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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청 직원에 “정규직 시켜줄게 노조 탈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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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하청 직원에 “정규직 시켜줄게 노조 탈퇴하라”

입력
2016.04.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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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파견 논란 해결 막바지서

특별채용 대상 아닌 조합원에게

원청 정규직 미끼로 회유ㆍ압박

“사용자 부당노동행위에 해당”

사측은 “간부 개인적 답변일 뿐”

현대자동차가 지난 6일 “13년 만에 불법파견(사내하청)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됐다”며 울산공장에 배포한 유인물 첫 페이지.
현대자동차가 지난 6일 “13년 만에 불법파견(사내하청)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됐다”며 울산공장에 배포한 유인물 첫 페이지.
현대자동차가 지난 6일 “13년 만에 불법파견(사내하청)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됐다”며 울산공장에 배포한 유인물 두 번째 페이지.
현대자동차가 지난 6일 “13년 만에 불법파견(사내하청) 문제가 완전히 마무리됐다”며 울산공장에 배포한 유인물 두 번째 페이지.

현대자동차 현장 관리자들이 사내하청업체 직원을 상대로 자사(원청) 정규직을 시켜주겠다며 노조를 탈퇴하도록 유도한 정황이 공개됐다. 사내하청직 2,000명의 정규직 특별 채용이 뼈대인 지난달 노사 합의로 해소된 듯 보였던 현대차 ‘불법파견 논란’이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현대차 사측 간부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 조합원 간 대화 녹취록에는 정규직 채용을 미끼로 조합원들을 꾀어 하청 노조를 허물고 싶어하는 현대차 측의 속내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현대차 임모 과장은 14일 하청업체 직원 정모씨에게 전화를 걸어 “탈퇴 회유, 부당노동행위라고 얘기하라면 하겠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정규직이) 된다는 보장이 있다면 (노조에 남겠다는) 생각이 좀 달라지겠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활동 열심히 하다 찍힌 상황에서 탈퇴하고 가도 누가 욕하거나 하지 않는다”며 “애도 둘이나 있어 돈 들어갈 데도 많을 테니 하루라도 빨리 직영(원청 정규직) 되는 게 더 낫다”고 정씨를 달랬다. 그는 “(노조에) 가입해 소송 가게 되면 (추가 소송 안 한다고) 합의한 이후 시점이기 때문에 굳이 이 인원을 채용하진 않는다”며 압박하는가 하면 “나중에 노동운동 계속 하고 싶잖냐. 노동운동의 메이저리그는 현대차다. 어차피 할 거 메이저리그가 좋지 않겠냐”고 회유하기도 했다. 정규직 채용을 미끼로 사측이 노조 탈퇴를 유도하는 것은 현행법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집단 탈퇴를 권유하는 대목도 있다. 현대차 차모 차장은 17일 하청업체 직원 김모씨를 만나 “내가 책임 질 테니까 너희 16명, 19명 모여서 얘기해 봐. 좀 깔끔하게 빠져(탈퇴해). 나도 자신 있는데, 너희는 소송을 진다. 그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애도 이제 2살. 근속에 대해 확실히 알아보겠다”며 “19명 만나 소주 한 잔 먹자”고 제안한다.

이처럼 현대차가 사내하청 노조 형해화에 나선 것은 2005년 3월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씨를 해고하면서 불거진 뒤 11년 만인 지난달 노사 합의로 일단락된 불법파견 논란의 불씨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지난달 21일 현대차와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울산공장 사내하청노조)는 원청이 올해 1,200명, 내년 800명 등 총 2,000명의 사내하청직을 정규직으로 특별 채용하고 기존 근속연수를 절반 이상 인정하는 한편, 노사 양측이 그간 진행된 모든 민형사상 소송을 취하키로 합의했다.

문제는 특별 채용 뒤에도 3,500명 가량의 노동자가 사내하청직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현대차 하청직 규모는 약 5,500명. 현대차가 이 중 2,0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불법파견 논란을 끝낸 뒤 나머지는 정규직화하지 않고 ‘합법도급’으로 남기려 한다는 분석이 하청 노조 일부에서 나온다. 하지만 특별 채용 대상에서 제외된 사내하청 지회 조합원들은 고용노동부의 판정(2004년)과 대법원 판결(2010, 2012년)로 모든 현대차 사내하청이 불법파견으로 인정된 만큼 예외 없이 정규직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사측이 사내하청의 정규직화 활동의 거점 노릇을 하는 사내하청 노조를 와해시키기로 한 건 노사 합의에 불복한 이들이 집단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낼 조짐을 보이면서다. 그러나 합의 직전 가입한 신규 조합원은 사측의 회유ㆍ압박에 590여명에서 현재 250여명으로 감소한 상태다. 특별 채용 대상인 기존 조합원 700명이 연내 정규직이 돼 자동 탈퇴할 경우 사내하청 노조에는 이들만 남는다.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현대차는 불법파견 관계가 수 차례 확인된 만큼 직접적 사용자로 볼 수 있다”며 “노조법 상 사용자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가능한 행위”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특별고용에 대한 정모씨의 질문에 담당 과장이 개인적으로 답변한 것”이라며 “금속노조와 현대차지부, 사내하청지회가 참여한 특별협의 합의 후 현재 진행 중인 특별고용 진행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통화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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