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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대선주자들 '남부연합기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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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공화당 대선주자들 '남부연합기 딜레마

입력
2015.06.2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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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백인 유권자와 등돌리고 살아남은 공화당 정치인 드물어

젭 부시·피오리나·허커비 등 깃발 처리 방안 질문에 즉답 피해

크루즈, 백인 우월주의 단체서 기부금

미국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 발생 나흘째인 21일, 사건 이후 첫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이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미국 찰스턴 흑인교회 총기난사 사건 발생 나흘째인 21일, 사건 이후 첫 예배에 참석한 교인들이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찰스턴=AP 연합뉴스

미국 사우스캐콜라이나주 찰스턴 총기난사 사건이 뜻밖의 방향에서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총기난사 범인 딜런 루프(21)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일련의 사진에서 ‘남부연합기’를 내세운 게 확인되면서, 이 깃발의 의미와 처리 방안에 대한 입장 표명을 놓고 공화당 ‘잠룡’들이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주요 언론은 22일 일제히 ‘남부연합기’이슈가 공화당에 대선주자의 ‘판도라 상자’로 변했다고 보도했다. 남부연합기는 미국 남북전쟁 당시 노예 소유를 인정한 남부연합 정부의 공식 깃발이다. 남부연합이 패한 뒤 150년이 넘었지만, 미국 남부 일부 백인 사이에서는 ‘계승해야 할 전통’의 상징물로 인정받고 있다. 반면 남부를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는 백인 우월주의 또는 흑인 차별의 상징처럼 여겨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 주자들로서는 ‘백인 우월주의 상징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 의사당 앞 게양대에서 끌어 내려야 한다’고 당당히 밝히고 싶더라도, 그럴 경우 공화당 텃밭인 남부 지역 보수 백인 유권자의 이탈을 각오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사우스캐롤라이나는 남부에서 공화당 당내 경선이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으로, 대선주자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지역이다.

대선 출마를 포기한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인종 차별의 심볼이며, 찰스턴 희생자들을 기리는 뜻에서 이를 내려야 한다”고 공개 촉구를 하지만 반면,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대선 주자들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부시 전 지사는 “내 입장은 투명하다”면서도 주의회 앞마당의 남부연합기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그는 “플로리다에서는 그 기를 의사당 경내서 철거하고 원래 보유했던 한 박물관에서 게양하게 했다”고만 말했다.

공화당 경선에 참가한 유일한 여성 칼리 피오리나 전 휴렛팩커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깃발이 ‘인종 증오의 상징’이라는 주장에 동의하지만, 내 견해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민의 견해와는 다를 수 있으므로 깃발 철거를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얼버무렸다.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도 “이 문제는 사우스캐롤라이나 외부 사람들이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넘어갔다.

공화당 대선주자들의 이런 행태는 공화당 정치인 가운데 ‘남부연합기’를 부인하고 잘 된 경우가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데이빗 비즐리 전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재임 중 ‘남부연합기’ 게양 장소를 의사당 건물 꼭대기에서 눈에 덜 띄는 앞 마당으로 옮겼다가, 1998년 선거에서 재선에 실패했다. 마크 샌포드 사우스 캐롤라이나 주 하원의원은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것은 공화당 정치인에게는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콧 부캐넌 시타델대 정치공학과 교수도 “이 이슈를 다룬 정치인은 대부분 정치적으로 사망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위원, 릭 센토럼(펜실베이니아) 전 상원의원과 2012년 경선에 출마 했던 론 폰(텍사스) 전 하원의원 등이 백인 우월주의자 단단체부터 정치자금을 기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22일 뉴욕타임스가 보도해 공화당에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크루즈 상원의원 선거 담당자는 “8,500달러를 기부 받았으나 즉시 돌려보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릭 샌토롬과 론 폴 관계자는 사실확인 요청을 거부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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