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치러진 아르헨티나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에서 야권 연합 후보인 마우리시오 마크리(56ㆍ공화주의제안당) 후보가 1차 투표에서의 열세를 뒤집고 승리했다. 집권 여당 후보 다니엘 시올리(58ㆍ승리를위한전선) 후보는 패배를 선언했다.
AP 등 외신들에 따르면, 개표 결과 마크리 후보가 시올리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 다음달 10일 취임해 4년간 아르헨티나를 통치하게 됐다. 마크리 당선자는 “시대의 변화를 예고하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자축했고 시올리는 “마크리 당선자에게 축화 전화를 했다”며 패배를 시인했다.
지난달 25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마크리 당선자와 시올리가 각각 34.5%, 36.7%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서, 아르헨티나 사상 첫 결선 투표를 치렀다.
12년 만의 좌ㆍ우 정권 교체
마크리 당선자의 승리로 아르헨티나는 12년 만에 좌파 정부에서 우파 정부로 정권 교체에 성공했다. 또 고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전 대통령(2003~2007)과 그의 아내인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대통령(2007~2015)으로 이어져 온 12년 ‘부부 정권’도 막을 내리게 됐다. 키르치네르는 2010년 암으로 사망했고 페르난데스는 ‘3선 금지법’에 따라 8년 임기를 마치고 오는 12월 10일 퇴임한다.
부부 정권 시절, 아르헨티나는 노인, 장애인 등 사회 약자 지원을 위한 다양한 복지 정책을 도입했다. 또 석유회사 YPF를 국영화했고, 수입세를 올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동성혼을 허용한 중남미 최초의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경제 정책의 실패와 임기 말 부정부패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결국 정권 교체를 맞게 됐다.
최우선 과제는 경제… 국가간 마찰도 예상
마크리 당선자는 선거 기간 “경제가 파탄 난 상태에서 더 이상의 포퓰리즘은 없다”고 강조했다. 대선 캠페인 구호도 ‘깜비에모스’(바꾸자)였다. 올해 아르헨티나 경제 성장율은 2.2%에 불과한데도 물가는 30%까지 치솟았다. 페르난데스 부부 대통령의 복지 정책에 대대적인 수정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수출 경쟁력 회복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페소화 절하를 통한 채무ㆍ환율 정상화를 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친 시장주의자’로 분류되는 마크리 당선자의 당선으로 인해 글로벌 자금이 아르헨티나로 몰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대외적으로는 좌파 강세지인 남미에서 우파 목소리를 내면서 베네수엘라 등 일부 국가와의 마찰도 예상된다. 현재 남미 12개국 가운데 10개국이 좌파 정권이다. 우파 정권은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뿐이다.
마크리 당선자는 베네수엘라의 정치 탄압을 비난하며 “내가 집권하면, 남미경제공동체(메르코수르)에서 베네수엘라를 축출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메르코수르에서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아르헨티나와 1990년대부터 남미 좌파 바람을 주도한 베네수엘라간 마찰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마크리 당선자는 토목 재벌의 아들
마크리 당선자는 1959년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태생으로, 이탈리아 출신의 토목건축 재벌인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르헨티나 가톨릭대학에서 토목공학을, 미국 콜롬비아대 비즈니스 스쿨,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 등을 수료했다. 32세 되던 1991년 갱단에게 12일간 납치돼 수백만 달러의 몸 값을 주고 풀려난 적이 있는데 이때 정계 투신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1995년부터 12년 동안 아르헨티나 최고 인기 축구클럽인 보카 주니어스 구단주를 지냈다. 이때 얻은 대중 인기를 바탕으로 2003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장에 출마했지만 낙선했다. 이후, 2007년 같은 선거에 재출마 해 당선됐고 2011년에는 사상 최고 득표율(유효표의 64.25%)로 대승하며 시장 재선에 성공했다.
정치적으로는 ‘중도 자유주의자’로 분류된다. 중남미 정치의 주류로 꼽히는 ‘페론주의’와 거리를 두는 한편, 개혁과 경제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