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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당·정·청 다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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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정부 당·정·청 다 흔들린다

입력
2016.07.2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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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친위세력 친박 당권 멀어지고

레임덕 읽은 공직사회 기강 무너져

靑 실세 의혹까지… 권력누수 가속

우병우 등 파격적 인적 쇄신 필요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 빨간 신호등 너머로 청와대 전경이 보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사거리 빨간 신호등 너머로 청와대 전경이 보이고 있다. 홍인기 기자

청와대는 19일 “일방적 정치 공세와 국정 흔들기를 자제하라”고 촉구했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표적 삼아 각종 의혹을 제기해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하는 정치권과 언론에 보낸 경고였다. 청와대가 우 수석 의혹이 나온 지 하루 만에 “흔들지 말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은, 정권 내에서 느끼는 이번 사태의 진동이 그 만큼 크고 위협적이라는 뜻이다.

새누리당의 4월 총선 참패 이후 박 대통령이 권력의 원심력을 통제하는 데 실패해 정권의 ‘힘’이 급속도로 빠지고 있는 탓이다.

흔들리는 청와대

과거 대통령들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은 집권 4년 차 정권 실세의 부정비리 스캔들과 함께 시작됐다. 권력 핵심부를 겨냥한 검찰ㆍ야당ㆍ언론의 집단 공격은 정권이 저물기 시작했다는 명징한 신호였다. 청와대가 우 수석에 대한 공세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은 공직자 사정과 인사 검증을 담당하고 사정ㆍ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막강한 자리다. 더구나 우 수석은 박 대통령의 절대적 신임을 받는 청와대 실세로 불렸다. 그런 우 수석이 처가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 ‘비리 검사’인 진경준 검사장과 검은 거래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만으로 청와대는 이미 깊은 상처를 입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스스로 위기를 불렀다. 총선에서 충격적 패배를 당한 뒤에도 제대로 된 쇄신책을 내놓지 않고 골든 타임을 그냥 흘려 보냈다. ‘선거의 여왕’을 무너뜨린 여소야대 민심을 읽지 않고, ‘마이 웨이’ 국정운영을 고집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도는 32%(한국갤럽 12~14일 조사)로, 마의 30%대는 간신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구ㆍ경북(TK) 출신과 60대 이상 세대 등 콘크리트 지지층의 충성스러운 지지가 떠받치는 숫자일 뿐, 충분한 국정 동력을 확보했다고 보긴 어렵다. 실제로 최근 들어 박 대통령이 내놓는 메시지들의 주목도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뒤뚱거리는 정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결정 과정은 정권 후반기 들어 무기력하고 나태해진 내각의 맨 얼굴을 드러냈다. 황교안 국무총리가 사드 배치 지역인 경북 성주 주민들을 설득하러 갔다가 6시30분 동안 감금된 것은 정부의 무능을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시각에 윤병세 외교부장관이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 들통난 것은 내각의 태만을 보여 준 사례였다.

권력의 움직임에 유독 예민한 공직사회는 청와대의 권력 누수를 재빠르게 읽은 듯 하다. 홍기택 전 산업은행장의 청와대 서별관회의 폭로는 청와대가 외부 인사들에게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또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ㆍ돼지” 발언은 공직사회의 기강이 바닥에 떨어졌다는 징후였다. 청와대가 올 들어 사정 정국을 조성하는 모양새를 취하며 공직사회의 분위기를 다잡으려 했지만 먹히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의 손발이 돼야 할 정부가 의욕을 잃으면서, 노동개혁을 비롯한 4대 구조개혁과 산업 구조조정, 창조경제 등 핵심 국정과제들은 추진력을 상당 부분 잃었다. 여소야대가 된 20대 국회에선 국정과제 실행을 위한 법안과 예산안 통과도 극도로 어려워질 것이다.

분열하는 여당

친박계가 새누리당 대표를 맡는 것은 ‘박근혜정부의 성공을 목표로 협력하는 당청 관계’를 지키기 위한 마지노선이었다. 지난 총선 공천에서 친박계 후보를 많이 내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최경환 의원이 일찌감치 당 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서청원 의원마저 19일 출마를 접으면서, 당권이 결국 비박계로 넘어가게 됐다.

새누리당의 8ㆍ9 전당대회에서 비박계 대표가 당선되면 당청 관계의 중심은 여당으로 급격히 쏠리게 된다. ‘무능한 현재 권력’에 각을 세우는 것이 여당의 정권재창출 공식인 만큼, 대선이 다가올수록 새누리당은 사실상의 야당으로 청와대 흔들기에 가세할 것이다.

문제는 여당의 원심력을 제어하고 청와대 편에 설 친박계 ‘호위무사’들도 없다는 점이다. 총선 공천 개입 전화통화 녹취록이 공개된 최경환 의원의 당내 입지가 좁아진 것은 물론이고 친박계 자체가 폐족이 될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결국은 인적 쇄신

박 대통령이 당ㆍ정ㆍ청의 3중 위기를 돌파하고 남은 임기 1년7개월 간 성과를 남기려면, 내각과 청와대의 파격적 인사로 분위기 쇄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그간 정치권에서 거론된 3,4개 부처의 ‘장수 장관’들을 바꾸는 정도의 소규모 인사로는 수세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우병우 민정수석을 과감하게 쳐내야 한다는 얘기도 19일 여권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의혹이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우 수석을 교체하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우 수석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객관성을 확보하고 청와대의 도덕성이 두고두고 흠집 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하지만 내각 후보자 검증 정국이 연말까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상황이 되는 것을 청와대는 걱정하고 있다. 또 박 대통령이 권력을 나누어 주지 않는 스타일인 만큼, 내각과 청와대의 얼굴을 바꾸는 것만으로 국정 쇄신 효과를 충분히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있다. 레임덕을 늦추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이에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탈당이나 개헌 추진 등 ‘깜짝 카드’를 쓸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소신과 어긋난다”며 선을 긋고 있다.

최문선 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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