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호우주의보 해제됐는데 물폭탄… 또 빗나간 예보

알림

호우주의보 해제됐는데 물폭탄… 또 빗나간 예보

입력
2017.07.11 19:00
0 0

마른 장마라더니 수도권은 평년 3배

작년 장마철 예보 정확도 고작 40%

“민간 컨설턴트 활성화 맞춤형 예보를”

갑작스러운 퇴근길 소나기가 내린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갑작스러운 퇴근길 소나기가 내린 6일 오후 서울 광화문사거리에서 시민들이 퇴근길을 재촉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지난 10일 새벽 4시 전날 밤 수도권에 발령했던 호우주의보를 해제했다. 그러나 3시간 뒤 서울과 수도권에 시간 당 30㎜의 비가 쏟아지면서 출근길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경기 성남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 임용희(29)씨는 “호우주의보 해제로 준비 없이 집을 나섰는데 폭우 때문에 출근이 평소보다 1시간이나 더 걸렸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8일 오전에도 기상청은 집중호우가 쏟아지는 충청지역을 두고 수도권에 호우 예비특보를 발령했다. 충남 서산 등에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건 이미 70㎜ 이상의 비가 내린 후였다.

시간당 최고 60㎜가 넘는 게릴라성 폭우가 지역별로 퍼부으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기상청의 예보는 연일 빗나가 이에 대한 불만도 폭주하고 있다. 특히 장마전선이 수도권으로 북상한 지난 주부터 일시적으로 물러난 11일까지 기상청 예보는 연일 엇나가는 모습이다.

기상청은 주말인 8, 9일 이틀간 서울과 경기, 강원영서에 80~150㎜, 많은 곳은 250㎜의 물폭탄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틀간 서울과 인천에 내린 비의 양은 각각 37㎜와 19.5㎜에 불과했다. 또 강원영서에서도 원주(35.9㎜)와 홍천(14.5㎜), 춘천(51.6㎜) 등 예상 강수량에 한참 못 미치는 비가 내렸다. 같은 기간 20~60㎜의 강수량을 예측했던 제주에서는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기상청은 또 올해 장마가 강수량이 적은 ‘마른 장마’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서울ㆍ수도권 등 중부지방은 장마 시작 후 이날까지 평년(102.6㎜)의 두 배가 넘는 265.8㎜의 비가 내렸다. 다만 지역별 강수량이 들쭉날쭉하면서 일부 영남지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 같은 기간 포항에 내린 비는 17.2㎜였고, 대구(12.8㎜)와 밀양(12.4㎜)은 이보다 더 적다. ‘마른 장마’는 일부 지역에만 해당된 셈이다.

기상청은 올해 장마가 지역을 옮겨 다니며 폭우를 쏟아내는 ‘게릴라성 집중 호우’ 형태라 예측이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같은 장마전선에서도 비가 고르지 않아 서울 내에서도 강북은 100㎜, 강남은 2㎜ 가량의 비가 내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북극이 녹으면서 여름에도 상대적으로 찬 공기가 대륙에서 내려오고, 남쪽에선 뜨거운 공기가 밀려와 성질이 다른 기단이 강하게 부딪히면서 수증기량은 많지만 좁은 비구름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상청은 ‘뒷북’ 기상특보에 대해서도 호우주의보는 6시간 동안 70mm 이상 또는 12시간 동안 110mm 이상의 비가 예상될 때 발령하기 때문에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도 기후변화로 인한 국지성 집중호우로 장마철 부정확한 예보 문제가 지적됐던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기상청의 연도별 장마철(6~7월) 예보 정확도는 50% 안팎에 그치고 있고, 지난해에는 40%에 머물렀다. 앞으로 온난화가 심해지면 국지성 호우 현상은 더욱 심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고, 예측은 더욱 어려워질 거란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은 현재 예보 시스템의 기반이 되고 있는 영국 기상청통합모델(UM)에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국내 지형적ㆍ기상학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2019년 완성될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을 이용하면 지금보다 예측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지만,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정 기준에 달하면 기계적으로 발령하는 기상특보 기준도 손질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실질적인 경보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기상특보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며 “민간 컨설턴트를 활성화해 맞춤형 예보를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