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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은 파기, 북핵은 합의 기대… 트럼프의 ‘이중 접근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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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은 파기, 북핵은 합의 기대… 트럼프의 ‘이중 접근법’

입력
2018.05.09 16: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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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 대응땐 북핵처럼 효과 판단

오바마 업적 지우고 본인 업적 부각

北에 “美 요구 수용” 압박 의미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 사실을 공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이란에 대해선 극도의 불신을 드러내며 핵 협정을 파기하면서 북한에 대해선 비핵화 합의에 대한 기대를 한껏 드러내는 등 같은 핵 문제에 대해 극단적으로 다른 접근법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워싱턴 외교가에선 이란과 북한의 핵 문제를 동일 선상에 놓고 보는 경향이 주류였다. 그래서 트럼프 정부가 이란 핵 협정을 파기하면 북한과의 비핵화 합의도 어렵게 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아예 “북한과 이란 핵 문제를 해결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다”며 두 문제를 패키지로 다루며 이란 핵 협정 유지를 설득하기도 했다. 북한은 이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핵 개발이 고도화해 비핵화 합의가 오히려 더 어려운 상대인데도, 북한과의 합의에만 힘을 쏟는 것이 모순적인 이중 잣대라는 비판도 많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중적 접근법을 두고 워싱턴포스트(WP)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문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란 핵 협정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업적이어서 파기하고, 북핵 합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못 했던 일이기 때문에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두 문제를 함께 거론하면서 전임 정부를 겨냥하는 의도를 뚜렷이 보인 적도 있다. 이란 핵 협정에 대해선 “체결하지 않았어야 할 끔찍하고 일방적인 합의”라며 전임 정부를 비판하면서, 자신은 북핵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아울러 최대 압박 작전과 강경한 대응이 북핵 문제에서 효과를 봤다는 판단 아래 이란도 같은 방식으로 다루면 새로운 핵 협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법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도 “이란이 재협상에 하겠다면 기꺼이 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 설득에 나섰던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북한에 대한 경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것은 매우 강경하게 대처하면 상대가 움직여 더 좋은 협상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이게 긴장 고조 전략이다”고 말했다. 이란 핵 협정 파기로 중동 정세에 군사적 긴장을 초래하고 이란의 핵 개발을 부추길 것이란 주류 언론들의 비판 공세를 북핵 문제를 사례로 내세워 차단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두 문제를 함께 거론한 데는 북한에 대한 메시지도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더 이상 공허한 위협을 하지 않는다. 내가 약속을 하면 지킨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미국 요구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으면 그 동안 위협했던 군사옵션이 실행될 수 있다는 압박이 깔려 있는 것이다. 존 볼턴 국가안보 보좌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불충분한 합의는 수용할 없다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이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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