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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코드ㆍ센서ㆍ로봇팔 ‘3중주’… 獨 스마트공장, 제조업 한계 넘다

입력
2016.06.0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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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 주방가구 업체 노빌리아

설비ㆍ부품끼리 실시간 데이터 교환

색깔ㆍ크기 다른 2만여종 제품 생산

도요타 등 벤치마킹 줄 이어

노빌리아의 직원이 생산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조립 공정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보고 있다.
노빌리아의 직원이 생산라인에서 실시간으로 조립 공정 현황을 보여주는 모니터를 보고 있다.

지난달 30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차를 타고 북쪽으로 5시간 달려 도착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페를(Verl)시. 인구 2만5,000여명의 한적한 마을에 자리 잡은 유럽 최대 고급 주방 가구 업체 노빌리아(Nobilia)의 제1공장은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축구장 7개 크기와 맞먹는 5만1,000㎡ 부지와 1.2㎞에 달하는 생산 라인에서 직원들의 모습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20㎜ 두께 직사각형 모양의 목판 3개를 조립해 디귿자 형태의 서랍장 틀을 만드는 공정도 마찬가지였다. 왼쪽 면 목판과 오른쪽 면 목판이 컨베이어 벨트 위를 지나가자 첫 번째 ‘로봇 팔’이 목판들을 들어 수직으로 세웠다. 잠시 후 윗면용 목판이 전달되자 두 번째 로봇팔이 이를 컨베이어 벨트 위 1m 높이에 수평으로 올려 놨다. 이에 첫 번째 로봇팔이 다시 왼쪽 면과 오른쪽 면 목판을 윗면용 목판의 홈을 맞춰 조립했다. 이 작업이 이뤄지는 동안 주변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목판에 구멍을 뚫는 앞 공정에도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용도에 따라 수천 가지 모양과 크기의 목판이 사용되는 데도 기계는 마치 인공지능(AI)처럼 목판마다 12~29개 구멍을 알아서 뚫었다.

비결은 부품의 용도, 크기 등 각종 정보를 입력해 목판에 부착시킨 바코드에 있었다. 생산 라인 곳곳의 센서가 바코드를 인식, 각 목판마다 필요한 작업을 진행했다. 마틴 헹켄요한 공장장은 “2012년 생산 설비와 부품이 실시간으로 정보(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 무선식별(RFID) 시스템을 도입하고 스마트 공장을 구축했다”며 “자동화는 생산만 빠를 뿐이지만 스마트 공장은 모든 부품끼리 실시간 데이터 전송과 수신이 가능, 어떤 돌발 상황에도 순식간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獨 인더스트리4.0 정책 성공사례

ICT와 융합해 제조업 혁신

5년간 202조원 부가가치 목표

스마트공장, 한국 조선업의 대안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이 산업의 한계를 민관 공동의 제조업 혁신전략인 ‘인더스트리 4.0’으로 극복하고 있어 주목된다. 독일은 2011년 저성장, 고령화,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심각해지자 그 동안의 과학기술육성정책을 수정, ‘하이테크전략(HTS) 2020’을 발표했다. 이중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바로 인더스트리 4.0이다. 사물인터넷(IoT) 등 정보통신기술(ICT)을 제조업과 융합시켜 스마트 공장을 구축,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였다. 독일 경제에너지부는 2020년까지 인더스트리 4.0 정책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독일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은 기계장치와 자동차 등에 걸쳐 총 1,530억 유로(약 202조원)에 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세계 자동차 1위 기업인 일본 도요타도 배우고 간 노빌리아의 스마트 공장은 인더스트리 4.0의 대표적 성공 사례다. 노빌리아는 지난해 전체 직원 2,800명이 하루 평균 주방 가구 2,870세트를 만들었다. 특히 이는 모두 고객의 주문에 따른 맞춤형 제품이었다. 고객들은 색깔 85가지, 크기 215가지 중 자신이 원하는 주방 가구를 선택할 수 있다. 물론 전등이나 연기 흡입 렌지후드 등의 탈ㆍ부착도 고를 수 있다. 2만가지도 넘는 조합의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 셈이다.

고객의 요구가 워낙 다양해 제품 제작의 복잡도는 갈수록 더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공장 도입 후 생산성은 오히려 매년 2%씩 늘고 있다. 야비에르 롬바르디아 아시아지역 영업담당자는 “제품 만족도는 평균 90.29%로 독일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품 평균 가격도 6,000유로로, 독일 주방가구 평균(5,200유로) 보다 훨씬 높다. 연간 매출도 최근 10여년간 단 한번도 하락한 적이 없다. 2004년 4억8,200만 유로에서 2014년 9억4,600만 유로로 뛴 데 이어 지난해는 10억1,800만 유로까지 치솟았다. 독일 주방가구 업계가 2009년 전체적으로 역성장한 점 등을 감안하면 더 놀랍다.

스마트공장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ICT 융합을 담당할 정보기술(IT) 업체가 그 동안 노빌리아가 축적한 자료를 요구, 보안 문제 상 내부 논란도 있었다. 그러나 노빌리아는 결국 스마트 공장 도입을 결정,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했다. 마틴 헹켄요한 공장장은 “1990년 시작된 자동화로는 점점 늘어나는 고객의 요구와 복잡한 제품, 배송 시간 등을 만족시킬 수 없었다”며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에 스마트 공장이 대안으로 떠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주방 가구 3대 경쟁 요소인 품질, 가격, 배송에서 노빌리아는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큰 경쟁력도 없었다”며 “그러나 2000년대 초반부터 개인화한 주방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는 현상을 포착, 전사적으로 달려들어 스마트공장을 구축한 게 결과적으로 큰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스마트 공장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20세기 초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 자동차 산업의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췄듯이 앞으로는 스마트 공장이 제조 원가 구조를 완전히 바꾸게 될 것”이라며 “우리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마트 공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공장은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에도 대안이 될 전망이다. 한동엽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탈리아의 크루즈선 전문 조선소인 핀칸티에리를 비롯 세계적인 선진 조선사들은 최근 IoT와 빅데이터 분석 등 새로운 IT를 기반으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생산을 최적화하는 스마트 조선소로 변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페를(독일)=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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