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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돈 세탁’ 거점으로 홍콩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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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돈 세탁’ 거점으로 홍콩이 떠오른다

입력
2017.10.17 17:36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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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국제금융망 접근ㆍ현금통로 역할

위장회사 수두룩… 최소 100곳 이상

“규제 느슨해 회사 설립ㆍ운영 용이”

북한 위장회사가 입주해 있는 홍콩의 The Easey Commercial Building. CNN 홈페이지 캡처
북한 위장회사가 입주해 있는 홍콩의 The Easey Commercial Building. CNN 홈페이지 캡처

아시아 최대의 국제도시로 꼽히는 홍콩의 번화가인 완차이 지역에 위치한 이지(Easey) 커머셜 빌딩 2103호. 북한의 핵무기 개발자금 조달통로로 지목돼 유엔 제재명단에 오른 ‘우나포르테 유한회사 홍콩(Unaforte Limited Hong Kong)’의 서류상 주소지다. 그러나 이 곳에선 우나포르테도, 이 회사의 운영대행사라는 ‘프로리브 컨설턴트’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 대신 ‘치어풀 베스트 컴퍼니 서비스’라는, 전혀 관련 없는 회사만 입주해 있었다. 사무실 직원은 “프로리브 관계자가 우편물을 종종 수거하러 오는데, 우나포르테는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미국 CNN 방송이 전한 현장의 모습이다.

16일(현지시간) CNN은 “아시아의 국제금융 중심지인 홍콩이 북한정권의 돈 세탁 중심지(hot spot)가 됐다”면서 그 실태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우나포르테는 북한과 연계된 위장회사, 이른바 ‘셸컴퍼니’(shell company)로, 북한의 국제금융망 접근 역할을 하는 곳이다. 자산이나 사업활동이 없는 ‘껍데기뿐인’ 회사를 뜻하는 셸컴퍼니는 그 자체로는 합법이지만, 불법자금 조성이나 조세회피, 소유권 은폐 등을 위해 악용되는 경우가 많다. ‘프론트 컴퍼니’로도 불린다. 실제로 우나포르테는 유엔 대북제재 전문가 패널이 최근 펴낸 보고서 2건에서 북한 나선 경제특구에 은행을 개설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문제는 홍콩에 이런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예컨대 북한과의 불법 거래가 적발된 중국 단둥훙샹실업발전(DHID)도 홍콩에 13개의 위장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 중 11곳은 우나포르테와 1㎞ 이내인 주소지를 공유하고 있다. 이들 간의 연관성, 자금 거래 등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미 워싱턴의 비정부기구인 C4ADS는 2016년 보고서에서 홍콩 내 확인된 북한 위장기업은 160개라고 했고, 미 금융정보회사 사야리 애널리틱스도 제재대상인 북한 기업과 연결된 홍콩 업체가 100곳 이상이라고 밝혔다.

홍콩이 북한 위장기업의 ‘은신처’로 각광받는 이유에 대해 유엔 전문가 패널의 휴 그리피스는 CNN 인터뷰에서 “홍콩은 북한에서 가장 가까운 해외금융센터이면서 베이징보다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나포르테의 공식 기록에 개인 한 명의 이름과 카리브해 지역 여권번호 외에는 아무 정보도 등장하지 않는 게 대표적이다. 그리피스는 “(회사 설립ㆍ운영이 용이한) 이런 조건들이 기업 배후에 있는 이들의 진짜 정체와 국적을 숨기려는 북한에게는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북한 위장업체는 홍콩뿐 아니라 중국에도 300개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사야리 애널리틱스의 제시카 나이트 분석가는 “홍콩과 중국의 (북한 연계) 기업들은 사주ㆍ임원을 공유하는 등 모두 긴밀히 연결돼 있고, 하나의 광범위한 북한 네트워크의 일부로 운영된다”고 말했다. 북한의 자금줄 차단을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 홍콩이 북한의 핵심적인 ‘현금 유입’ 경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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