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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안주고, 근로시간 빼고…최저임금도 안 주려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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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 안주고, 근로시간 빼고…최저임금도 안 주려 꼼수

입력
2017.07.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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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인천의 한 야식 배달업체에서 두 달 간, 매주 토ㆍ일요일 9시간씩 음식 조리와 주문전화 응대를 했던 대학생 A(19)씨는 시간당 최저임금 6,470원은 적용 받았지만, 주휴 수당은 전혀 받지 못했다. 법적으로 받아야 할 월급(약 60만원)에 한참 못 미치는 47만원만 받은 것이다. 주휴(週休) 수당은 고용주가 한 주에 15시간 이상 일한 근로자에게 1일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는 근로기준법상 의무 조항이다. A씨는 시민단체 소속 노무사의 도움을 받아 업체 주인에게 주휴수당을 요구했고, 뒤늦게 차액을 받을 수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한창이지만 한편에서는 현재의 최저임금조차 주지 않으려는 꼼수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주휴수당을 주지 않거나, 실제 쉴 수도 없는 명목상 휴게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주로 동원된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이런 꼼수가 더 늘어날 소지가 다분하다. 최저임금 인상폭을 확대하는 것 못지않게 제대로 된 감시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제조업체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B(63)씨는 24시간씩 2교대로 근무를 한다. 오전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일하고, 퇴근해 24시간 쉰 뒤 다시 출근을 한다. 따로 휴일이 없다 보니 1주일에 회사에 있는 머무는 시간이 주당 평균 84시간에 달한다. 그를 고용하고 있는 파견업체 측은 “우리는 최저임금 기준을 철저히 지킨다”고 주장하지만 그가 한 달에 받는 월급은 152만원(세전)에 그친다. 이는 야간 수당(시급×1.5배)이 발생하는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아침 6시까지 사이에 4~5시간씩 ‘휴게 시간’을 포함해 놓은 근로계약서 때문이다. B씨는 “휴게 시간이라고는 하지만 대체 근무자가 없어 공장을 떠날 수도 없고, 사고라도 발생하면 전부 내 책임이어서 편히 쉴 수 없다”면서 “8시간 3교대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지만 야간 수당을 아끼기 위해 편법을 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장들은 경비원에게 월급을 덜 주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감시적 업무 인가’를 받는 곳이 많은데, 인가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로 강도가 낮은 경비원 등 감시적 업무 종사자에게는 주휴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제한(주 40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공장들이 너도나도 감시적 업무 인가를 받고 있지만, 인가 조건인 ‘24시간 중 8시간 이상 사업주의 지배관리 하를 벗어난 휴게시간’을 제대로 보장하는 곳은 거의 없다는 것이 민주노총 등 노동계의 지적이다.

최저임금 위반 문제는 영세 사업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14년째 일하는 60대 여성 청소노동자 C씨의 월급은 최저임금이 작년 6,030원에서 올해 6,470원까지 올랐으니 월급이 오르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C씨의 월급은 작년이나 올해나 동일한 112만원(세전)이다. 이유는 파견업체가 점심 휴식시간을 기존 1시간 30분(낮 12시~오후 1시30분)에서 2시간 30분(낮 12시~오후 2시30분)으로 1시간 늘리면서 명목 근로 시간을 기존 6시간 30분에서 5시간 30분으로 줄였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C씨의 실질 근로시간이 달라진 건 아니다. C씨는 “현재 학교 기숙사 한 층을 맡고 있는데, 관리해야 하는 곳이 복도와 방 44개, 화장실 4개에 달한다”면서 “휴식 시간이 1시간 30분일 때도 맡은 공간을 전부 청소하기 어려웠는데, 느긋하게 한 시간 더 쉬고 나오는 것은 불가능해 여전히 1시30분부터 다시 빗자루를 잡는다”고 말했다. 한 노무사는 “영세 사업장은 법적 지식 없거나 매출액이 적어 줘야 할 수당을 못 주는 반면, 대형 사업장은 최저임금 인상 때마다 노무 법인을 통해 ‘근로시간 빼기’ 등을 지도 받아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임금 인상 압력을 최소화한다”고 전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정준호 기자 junhoj@hankookilbo.com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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