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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스타의 유튜브 성공이 의미하는 것

입력
2016.02.19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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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난 오브라이언의 두 모습. NBC 투나잇쇼를 진행했을 당시(오른쪽)와 TBS 코난쇼에서 ‘노답게이머’ 코너를 진행하는 모습.
코난 오브라이언의 두 모습. NBC 투나잇쇼를 진행했을 당시(오른쪽)와 TBS 코난쇼에서 ‘노답게이머’ 코너를 진행하는 모습.

“니체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역경을 극복하고 나면 더 강해진다’고. 그러나 그는 ‘그 역경이 우리를 거의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은 강조하지 않았어요. 니체는 이렇게 말했어야 합니다. ‘어려움을 겪고 나면 그 때문에 하루 종일 만화 채널이나 보고 싸구려 포도주를 아침 11시부터 마시게 된다’는 겁니다. 1년 전 저는 매우 실망스런 일을 공개적으로 겪었습니다. 제가 원한 것을 얻지 못했고 17년 동안 속했던 시스템에서 떠나야 했습니다.”

한국 방문 중인 미국의 심야 토크쇼 진행자 코난 오브라이언이 2011년 다트머스대 졸업식에서 했던 유명한 축사 중 일부이다. ‘레이트 나이트 쇼’를 오랜 기간 진행했던 그는 2010년 NBC의 간판 토크쇼 프로그램이자 평생의 꿈이었던 ‘투나잇쇼’의 진행을 맡은 지 겨우 7개월 만에 이전 진행자 제이 레노에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17년 동안 몸담았던 NBC에서 10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았던 스타 진행자가 전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것.

이후 그는 케이블 채널 TBS에서 ‘코난쇼’를 진행하기로 계약한다. 대기업 최고경영자가 구멍가게 사장으로 전락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반전이 시작됐다. 7개월 동안의 ‘투나잇쇼’ 진행 때 저조한 시청률로 고전했던 것과 달리 TBS에서 그는 젊은이들이 열광할 만한 신선한 소재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게다가 방송의 코너를 잘라 올리는 영상 클립을 올리는 사이트 ‘팀코코’(Team Coco)를 운영하며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젊은이들에게도 유명인사로 떠오른다. ‘코난쇼’가 한국 TV에 단 한 번 방송된 적 없는데도 한국 젊은이들이 그에게 열광한 것은 유튜브 덕분이었다. (팀코코 웹사이트, 유튜브)

케이블 스타가 지상파에 진출하면서 성공 방정식을 완성하는 기존 공식과 정반대인 오브라이언의 스토리는 미디어의 미래와 관련해 하나의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상파TV의 젊은 층에 대한 영향력이 급감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고, 스타 탄생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젊은 사람들에겐 하루 종일 앉아서 TV를 보고 있을 여유도, 이유도 없다. 짬 날 때 들여다보는 스마트폰에는 게임, 유튜브 영상, 뉴스, 페이스북, e북 등 흥미진진한 것들이 많고, TV 프로그램은 ‘다시 보기’로 소비한다. 그들에게 지상파의 유명세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유튜브든 페이스북에서든 어디서든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그의 팬이 된다.

영국 BBC는 이 같은 현상에 정면 대응했다. 지난 16일부터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한 BBC3 채널 송출을 중단하고 BBC의 다시 보기 서비스인 ‘아이플레이어(iPlayer)’를 통해서만 보도록 했다. 영국 청년층의 TV 시청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으로, 하루 5시간을 시청하는 55~64세 장년층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용 절감 요구와 청년층의 소비 행태에 착안해 아예 채널을 인터넷 전용으로 바꿔버린 것.

BBC의 실험이 성공할지 여부는 매우 불확실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들이 변화에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BBC는 이미 2007년부터 아이플레이어를 내놓았고, 꾸준한 투자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스마트TV뿐 아니라 다양한 기기에서 이 앱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해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그렇지 못한 것 같다. 한국에서도 젊은이들은 급속도로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고, TV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는 연령층은 60대 이상밖에 없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방송사의 대응은 인터넷 플랫폼 강화가 아니라 종편의 ‘실버 채널’화와 지상파 드라마의 막장화다. 당장 시청률을 높일 수 있는 장노년층에만 호소하는 전략이다.

물론 현재 한국의 공영방송 경영진이 현재의 20~30대가 중장년이 될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결단을 내릴 역량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보도국장이 사실 확인을 위해 전화를 건 기자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이나 해대는 마당에 말이다.

최진주 디지털뉴스부 기자 parisc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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