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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길들이기, 인간이 자연과 함께하는 완벽한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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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길들이기, 인간이 자연과 함께하는 완벽한 모델”

입력
2017.06.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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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과 사람이야기] ‘메이블 이야기’ 저자 헬렌 맥도널드 인터뷰

'메이블 이야기'의 저자 헬렌 맥도널드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흰매를 손에 올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헬렌 맥도널드 제공
'메이블 이야기'의 저자 헬렌 맥도널드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흰매를 손에 올린 후 환하게 웃고 있다. 헬렌 맥도널드 제공

케임브리지대서 역사ㆍ철학 가르치는 교수

“자유롭고 독립적인 매 ‘메이블’ 길들이며

아버지를 잃은 슬픔서 서서히 벗어나

가장 필요한 건 시간… 생명체와 협상해야”

사람들은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기르며 기쁨과 위안을 얻는다. 그래서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대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역사학부와 철학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헬렌 맥도널드 교수는 독특한 동물을 가족으로 삼았다. 바로 야생 매다.

맥도널드 교수는 유라시아 지역 맹금류 연구와 보존활동에 참여하는 매 조련사이자 매 전문가다. 그는 매를 길들이면서 아버지를 여읜 슬픔을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책 ‘메이블 이야기’로 전세계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그는 이 책으로 3년전 논픽션계의 아카데미상 격인 새뮤얼존슨상의 첫 자서전 수상작가가 됐고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코스타상을 받았다. 또 이 책은 가디언과 뉴욕타임스 등에서 선정한 올해의 책,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 1위, 영국 베스트 셀러 1위 등에 오르며 호평을 받았다. 최근 송골매(falcon)의 위기와 복원을 다룬 책 ‘팰컨’이 번역 출간된 것을 계기로 매에 빠진 그를 이메일로 인터뷰 했다.

맥도널드 교수가 갑자기 아버지를 잃고 참매(hawk)를 길들인 것은 어릴 적 사진작가였던 아버지와 함께 매를 관찰하고 이야기한 추억 때문이다. 한국이나 미국은 매를 키우려면 사육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다. 영국에서는 매 사육업자(브리더)에게서 매를 분양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심에서 야생 매를 길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는 잘못 길들여 관계가 틀어지면 야생으로 날아가 버린다. 맥도널드 교수는 “매를 길들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시간”이라며 “사냥 기간 매일 날아다닐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매는 비행과 사냥할 때를 제외한 대부분 시간을 휴식과 깃털 고르기, 목욕, 잠으로 보낸다.

맥도널드 교수가 많은 시간을 들여 매를 길들인 이유는 위대한 생명체와 함께할 수 있는 기회를 통해 자연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를 길들이려면 강요하지 않고 생명체와 신중하게 협상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는 “매를 길들이는 것은 인간과 자연이 함께 할 수 있는 완벽한 모델”이라며 “지배가 아니라 상호 신뢰와 긍정적 강화를 필요로 하는 관계여서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헬렌 맥도널드 교수가 아버지를 잃고 난 슬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참매(hawk) 메이블. 헬렌 맥도널드 제공
헬렌 맥도널드 교수가 아버지를 잃고 난 슬픔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준 참매(hawk) 메이블. 헬렌 맥도널드 제공

맥도널드 교수가 아버지와 사별한 슬픔을 극복하도록 도와준 친구는 메이블이라는 매다. 그는 사람의 감정으로부터 자유롭고 독립적이며 침착한 메이블을 닮고 싶었고 메이블과 동일시하며 슬픔을 이겨냈다. 그는 “메이블은 사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줬으며 세상이 비슷한 사람들로 채워져 있지 않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해줬다”고 말했다.

매는 우리나라에서도 오랜 세월 매 사냥을 통해 익숙한 동물이다. 고려시대 크게 유행한 뒤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오는 우리나라의 매사냥은 2010년 11개 국과 함께 유네스코의 인류문형문화유산에 등재됐다. 매 사냥이 오랜 세월 지속된 것은 사냥할 때 협력관계이지만 결코 가축이 되지 않는 매와 사람의 특수한 관계 덕분이다.

맥도널드 교수는 결코 흥미를 위해 야생 매를 길들이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다른 생명을 죽이는 것을 즐기기 위해 매를 기르는 사람은 없다”며 “매의 사냥은 본능일 뿐 놀이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헬렌 맥도널드 교수가 참매를 바라보고 있다. 헬렌 맥도널드 제공
헬렌 맥도널드 교수가 참매를 바라보고 있다. 헬렌 맥도널드 제공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인 매를 기르려면 문화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국전통매사냥보전회에 따르면 무형문화재로부터 3년 이상 전수를 받으면 심사를 거쳐 사육허가를 받을 수 있다. 현재 매를 기르고 부리는 사람인 응사 2명이 무형문화재로서 전북 진안과 대전에서 명맥을 잇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매사냥법을 전수받은 10여 명이 응사로 활동하고 있다.

외국에서는 매 사육에 현대 기술을 접목하기도 한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무선조종 항공기를 유도하도록 매를 훈련시킨다. 다른 국가에서는 매를 훈련시켜 작은 드론을 수천 피트 상공으로 이동시키기도 한다.

코닥은 미국 도심 빌딩에 자리잡은 매의 둥지를 웹캠으로 실시간 보여주면서 매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코닥 사이트 캡처
코닥은 미국 도심 빌딩에 자리잡은 매의 둥지를 웹캠으로 실시간 보여주면서 매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코닥 사이트 캡처

코닥 등 일부 기업들은 매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도심 속에 둥지를 트는 매를 보존하기 위해 인터넷에 연결되는 카메라인 웹캠으로 매 둥지를 관찰하며 대중들에게 매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맥도널드 교수는 “매를 길들이는 사람과 매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지만 매를 길들이는 방법은 계속 변화하고 있다”며 “진화는 전통이 이어지는 방식이며 예측하지 못하는 미래에도 계속될 수 있도록 하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김서로 인턴기자 (이화여대 행정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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