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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마카다미아

입력
2014.12.15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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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까지 돌려야 했던, 그녀가 사랑하는 음식 마카다미아입니다. 드실 때는 반드시 그릇에 담아서 드셔야지 안 그러면 추운 날씨에 집에서 나가야 하거나, 기차 지하철 버스 비행기 등에서 내리셔야 할 수도 있으니 주의하세요.” 온라인 커뮤너티에 견과류 ‘마우나 로아(Mauna Loa) 마카다미아(Macadamia)’를 살 수 있는 인터넷 쇼핑몰을 링크하면서 누군가 올려 놓은 글이다. 마우나 로아는 하와이에 있는 화산이름이면서 현지에서 생산되는 마카다미아 브랜드인데 대한항공 일등석에서 서비스된다는 바로 그 땅콩이다.

▦ ‘퀸즐랜드 땅콩’으로도 불리는 마카다미아는 땅에서 캐는 여느 땅콩과 다르다. 키가 2~12m까지 자라는 마카다미아 나무의 열매로 원산지가 호주 퀸즐랜드주다. 호주 원주민들이 즐겼던 이 땅콩은 1882년 하와이에 전파돼 1920년대부터 상업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했다. 1997년 호주가 다시 글로벌 넘버원 생산국 지위를 되찾았지만 하와이산이 지금도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하다. 단단한 껍질을 까면 각종 영양소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하고 맛도 고소한 과육이 나와 ‘견과류의 황제’로 불린다.

▦ 마카다미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소식이다. 일부 온ㆍ오프라인 쇼핑몰에서 연일 매진 행진이란다. 판매광고엔‘둘이 먹다 하나 내려도 모르는 마카다미아 너츠’ ‘비행기를 돌려세운 그 맛’ 등으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을 패러디한 내용이 곁들여진다. 맥주집에서 오징어나 노가리 안주와 더불어 나오는 심심풀이 땅콩이 이처럼 분노와 야유의 모티브가 된 적은 없을 것 같다. 드라마 미생에 나오는 을 중의 을인 계약직 직원 장그래의 처지에 울고 웃던 직장인들, 각종 차별에 서러움을 삼켜 온 이 땅의 약자들이 조 전 부사장의 슈퍼 갑질 행태에 대해 느끼는 분노가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 이른바 한 사회 리더라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이 SNS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실시간 유통되는 세상이다.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지 못하는 리더는 점점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사고를 치고도 꼼수를 부리다 사과 시기를 놓친 오너의 딸이나, 책임 회피에 급급한 사과문을 발표한 대한항공의 행태는 공감능력 제로의 표본이다. 겉은 글로벌기업이되, 기업문화는 시대착오적인 회사에서 땅콩 파문은 언제든지 터질 수 밖에 없다.

박진용 논설위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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