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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는 ‘사후약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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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감정노동자 보호는 ‘사후약방문’

입력
2017.08.2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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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은행 등 불량고객 욕설ㆍ폭언 여전

개정 금융업법 실효성 떨어지고

국회 표류 감정노동자보호법안도

문제 행동 예방하는 방안은 없어

#2”처벌받은 고객정보 공유하고

제3자 신고 시스템 마련해야”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A은행의 모 지점은 지난해 말부터 한 민원인 때문에 직원 전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매월 전화를 걸어 자신의 카드 사용 내용을 불러줄 것을 요청하고 조금이라도 지체되면 “그 따위로 일하느냐?”며 시비를 걸기 때문이다. “XX, 너 이름이 뭐야? 너 나한테 죽었어”라는 욕설과 함께 10여분 동안 폭언을 퍼붓는데도 참고 달래며 통화를 끊는 게 전부다.

일부 불량 고객들의 막말과 욕설ㆍ폭언, 성희롱 등에 금융업을 비롯한 서비스 업종 감정노동자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금융 당국이 고객응대 직원의 인격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사실상 피해 직원을 고객으로부터 격리ㆍ치료하는 수준에 불과, 근본 대책은 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발의된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안과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국회에서 1년 가까이 표류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6월 은행법, 보험업법, 자본시장법 등 6개 금융업법을 개정해 고객응대 직원 보호를 위한 대책을 내 놨다. 고객의 폭언이나 성희롱ㆍ폭행 등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행동요령 등을 교육시킨다는 게 골자다. 또 고객의 행위가 범죄에 해당된다고 판단될 경우엔 형사고발 하도록 했다.

그러나 법이 사전예방이 아닌 사후보호에 국한돼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금융업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접 등을 통해 지난해 말 발표한 ‘금융산업감정노동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응대 직원 10명 중 7명(72.3%)은 욕설을, 10명 중 1명(8.6%)은 물리적 폭력을 경험했다. 지금도 상황은 큰 변화가 없다. 모 은행 관계자는 24일 “여전히 똑 같은 피해를 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고객과의 갈등으로 인한 은행 평판 하락과 인사상 불이익 등을 우려해 형사고발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실 현 대책은 감정노동자의 피해가 생기기 전에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대책이 아니라 사후처방에 가깝다.

문제는 1년 가까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감정노동자보호법 제정안이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도 금융업법상 고객응대 직원 보호 방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에 있다. 이들 법안 역시 피해 후 사후조치가 대부분이다. 물론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의무를 사업주에게 부과하고 있긴 하지만 피해를 입히는 소비자의 문제 행동을 예방할 수 있는 뾰족한 방안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불량 고객들의 문제 행동에 대한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은행연합회 등 금융권도 문제 고객 정보를 업권별로 공유해 근로자의 피해를 사전에 방지하고 신고접수기관을 신설해 피해 근로자와 고객과의 갈등을 완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종합신고센터 등에서 피해사례를 접수받아 제3자 입장에서 판단한 뒤 최종적으로 수사기관에 고발ㆍ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수사기관을 통해 처벌 받은 고객 정보는 업권별로 공유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관련 법률 개정에 힘을 보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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