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둔기로 내리친 뒤 목 졸라… 범행 감추려고 시신 무참하게 훼손
中동포들, 국민 반감 깊어질까 우려 "생활 부적응이 원인… 교육 필요"
경기 시화방조제 토막살인 사건의 범인은 중국동포였다. 우웬춘, 박춘풍 사건에 이어 또다시 드러난 엽기살인 행각에 중국동포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중국동포들은 한국 사회의 반감이 깊어져 동포사회 전체에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찰은 돈 문제로 다투던 아내를 살해해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 등)로 중국 국적의 김하일(47)을 8일 오전 10시 20분 경기 시흥시 정왕동에서 체포했다.
김은 이달 1일 오전 11시쯤 정왕동 자신의 집에서 같은 중국동포인 아내 한모(42ㆍ여)씨를 둔기로 내리쳐 쓰러트린 뒤 목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은 다음날 오전 11시부터 화장실에서 시신을 흉기로 무참하게 훼손한 뒤 쓰레기봉투 등에 담아 자신의 자전거를 이용, 5km 떨어진 시화방조제 입구 등지에 두 차례 나눠 버린 것으로 파악됐다. 김은 경찰에 검거되기 직전인 이날 아침에도 미처 유기하지 못한 아내의 훼손된 시신 일부를 가방에 넣어 100여m 떨어진 조카 집의 옥상에 버리고 출근했다.
김은 경찰조사에서 잔혹한 범행의 동기를 돈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김은 1996년 아내와 결혼한 뒤 2009년 3월 홀로 한국에 들어와 시화공단에 취직했다. 아내 한씨는 4년 뒤인 2013년 김과 합류했다. 공사장 기초 철골을 만드는 공장에 다니던 김은 당시 장모와 19살 아들이 살고 있는 중국 지린성에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꾸준히 돈을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도박에 손을 대면서 모든 것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김이 카지노 등을 출입하며 아내가 모은 돈까지 모두 탕진했고 이후 부부간 다툼이 잦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김은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은 “야근하고 돌아온 1일 오전에 아내가 중국 은행 계좌로 돈을 송금하라고 1시간이나 잔소리를 했다”며 “그 때문에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시신 훼손 이유에 대해서는 “감추려 했다”며 “당시 비가 와 방조제에 사람이 별로 없어 유기장소로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을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와 수법을 조사한 뒤 10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경찰은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을 근거로 흉악범죄 피의자인 김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했다.
박춘풍 사건 4개월여 만에 다시 벌어진 잔혹 범죄에 중국동포 사회는 술렁이고 있다. 지난달 경남 진주의 인력사무소 묻지마 흉기 살해 등 중국동포 혐오 범죄가 재발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재한조선족연합회 유봉순 회장은 “개별적인 범죄로 중국동포 전체에 대한 나쁜 인식이 확산할까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김순옥(66ㆍ여)씨는 “한국에서 배웠다는 사람들도 강력범죄를 저지르지 않느냐”며 “꼭 중국동포라서 끔찍한 범죄를 많이 저지른다는 편견은 올바르지 못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재외동포들에 대한 반감은 더 큰 갈등만 조장할 수 있다면서도 범죄자의 입국을 차단하는 출입국 관리 강화와 같은 대책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출입국 때 중국 내 범죄전력을 조회해 걸러내고, 불법체류자 등에 대한 단속에도 당국이 의지를 가져야 한다”며 “내국인에 의해 치안 유지가 어려운 특구는 불법 체류자의 근거지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생활의 부적응을 범죄 원인으로 꼽기도 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저임금 일자리를 전전하며 느끼는 무력감이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경제적 어려움과 타지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겹쳐 갈등이 폭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 교수는 중국동포 범죄 대책으로 국내 정착 교육프로그램 등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은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도 “차별 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이 클 것”이라며 “하지만 중국동포는 잔혹하다 등의 생각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중국동포 범죄의 잔혹성과 관련해 “중국 내륙 일부에서 아직도 개인 도축이 가능하다”면서 “과거 여러 가지 직간접적 경험들이 영향을 준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정준호기자 junho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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