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유령주식’ 배당 사고가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금ㆍ공제회에도 막대한 손실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연기금은 신뢰에 금이 간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일제히 중단했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올 들어 지난 5일까지 삼성증권 주식 230만9,800주를 1주당 평균 4만1,204원에 매수했다. 그러나 삼성증권 배당사고 여파로 주가가 급락한 지난 6일에는 이 중 3분의1인 81만5,000주를 평균 3만8,155원에 매도했다. 주당 3,049원씩 모두 25억원 어치 평가 손실을 본 셈이다.
대규모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나 공제회 등은 특정 종목이나 펀드의 수익률이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자동으로 보유 비중을 줄이는 ‘손절매’ 전략을 쓰고 있다. 이날 연기금에서 대량 매물이 쏟아진 것도 삼성증권 주가가 급락하자 더 이상 손해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에 운용을 위탁한 펀드에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일부 매도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연기금과 공제회는 또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일제히 정리했다. 삼성증권의 안정성에 의문이 제기된 데다가 금융 당국으로부터 기관경고(임직원에 대한 개별 문책이 곤란할 때 기관에 내리는 문책처분)나 일부 영업정지 등 중징계를 받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9일부터 내부 자산운용 담당자들이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직접운용’ 거래 창구 증권사에서 삼성증권을 제외했다. 다만 자산운용사에 주식매매를 위탁하는 간접운용 방식은 아직 유지하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위탁운용 거래까지 완전히 제한할지 여부는 삼성증권의 후속 조치와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교직원공제회 등 다른 연기금과 공제회도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사학연금은 매 분기 진행되는 평가를 통해 6월 말 거래 증권사를 다시 선정할 예정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삼성증권에 주식 거래를 맡기는 ‘투자일임거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교직원공제회 관계자는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했고 거래 재개 여부는 금감원의 결정이나 다른 기관 동향 등을 참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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