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최흥수 기자

등록 : 2018.06.05 18:00
수정 : 2018.06.05 22:44

동굴 와이너리 옆 황제의 온천…빈티지 차로 누비다

이탈리아 토스카나 중세 소도시에서 즐기는 '스몰 럭셔리'

등록 : 2018.06.05 18:00
수정 : 2018.06.05 22:44

빈티지 자동차를 대여해 목가적 풍경 속 시골 도로를 달린다. 농업경관이 뛰어난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몬테풀차노에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사치’ 중 하나다. 몬테풀차노=최흥수기자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시에나는 도심 역사 지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한국의 면 단위 마을처럼 한적하다.그럼에도 르네상스 시대부터 일궈 온 목가적 풍경이 드넓게 펼쳐지는 발도르차ㆍ발디키아나 지역의 소도시는 이탈리아와 유럽인들에게 매력적인 휴양지로 인기가 높다. 유명 관광지에서 눈도장 찍기 바쁜 ‘서유럽 몇 개 나라 일주’유의 여행보다 ‘휴식’에 중점을 둔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이 제격이다. 중세 유럽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덤으로 주어지는 ‘스몰 럭셔리’ 여행지다.

#시큼ㆍ상큼한 와이너리에서 여유로운 한 때

와인 숙성 동굴에서 시음과 식사를 할 수 있는 몬테풀차노의 크로차니 와이너리.

독일에 지역마다 특색 있는 ‘로컬 맥주’가 있다면 이탈리아 최대 와인 생산 지역인 토스카나에는 농가마다 전통을 자랑하는 와인너리가 있다. 와이너리는 단순히 ‘포도주 양조장’으로 부르기엔 많은 걸 포괄하고 있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포도 농장을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난 포도로 포도주를 생산하는 설비까지 갖추고 있다. 와이너리 투어는 농장과 저장시설을 둘러보고 3~4종류의 자체 생산 와인을 시음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와인을 따를 때마다 재배하는 포도의 종류, 숙성 방법과 기간 등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문외한이라도 미묘한 맛의 차이를 즐길 수 있고, 애호가라면 더욱 깊이 있게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시음 프로그램은 보통 돼지고기를 절인 ‘살라미’와 마늘을 발라 구운 빵에 올리브유와 치즈, 다양한 채소를 얹은 ‘부르스케타’를 안주로 내오지만, 아예 분위기 있게 한끼 식사를 즐기는 식당을 겸하는 곳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와이너리는 포도를 매개로 한 산업이고 문화인 셈이다.

몬테풀차노 인근 그라차노델라세타 포도농장은 소풍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강렬한 붉은 색으로 디자인한 그라차노델라세타 포도농장의 와인 숙성 창고.

몬테풀차노의 데리치 와이너리는 고대 에트루리아인의 동굴을 저장창고로 이용하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도 고급 와인 생산지로 이름난 몬테풀차노(Montepulciano)에서는 다양한 와이너리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이프러스 가로수가 포도밭으로 연결되는 길을 안내하고 커다란 나무 그늘 아래 들꽃이 아름다운 와이너리가 있는가 하면, 시큼한 포도주 향이 후각을 자극하는 숙성 창고를 식당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 로마제국 이전의 문명, 에트루리아 인의 지하 동굴을 참나무(오크) 통으로 가득 채운 와이너리는 단순한 저장 창고가 아니라 고대 역사와 만나는 현장이기도 하다. 보통 2곳의 와이너리를 방문하는 투어 프로그램은 69~169유로, 어떤 식사를 하느냐에 따라 요금이 달라진다. 규모가 작은 스크로피아노(Scrofiano) 마을에서는 15유로에 3가지 포도주와 주민들이 정성스럽게 내온 안주를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키안차노테르메 인근 식당을 겸하고 있는 팔라조반디노 농가 민박의 한가로운 오후.

농가 민박 뒤편의 포도와 올리브 밭.

자연친화적 농장을 표방하는 시나룽가 인근 라프라타 농장.

농장 식당에서 내놓는 티본스테이크.

와이너리 투어와 더불어 농가민박은 단순한 잠자리를 넘어서 웰빙 여행의 결정판이다. 키안차노테르메(Chianciano Terme)의 한 농장은 수영장과 마사지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4명이 1주일을 묵으면 800유로 정도다. 시나룽가(Sinalunga) 인근의 한 농장은 진흙구덩이에서 마음대로 뒹굴며 자라는 돼지, 파릇파릇한 풀밭을 종종걸음치는 닭 등 소풍을 온 것 같은 자연친화적 사육시설로 관광객을 끌어들인다. 일명 ‘화이트 자이언트’로 불리는 이탈리아 전통 소도 볼 수 있는데, 이 쇠고기로 만든 농가식당의 티본스테이크는 신선해서 인기를 끈다.

#황제의 온천에서 몸 좀 풀어볼까

토스카나의 키안차노테르메(Chianciano Terme)는 고대 로마시대부터 온천이 발달한 지역이다. 한국의 온천이 피부에 좋다는 점을 강조하는데 비해 이탈리아의 온천은 치료의 개념이 강하다. 이탈리아 전국에 이름난 ‘테르메몬테풀차노’ 온천의 경우 16명의 의사가 상주해 증상에 맞는 다양한 처방을 내린다. 온천수를 마시는 것을 비롯해, 온천수가 내뿜는 김을 쐬기도 하고, 머드 팩 찜질도 한다. 일부 시설은 온천이라기보다 병원에 가깝다. 당연히 의료보험도 적용해 소득수준에 따라 5~55유로를 낸다.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외국인도 조명과 음악으로 심신의 피로를 풀어주는 찜질이나 온천욕 등을 즐길 수 있다.

키안치아노테르메의 몬테풀차노 휴양온천. 이탈리아의 온천은 보험 혜택을 받는 의료시설이기도 하다.

온천수만을 사용하는 산카시아노데이바니의 폰테베르데 온천 수영장. 인근에 43곳의 온천이 있다.

시골 마을로 차를 몰다가 운이 좋으면 노천온천을 만날 수도 있다.

키안차노테르메에는 온천수만 사용하는 수영장도 있고, 온천수만 공급하는 호텔도 여럿이다. 약 25km 떨어진 산카시아노데이바니(San Casciano dei Bagni) 지역까지 포함하면 일대에 43곳의 온천이 포진해 있다. 온천마다 성분이 조금씩 달라 취향대로 골라잡을 수 있다. 야외 온천 수영장 너머로는 발도차르의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온천 한 번으로 건강해질 리는 없겠지만, 몸도 마음도 한결 맑고 가뿐해진다. 운이 좋으면 시골길로 차를 몰다가 유황 냄새 폴폴 풍기는 노천온천을 발견할 수도 있다. 몸을 담글 수 있도록 바닥과 테두리를 정비해 놓은 수준이라 입장료도 관리자도 없다. 수영복만 있으면 원하는 만큼 쉬어갈 수 있다.

#빈티지 자동차 타고 토스카나의 풍경 속으로

빈티지 자동차로 시골길을 누빈다. 차량을 대여하려면 수동 운전 능력이 필수다.

토스카나 구릉 지대, 발도르차의 농업경관이 펼쳐지는 몬테풀차노 인근에는 이탈리아를 상징하는 패션 스쿠터 베스파(Vespa)나 빈티지(Vintage) 차량을 대여해주는 업체가 있다. 밀밭과 포도밭, 올리브나무 사이로 구불구불하게 연결된 시골 도로 풍경과 썩 어울리는 조합이다. 뒤따르는 차량에 방해되지 않는 수준에서 조금은 속도를 줄여도 상관없다. 길가 공터에 차를 세우고 언덕 아래로 펼쳐지는 광활한 들판으로 시선을 돌리면 맘씨 좋은 농장주처럼 부자가 된 기분이다. 베스파는 기종에 따라 하루 60유로, 빈티지 차량은 165유로 수준인데, 시간 단위로도 대여할 수 있다. 여권과 한국 운전면허만 있어도 빌릴 수 있지만, 차량의 경우 수동 운전이 필수다.

[토스카나 시에나 지역 여행 메모]

●토스카나 시에나 지역 소도시 여행은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키우시(Chiusi)역에서 차량을 대여하면 1시간 이내에 대부분 지역에 닿을 수 있다. 로마 테르미니역에서 키우시역까지는 약 160km, 자동차나 기차로 2시간 정도 걸린다. 올해 키우시에 정차하는 고속철도가 개통하면 시간은 30분 이내로 줄어든다. ●인천공항에서 로마 피우미치노공항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매일, 알리탈리아항공이 주 4회 운항한다. 유럽 다른 도시로 환승할 경우 알리탈리아항공이 편리하다. ‘로마 스톱오버’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72시간까지 공항에 무료로 수화물을 보관할 수 있다. ●‘발디키아나리빙 홈페이지(www.valdichianaliving.it)’에서 키안차노테르메와 몬테풀차노 등 토스카나 중세 소도시에 관한 상세 여행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취재협조 이탈리아관광청(E.N.I.T), 토스카나 프로모션(Toscana Promozione), 노빌레디몬테풀차노 와인 & 발디키아나 지역음식협회(Strada del Vino Nobile di Montepulciano e dei Sapori della Valdichiana Senese).

몬테풀차노(이탈리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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