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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볼 수 없지만 절실함으로” 1급 시각장애 딛고 최우등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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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볼 수 없지만 절실함으로” 1급 시각장애 딛고 최우등 졸업

입력
2017.08.24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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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사회학과 김진영씨

장애학생 최초로 최우등 졸업

2017년 8월 학위수여식에서 장애 학생 최초로 최우등 졸업생으로 선정된 사회학과 김진영씨. 연세대 제공
2017년 8월 학위수여식에서 장애 학생 최초로 최우등 졸업생으로 선정된 사회학과 김진영씨. 연세대 제공

연세대 개교 이래 처음으로 시각장애 학생이 최우등 졸업이란 영예를 안게 됐다.

24일 연세대에 따르면 2013년 특수교육대상자로 사회학과에 입학한 시각장애1급 김진영(23)씨는 학부 졸업생 1,213명 중 최우등 졸업생 12명에 선정, 25일 오전 대강당에서 열리는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최우등 졸업 기준을 충족하려면 전체 학기 성적이 4.0(만점 4.3) 이상으로 상위 1% 내에 들어야 한다. 규정학기(8학기)를 초과하거나 학사경고를 받았거나 수강을 철회한 경우엔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세대는 매 학위수여식에서 10명 안팎을 최우등 졸업생으로 시상해왔다.

초등학교 4학년 때 희소질병 ‘망막 박리’로 시력을 잃은 뒤 시각장애1급 판정을 받은 김씨에게 학업을 이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빛의 유무 정도만 판별할 수 있어 수업에서 사용되는 교재를 점자 교재나 음성 프로그램으로 변환해야 했던 탓이다. 제작하는데 한달 이상 소요돼 때론 시험 보기 일주일 전에야 겨우 교재를 손에 쥐기도 했다.

그나마 연세대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장애학생 수업마다 도우미 학생을 한 명씩 배치해 수업 내용을 옮겨 적는 등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줘 공부의 끈을 끝까지 놓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게 김씨 얘기. 그는 “비장애 학생들처럼 마음껏 책을 볼 수는 없지만 절실함으로 열심히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씨는 로스쿨 진학 예정이다. 소수자, 그 중에서도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해 법률가로서 힘을 보태고 싶다는 마음에서다. 그는 “장애를 갖고 살다 보니 도움이나 지원이 필요할 때가 많은데 종종 개인이나 집단 원칙에 의해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다”며 “인권법을 공부해 장애 학생들과 소수자들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재학 중 장애 학생들의 고등 교육권 확보와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동아리 ‘게르니카’에서 했고, 시각장애를 체험해보는 전시 ‘어둠 속의 대화’에서 안내를 맡기도 했다. 김씨는 학위수여식 당일 도우미 학생과 함께 단상에 올라 점자로 제작된 졸업장과 최우등 상장을 받을 예정이다.

연세대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항일운동을 계속하다 복역 중 옥사한 독립운동가 고(故) 주기철 목사에게도 명예졸업증서를 수여할 예정이다.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주 목사는 1916년 4월 연세대 전신인 연희전문학교 상과에 입학했으며, 일제 고문으로 1944년 4월 순교했다. 주 목사의 손자 원(흥국증권 대표)씨가 유족을 대표해 명예졸업장을 받을 예정이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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