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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누가 이득을 보는가

입력
2017.07.05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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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의 딜레마’에 빠질 정부 정책 많아

최저임금 인상 ‘155원 대 3,530원’의 격차

과속하면 정부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 커

정부가 정책 결정을 할 때 따져 봐야 하는 게 있다. 과연 누가 이득을 보게 되는가다. 사례로 흔히 낙수효과가 거론된다. 기업이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어야 투자를 하고 서민에게도 돈이 흘러 들어간다는 접근법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떨까. 논란이 있지만, 낙수효과가 별로 없었고 오히려 기득권층에 더 큰 이득이 돌아갔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경제학자 장하준은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라 정치적 논쟁이라고 본다.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고, 앞으로도 과학이 될 수 없다. 경제학에는 정치적, 도덕적 판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확립될 수 있는 객관적 진실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경제학적 논쟁을 대할 때 다음과 같은 오래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Cui bono(누가 이득을 보는가)?’ 로마의 정치인이자 유명한 웅변가였던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의 말이다” (<경제학은 칵테일처럼>).

나아가 좀 더 따져 봐야 할 게 있다. 누가 손해를 보게 될까다. 정부가 서민층 등 특정 타깃을 정해서 그들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정책을 펼치려고 한다. 그들의 소득이 높아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득재분배와 성장이 동시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정부가 지향하는 소득주도 성장전략이다. 그렇다면 손해를 보는 사람은 없을까. 그래서 이번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힘 있게 밀어붙이고 있는 경제 관련 정책 몇 가지의 득실을 살펴본다. 이런 과정 역시 꿈과 목표는 다르고, 경제학이 과학이 될 수 없는 하나의 사례가 될지 모르겠다.

우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당연히 비정규직에 이득이 될 것이다. 그래서 총파업도 기대감이 충만한 비정규직 단체가 주도하는 형국이다. 과연 어느 정도까지 가능한 일인가, 또 손해 보는 사람은 없는가. 정부는 당장 공공부문의 정규직화부터 추진하겠다고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공공부문은 구체적 방침이 정해질 때까지 비정규직 채용을 머뭇거리고 있다. 이번 정부 들어 최초로 전면 정규직화를 선언한 인천공항공사가 하청업체 신규 보안검색 요원 위탁 교육을 중단했다. 그 바람에 보안검색 위탁업체 교육장이 썰렁해졌고, 일감이 없어졌다고 걱정이다. 정규직화 추진의 역풍이다. 더욱이 민간부문은 강요하기 어렵다. 일부 대기업이 부분 정규직화를 하고 있지만, 자선사업이 아니라면 기업은 비정규직을 없애는 만큼 정규직의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정책은 득실이 개인과 자영업자에게 중첩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편의점 프랜차이즈 등 영세사업자는 최저임금 인상을 견디지 못하면 신규 고용을 회피하거나 직원을 내보낼 것이다. 이 경우 일자리는 더 없어지는 ‘선의의 딜레마’에 빠진다. 일자리를 유지하는 취업자는 이득을 보지만, 일자리를 아예 잃는 경우는 손해를 본다. 최저임금위원회 협상도 결렬됐다.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사용자 측은 6,625원을, 노동계는 당장 1만원을 요구했다. ‘155원 대 3,530원’이라는 인상액의 차이만큼 인식 격차도 크다.

신고리 5ㆍ6호기 건설 중단이라는 조치는 애초에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 이를 탈원전 정책의 범주로 간주한다면 백년대계로 국민 전체에 이득일 것이다. 반면 에너지정책 측면에서는 전기요금 상승 등으로 막대한 부담을 줄 수 있다. 당장 관련 일자리도 상당수 없어진다.

시장에 비정규직과 저임금노동자가 늘어나는 것은 전 세계적인 현상으로 시장의 실패로 간주할 수 있다. 시장실패를 보완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래서 득실을 따져 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규직화 추진과 최저임금 인상, 탈원전은 올바른 방향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성급히 결정하다 보니 의견조정과 합의도출의 절차가 소홀했다. 급가속이 필요한 아우토반이라면 몰라도 일반도로에서는 경제속도로 달리는 것이 옳다. 능력에 걸맞지 않게 과속을 하면 다시 정부의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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