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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vs “퇴진 불가” 공영방송은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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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파업” vs “퇴진 불가” 공영방송은 전쟁 중

입력
2017.08.2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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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KBS 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28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에서 KBS 기자협회 주최로 열린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출정식'에서 참가자들이 고 사장의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공영방송 KBS와 MBC는 요즘 사실상 전시 상태다. “지난 10년간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이 훼손한 공공성과 공정성을 회복하겠다”고 벼르는 내부 구성원과 “공영 방송의 책무를 저버린 적 없다”고 맞서는 경영진 간의 사투가 점입가경이다. KBS와 MBC 노조는 총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두고 경영진을 몰아붙이고 있다. 노조는 KBS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 MBC 김장겸 사장과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의 즉각 사퇴를 요구한다. 사측은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9월 초 총파업 예고한 KBSㆍMBC 노조

KBS 기자 295여명(전체 562명 중)은 28일 오전 0시부터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KBS2 ‘경제타임’이 결방됐고, ‘취재파일 K’ 등 시사 프로그램도 결방될 예정이다. MBC라디오 PD 40명도 이날 오전 5시부터 제작거부에 동참했다. ‘별이 빛나는 밤에’ ‘두시의 데이트’ 같은 대표 프로그램에서 음악만 내보내는 파행이 빚어졌다. KBS, MBC노조는 다음달 동시 총파업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선공에 나선 건 MBC 노조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4일부터 진행 중인 총파업 찬반 투표(29일까지)가 가결되면 다음달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한다. 지난달 21일 'PD수첩'의 PD와 작가들이 제작 거부를 선언한 게 도화선이 됐다. ‘PD수첩' 제작 중단은 시사제작국 전체 기자와 PD들에게 확산됐다. 이달 8일 촬영기자 65명을 정치 성향에 따라 4등급으로 분류한 '촬영기자 블랙리스트'가 공개되면서 싸움이 커졌다. 기자와 PD, 아나운서까지 300여명이 총파업 동참을 결의해 총파업 찬반 투표 가결이 유력하다. 노조는 "170일 간 파업한 2012년보다 이번 파업 규모가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KBS에도 '블랙리스트'가 터졌다.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은 올 1월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KBS1 '아침마당'에서 출연 보류 통보를 받았다. 한완상 전 부총리는 지난 달 자서전 '사자가 소처럼 여물을 먹고'에서 문 대통령에게 개혁을 당부했다 KBS라디오 '이주향의 인문학 산책'에 출연하지 못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즉각 기자회견을 열어 고대영 사장과 이제원 라디오프로덕션1담당(국장급)을 겨냥했다. 사측은 곧바로 이 국장을 직위해제하고 방송문화연구소로 전보 조치해 노조를 달래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 국장은 극우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물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하는 등 문제적 인물이었다. 그런 그를 KBS 라디오센터의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게 고 사장이다.

고 사장의 무리한 조직 개편과 정실 인사를 벼르고 있었던 KBS 직원들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나섰다. 13년차 이하 기자 273명의 총파업과 제작거부 촉구 성명서를 시작으로 팀장급 보직기자 23명이 사장 사퇴를 요구하는 성명서를 냈다. 지역기자 516명도 제작 거부를 결의했다. 이어 KBS 기자협회(28일부터)와 PD협회(30일부터)가 제작거부로 전면 공세에 나섰다. 새노조는 다음달 4일, 구조노는 다음달 7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

직역별 제작거부 선언이 줄잇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노조원들이 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직역별 제작거부 선언이 줄잇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노조원들이 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 등을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버티는 공영방송 경영진, 저격수 된 방통위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저를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입니다." 김장겸 사장은 최근 MBC 확대간부회의에서 퇴진 불가 입장을 못박았다. 그러나 사내 여론은 냉랭하다. MBC 노조가 6월 임원을 제외한 직원 2,09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996명(95.4%)이 김 사장 사퇴에 찬성했다. 고영주 이사장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진 사퇴 요구 응답도 2,007명(95.9%)에 달했다.

KBS 신ㆍ구 노조와 사내 직종별 10개 협회의 6월 설문조사에서도 3,292명 중 2,896명(88%)이 고 사장의 즉각 퇴진을 원했다. 사측은 "말 없는 다수의 뜻을 왜곡한 사장 퇴진 요구는 직장 윤리와 법에 위배된다"고 받아 쳤다. 또 이승만 다큐 제작 강행 등으로 도마에 오른 조인석 제작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임명하고 최순실 보도 축소를 지시한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을 대전방송총국장으로 영전시키는 등 인사로 맞불을 놓았다. 고 사장은 이사회에서 박근혜정부에서 추천된 다수 이사를 동원해 임명 동의를 받고 장기전 채비를 하고 있다.

언론계에선 "공영방송 회복을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공영방송을 손보겠다며 직접 저격수로 나섰다. 11월 방통위의 지상파방송 재허가 심사가 이번 싸움의 1차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효성 방통위 위원장은 22일 첫 업무보고에서 "방송사 재허가ㆍ재승인 시 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 인력운용 등을 중점 심사하겠다”며 KBS, MBC 사측을 조준한 상태다.

고대영ㆍ김장겸 체제의 운명은 사실상 방통위에 달려 있다. ‘조건부 방송 재허가’ 등으로 강수를 둘 경우 두 사장은 물러나거나 백기 투항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해 규정이 바뀌면서 재허가ㆍ재승인 결정 과정에서 방통위 심사위원회의 입김이 커졌다. 10월 구성되는 심사위원회의 면면을 놓고 장외 기 싸움이 벌어지는 이유다. 공영방송을 둘러싼 전쟁이 9,10월 내내 뜨거울 것이라는 얘기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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