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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ㆍ공연장 돼 버린 캐나다 퀘백주 교회의 슬픈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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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ㆍ공연장 돼 버린 캐나다 퀘백주 교회의 슬픈 변신

입력
2018.07.31 16:46
수정
2018.07.31 19: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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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으로 용도 변경한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의 한 교회. 뉴욕타임스 댄 빌레프스키 기자 트위터 캡처
식당으로 용도 변경한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의 한 교회. 뉴욕타임스 댄 빌레프스키 기자 트위터 캡처

“슬프지만 현실을 받아 들여야 한다.”

캐나다 퀘백주 몬트리올 지역의 가톨릭교회를 책임지는 크리스티앙 레피느 대주교는 최근 퀘백주에 있는 교회들이 용도를 변경하고 있는 추세에 대해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이렇게 말했다. NYT는 “성구(聖具) 보관실은 공연 출연자들을 위한 탈의실로, 나무로 된 좌석은 술을 마시는 바로 탈바꿈했다”며 가톨릭 교회가 쇠퇴하면서 운영이 어려워진 성당ㆍ교회들이 공연장, 대학 도서관, 고급 헬스장, 레스토랑 등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퀘백주 종교유산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총 547개의 가톨릭 교회가 폐쇄되거나 매각되거나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 캐나다 매체인 글로벌뉴스는 “몬트리올에서만 과거 20~30년 사이 교회 60곳이 문을 닫거나 팔렸다”고 전했다.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종교적 권위에 대한 불신이 커진 데 있다. 제라드 보차드 시쿠티미대 교수는 “사람들은 교회가 그들의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했던 행동을 기억한다”며 “교회의 용도가 바뀌고 있는 것은 종교 당국에 대한 깊은 불신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세인트 조지(54)는 NYT에 “9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가 아픈 상태였는데도 교회는 어머니에게 10번째 아이를 낳으라고 종용했다”며 “성직자들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어 개인의 삶에 개입했다”고 회상했다.

가톨릭 교회의 쇠퇴는 미사 참석 인원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 가능하다. 1950년대에는 전체 인구의 95%가 주일 미사에 참석했지만 지금은 5%에 그치고 있다. 광고 카피라이터인 올리비아 프랫(31)은 NYT에 “할머니 세대는 신실한 신자였지만, 부모 세대와 또래 세대의 경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여성 성직자(수녀)의 수도 급감했다. 캐나다 매체인 더글로브앤드메일은 “1961년 4만7,000명에 달했던 퀘백주의 수녀 수는 지금 6,000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렇다 보니 교회는 재정상 어려움을 겪게 됐다. 캐나다 매체인 글로벌뉴스는 “교회 마다 난방비만 연평균 20만~30만달러(약 2억~3억3,500만원) 가량이 필요하다”며 “신자들이 감소하면서 이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전했다.

교회의 용도 변경을 놓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교회를 개조해 만든 다용도 시설에서 일하는 세인트 조지는 “청소년 범죄자, 고등학교 중퇴자 등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주요 기능은 여전히 성스러운 것”이라며 “교회를 다른 시설로 바꾸는데 있어 어떤 금기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반면 다니던 교회가 치즈 공장으로 바뀌었다는 장 필립 르 블랑(24)은 “여러 세대를 거쳐 세례, 결혼 등을 축하해온 곳”이라며 “교회의 용도 변경은 신성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채지선 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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