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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망할 놈의 담배, 끊고 피우고 끊고 피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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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망할 놈의 담배, 끊고 피우고 끊고 피우고

입력
2018.01.23 19:0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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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금연실천 도전기

누우면 천장에 담배연기 구름이...

전자담배ㆍ금연 패치ㆍ금연 껌 등

이것저것 도전해도 번번이 실패

해마다 1월이면 “담배를 끊겠다”고 다짐하는 흡연자들이 많습니다. 연례행사처럼 다짐을 반복한다는 것은 그만큼 금연이 어렵다는 방증입니다. 담배를 끊은 사람에게 ‘독한 사람’이라는 딱지를 붙일 정도로 힘든 일이고 웬만한 각오로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담배와 깨끗하게 절연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성공했든 실패했든 금연 도전기는 처절하고도 눈물겹습니다.

▦이모(45ㆍ회사원ㆍ대전 서구)씨

“26년을 피워 온 담배를 끊어보자”는 새해 결심은 첫날부터 무너졌다. 눈을 뜨자마자 담배를 찾아 입에 무는 버릇을 못 고쳤다.

1월 1일 오전 5시50분 일어나 냉수를 한 잔 마신 뒤 아파트단지 놀이터 구석에 놓인 깡통 앞으로 이끌리듯 내려갔다. 추위를 유난히 싫어하면서도 새벽녘 칼 추위를 무릅쓰고 밖으로 나가는 것은 오직 담배 때문이다. 화장실에 갔다가 다시 나가 한 개비를 더 피웠다. 집으로 들어와 샤워를 한 뒤 밥을 먹고 집을 나서 차에 타기 전 또 한 개비를 피웠다.

아들과 금연하기로 약속해 놓고 하루를 못 버틴 스스로가 정말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꾹 참는다. 하지만 일터에 도착하면 또다시 건물 밖 흡연실을 향한다. 입 안에서 맴도는 쓰고 역한 느낌은 30분이 지나면 잊혀진다.

오전 8시 노트북을 열고 보고서를 준비하다 보면 잠시 담배를 잊는다. 하지만 30~40분 뒤면 어김없이 몸에선 니코틴이 필요하다고 아우성 친다. 그렇게 하루 1갑에서 1갑 반을 또 피운다.

매일 밤 마음을 독하게 먹고 내일부터 금연하겠다며 잠자리에 들지만 아침이면 다시 놀이터 구석에 서 있다. 의지가 약하기로는 대한민국에서 최고인 것 같다.

▦이현철(51ㆍ사업ㆍ경북 포항)씨

22세 때 실연으로 괴로워하는 친구를 위로해준답시고 담배를 따라 입에 문 것이 시작이었다. 한 번씩 역하게 느껴지는 냄새가 싫어 그 때마다 끊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어느샌가 손이 담배가 든 주머니로 가 있었다. 많이 피울 때는 하루 3갑도 피웠다.

전자담배도 해 보고 금연 껌도 씹어봤는데 모두 실패했다. 전자담배는 찜찜한 무언가가 입에 남아 싫었다. 금연 껌은 씹었더니 핑 돌고 어지러웠다. 도구나 약물에 의존하는 건 그 때뿐이다. 금연패치 등 보조제가 없으면 다시 피우게 됐다. 2년 전 보건소 금연 프로그램도 이용해 봤으나 실패했다.

지금은 금연과 관련한 애플리케이션을 휴대폰에 깔고 날마다 저축한다 생각하며 버티고 있다. 금연한 지 오늘(20일)로 170일 정도 지났다.

담배를 피울 때는 담뱃값만 하루 5,000원 정도 썼다. 담배를 사면서 라이터니, 음료수니 이것저것 사서 나가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버리는 시간도 많았다. 그걸 돈으로 환산해 합치니, 하루 2만원 정도 낭비하는 셈이었다. 하루 2만원씩 저축한다 생각하고 갖고 싶은 게 생기면 금연한 날짜를 계산해 그 돈만큼 과감히 쓰고 있다. 스스로에게 주는 상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윤섭(41ㆍ회사원ㆍ서울 은평구)씨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피우던 담배를 끊은 지 벌써 5년이 흘렀다. 20번이 넘는 시도 끝에 일궈 낸 성공이다. 금연은 실패해도 계속 시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금단현상에 좀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어서다.

군대에서 처음 금연을 시도한 이유는 두통 때문이었다. 담배를 피우면서 꾸준히 머리가 아팠다.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무턱대고 참아 봤다. 수주일 만에 아쉽게 그만뒀지만 그 이후로 담배만 생각하면 지긋지긋한 그 두통이 새삼 다시 떠오르는 성과(?)를 얻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보급된 최근에야 진짜 금연에 성공했다. 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술자리에서 한 대씩 빌려 피웠다. 그런데 최근에 전자담배가 보급되면서 담배를 한 개비씩 빌리는 일이 어려워졌다. 결국에는 찾지 않게 됐다.

새해가 되니 주변에 금연을 선언하는 동료들이 많다. 금연 약을 처방받고 거의 금연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이도 있고 전자담배로 바꾸는 동료들도 있다. 금연하겠다는 마음을 지켰으면 좋겠다. 40대에 접어들었고 쑥쑥 커 가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금연하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실패해도 꾸준한 시도가 중요”

의연한 금단현상 대처가

금연에 성공하는 중요 기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김영래(38ㆍ공무원ㆍ부산 동래구)씨

군대에서 처음 담배를 배웠다. 21세 이등병 때였다. 선임에게 혼이 나거나 훈련이 힘들 때 동기들 옆에 앉아서 한 개비씩 뺏어 피웠다. 그렇게 배운 담배가 이렇게 오래 이어질 줄은 몰랐다.

금연을 결심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아침을 먹는데 어금니가 너무 아파 치과를 찾았다. 평소 양치질을 열심히 해서 별거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의사가 입 속을 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직 젊으신데 잇몸이고 치아고 쓸 만한 게 하나도 없습니다”라는 말에 덜컥 겁이 났다. 이유는 역시나 담배 때문이었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살았냐?”고 묻는데 답을 하지 못했다. 담배를 계속 피우면 치료를 못한다며 금연부터 결심하고 병원을 찾아오라 했다.

그렇게 금연과 함께 치료가 시작됐다. 잇몸을 치료하고 치아 3개를 금으로 씌우는데 4개월이 걸렸고 200만원이 넘게 들어갔다.

그러나 치료가 끝나자 슬슬 담배 생각이 났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자 어지럽고 냄새도 역하고 몸이 거부 반응을 보였다. 마침 두통 기침 가래가 없어졌고 피로감도 줄어 담배를 끊어볼까 생각하던 때였다. 그래서 끊었다. 담배는 백해무익하다. 몸이 망가진 뒤에는 늦다.

▦박정수(46ㆍ사업ㆍ전남 목포)씨

7년 전 금연에 성공했다. 과거 하루 담배 3갑 가까이 피우는 애연가였다. 밤 늦게까지 술자리가 이어지는 날이면 5갑까지 폈다. 집에서도 담배를 피웠다. 아이들과 아내가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금연을 처음 시도한 것은 아들 때문이었다. 아파트 베란다와 화장실에 해골 그림, 금연 표시를 붙이고는 “담배를 좀 끊어라”라고 잔소리했다. 단단한 결심을 하고 첫 시도를 했다. 아들에게 “믿어라”라고 큰소리를 쳤다. 금주도 했다.

1주일이 지나자 금단현상이 몰려왔다. 짜증이 늘었다. 술을 마시지 않아 일찍 집에 들어왔고 가족과 충돌도 잦아졌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목소리가 높아졌다. 침대에 누우면 천장에서 담배연기 같은 구름이 흘러다녔다. 몸이 붕 뜨는 느낌까지 들었다.

열흘 넘게 금연한 것이 아까워 병원과 보건소에서 상담도 받았지만 소용 없었다. 주변에선 “금단현상이 너무 심하니 담배를 피우라”고까지 했다. “이 정도도 못하나” 하는 자괴감이 생겼다.

하지만 한 고비를 넘기니 괜찮아졌다. 그렇게 7년이 흘렀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이 ‘금연’이라는 생각을 한다. 몸과 옷에서는 더 이상 찌든 냄새가 나지 않는다. 사업도 잘 풀리는 느낌이다.

인하대병원 인천금연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금연캠프 참가자들이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인하대병원 인천금연지원센터가 운영하는 금연캠프 참가자들이 운동치료를 받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이모(38ㆍ회사원ㆍ서울 영등포구)씨

2016년 금연에 성공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지 꼬박 13년 만이었다. 다른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서 끊었다. 성공하기까지 3번 실패했다.

첫 실패는 대학교 3학년 때 군대를 다녀오고 6개월간 담배를 끊었다가 다시 피운 것이다. “딱 한 개비만 피고 다시 끊자”고 쉽게 생각한 게 화근이 됐다. 그 때는 마음만 먹으면 다시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다시 금연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나머지 두 번은 보건소 금연클리닉의 도움을 받았지만 잘 안됐다. 일이 바빠 주기적으로 가서 상태를 체크하고 관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금연패치에 오히려 의존하게 됐다.

마지막 금연 시도 때는 마음가짐이 조금 달랐다. 아내가 만삭이라 아이가 나오기 전에 끊어야 한다는 계기가 뚜렷했다. 지금까지 실패 이유도 하나하나 따져봤다.

금연 후 1, 2주가 가장 중요하다고 보고 술자리나 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마음도 편하게 먹었다. 반드시 끊겠다는 생각 대신 언제든 다시 필 수 있다고 되뇌며 최대한 오래 참는 걸 목표로 했다. 또 지금까지 참은 게 아깝다고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지금은 담배 생각이 거의 안 난다.

▦장모(43ㆍ회사원ㆍ강원 춘천)씨

고등학교 시절 담배를 처음 배웠다. ‘솔’이라는 담배였다. 그 이후로 ‘구수한 담배’는 인생을 함께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됐다. 니코틴 함량 5㎎ 이상 담배만 찾았다. 주변에선 애연가를 넘어 골초라고 불렀다.

담배와의 오랜 인연을 끊은 것은 지난해 8월이다. 두 살배기 늦둥이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득 예순을 넘어서까지 아이들을 뒷바라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건강관리를 해야겠다는 결심까지 이어졌다. 약을 먹어야 할 정도까지 혈압이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루 4,500원인 담뱃값을 모아 가족 여행도 가기로 했다.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술자리는 최대한 자제했다. 8년 전에도 두 달 이상 담배를 피지 않다가 회식자리에서 한 번 문 담배가 화근이 돼 실패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의사 조언을 받아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생길 때마다 껌을 씹거나 양치를 했다. 니코틴 껌이나 금연패치는 또 다른 중독 위험이 있다고 해서 멀리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양치를 하고 턱이 아플 정도로 껌을 씹었다. 다행히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금연구역이 많아져 예전보다 담배의 유혹은 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기필코 끊으리라.

정리=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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