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가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면 부정맥 의심을... 방치 땐 돌연사 위험”

알림

“가슴 두근거리거나 답답하면 부정맥 의심을... 방치 땐 돌연사 위험”

입력
2018.06.25 23:30
수정
2018.06.26 08:27
23면
0 0

#

심장 내 전기신호 이상으로

맥박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것

증상 없기도 해 조기진단 어려워

#

심장마비·쇼크 일으켜 생명 위협

일반인보다 뇌졸중 위험 5배

#

심한 서맥은 심박동기 삽입해야

빈맥은 약물 치료하거나 시술

1분당 60~100회(건강한 성인) 뛰는 심장이 빨라지거나 느려지는 등 불규칙해지면 부정맥(不整脈ㆍ심장리듬깨짐증)이다. 부정맥은 심장의 기계적인 수축 효율을 떨어뜨려 뇌혈류를 감소시킨다. 심지어 돌연사할 수 있다. 그런데 부정맥은 뚜렷한 자각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치료가 까다롭다. 2011년 14만7,000명이던 부정맥 환자가 2013년 18만7,000명으로 크게 늘었다. 인구고령화와 심장질환자 증가로 더 늘어날 전망이다. ‘부정맥 질환 연구ㆍ치료 전문가’인 박희남 세브란스병원 부정맥센터 심장내과 교수에게 부정맥에 대해 들어봤다.

-부정맥이 어떤 질환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데.

“심장 우심방에는 ‘동방결절’이라는 전기 신호를 만들어 내는 발전소 같은 조직이 있다. 동방결절은 1분당 60~100회 정도의 규칙적인 전기 신호를 ‘방실 결절’이라는 변전소를 경유해 심장근육 전체에 전달해 수축운동을 하게 만든다. 부정맥은 동방결절이 충분한 전기 신호를 생산하고 전달치 못해 나타나는 1분당 50회 미만의 ‘느린 맥(서맥)’과 동방결절 외 부위에서 전기 신호가 비정상적이거나 신호체계를 벗어나 심장 근육 전체로 신호가 전달(회귀)돼 생기는 1분당 100회 이상의 ‘빠른 맥(빈맥)’으로 나눌 수 있다.

문제는 부정맥의 자각 증상을 꼽기 어렵고, 증상이 없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가슴 두근거림과 답답함(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이 별 이유 없이 생기거나 지속되면 부정맥 여부를 살펴야 한다. 특히 부정맥 고위험군(65세 이상, 선천성 심장질환자, 고혈압 환자, 심근경색 환자)은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전문병원을 찾아야 한다.”

- 부정맥이 돌연사를 초래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서맥, 빈맥 등 불규칙한 심장 운동은 갑자기 심장마비와 쇼크를 일으켜 생명을 위협한다. 돌연사나 심정지는 심장 주 펌프인 심실의 맥박이 너무 빨라져 불규칙해지는 ‘심실세동’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심실세동은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증 같은 심장병 환자에게 주로 발생한다. 드물게는 심장병이 없어도 생길 수 있다.

또 심장 보조펌프인 심방의 전기 흐름이 흐트러지는 ‘심방세동’도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짧은 간격으로 심장 수축ㆍ이완운동이 이루어져 마치 부하가 많이 걸린 자동차 엔진처럼 부르르 떠는 상태가 된다. 이 과정에서 좌심방으로 들어온 혈액이 순방향으로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정체되고 와류가 생기면서 혈전이 생긴다. 이 혈전이 어느 순간 뇌혈관을 막아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혈관성 치매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 부정맥 환자의 뇌졸중 발병위험도는 일반인보다 5배 이상 높다. 전체 뇌졸중 발병 환자의 30% 이상이 심방세동에 의한 것이다.”

-부정맥을 진단하기가 까다로운데.

“기본적으로 심장 기능을 살피는 심전도검사와 홀터감사를 한다. 홀터검사는 휴대용 심전도검사기를 환자 몸에 부착해 24시간 동안 심전도 변화를 살피는 검사다. 또한 다양한 측정기구를 몸에 부착한 뒤 러닝머싱 위에서 단계별로 운동 강도를 높이면서 심장 기능을 측정하는 운동부하검사도 유용하다. 어지럼증과 실신을 호소하는 환자의 원인을 찾기 위해 검사 약물을 주사한 뒤 환자를 위아래로 세울 수 있는 침대에 고정한 채 다양한 위치 변화에 따른 환자 증상을 살피는 기립경검사도 있다. 아울러 동반 심혈관질환이 있으면 증상 정도와 상관없이 부정맥 발병유무를 면밀히 살펴야 하기에 심장초음파검사와 심장컴퓨터단층촬영(CT)검사, 심장전용 감마카메라 촬영검사도 시행한다.”

-증상과 원인이 다른 만큼 치료법도 달라지나.

“부정맥 증상은 서맥과 빈맥, 그리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의 ‘조기 수축(기외수축)’으로 분류한다. 조기 수축은 대개 양성 부정맥이지만 심장병 환자는 주의해야 한다. 약물치료를 우선하지만 조절 되지 않는다면 시술적 치료도 고려한다.

서맥은 약물 치료가 어렵다. 약을 잘못 먹으면 오히려 서맥이 더 악화돼 실신하기도 한다. 때문에 증상이 심한 서맥 환자에게 ‘심박동기(Pacemaker)’를 가슴에 삽입하는 시술을 한다. 심박동기는 심장박동의 규칙적인 리듬을 찾아주는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담뱃갑 절반 정도 크기와 전기유도선이 있는 기존 심박동기 대신 1㎝ 크기의 캡슐 형태의 심박동기를 직접 심장 내부에 고정하는 시술도 나왔다.

빈맥은 약물치료와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 같은 시술이 반응이 좋다.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은 다리 혈관에 카데터를 넣어 비정상적인 전기신호를 만드는 심장 내부조직을 고주파 열로 절제하는 시술법이다. 약물치료에 실패했거나 시술 치료가 아주 좋은 빈맥 환자에서 시행한다.

약물치료 반응률이 비교적 낮은 심방세동도 고주파 전극도자절제술로 많이 조절된다. 최근에는 3~4일 정도 입원해야 하는 이 절제술 대신 ‘미소 침습적 전극도자절제술’이 도입돼 시술 다음날 환자 대부분이 퇴원해 만족도가 높다.

그러나 빈맥 중에서도 돌연사(심정지)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는 ‘삽입형 제세동기(심장충격기)’를 가슴에 삽입한다. 심장충격기는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악성 부정맥이 발생하면, 기계 스스로 부정맥을 감별해 심장에 전기 충격을 줘 정상 맥박으로 돌아오게 한다.”

-부정맥은 치료 가능한 병인가.

“부정맥 치료는 약물치료와 함께 중재시술이 중요한 치료다. 다리 혈관을 통해 심장 내부로 카데터를 넣어 문제가 생긴 부위를 고주파 열로 절제하는 전극도자절제술이 보편적이었다. 그런데 최근 열 대신 얼려서 이상 부위를 없애는 ‘냉각도자절제술’이 국내에 도입됐다. 전극도자절제술은 ‘상실실성 빈맥증’의 경우 1~2시간 시술로 치료 성공률이 98% 이상을 보이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부정맥센터는 지난해 2017년 1,360여건의 부정맥 시술을 시행했다. 중증도가 높은 시술이 높았음에도 치료성공률 95% 이상, 합병증은 단 1%에 그쳤다. 특히 부정맥센터는 국내 최초로 ‘좌심방이 폐색술’을 도입해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발병률을 크게 낮추고 있다. 재발되는 심방세동은 좌심방 구조를 약하게 한쪽 부분이 귀 모양 같이 튀어나오며 빈 공간이 만들어진다. 이 공간으로 혈액이 들어가 정체되면 혈전이 많이 만들어진다. 이 혈전은 뇌혈관을 막아 뇌졸중이 생기기 않도록 내과적 중재술로 채워주는 고난이도 치료법이다.

또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찾는 연구로 고위험군을 처음부터 구별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미세먼지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부정맥 발병률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내놔 부정맥 발병 위험요소를 하나씩 찾아내는 예방적 치료를 선도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박희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부정맥센터에서 지난해 1,360여건의 부정맥 시술을 시행해 95% 넘게 성공했고, 합병증은 단 1%에 그쳤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박희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부정맥센터에서 지난해 1,360여건의 부정맥 시술을 시행해 95% 넘게 성공했고, 합병증은 단 1%에 그쳤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박희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이 부정맥 시술을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박희남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팀이 부정맥 시술을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