬다.
같은 경찰서 보안과에 근무하는 어머니 신동주(56) 경위는 처음엔 딸이 경찰이 되는 것을 반대했다. 여경의 삶이 얼마나 고단한지 알기 때문. 그러나 딸의 간절한 소망을 꺾지 못했고 지금은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가 됐다. 조 순경의 목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여형사’다. “여경은 강력 형사로 성공할 수 없다는 편견을 깨고 ‘여형사’하면 조은아를 떠올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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